안갯속 이대호 FA 협상..선수 명예와 구단 실리 접점은?

김용현 2021. 1.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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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간판 프랜차이즈지만 지난 4년 성적은 기대 이하.. 얼마 깎느냐가 관건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였던 이대호(39·롯데 자이언츠)가 재자격을 얻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지 50일이 지났지만,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대호는 2017년 4년간 총액 150억원에 FA 계약으로 KBO 리그에서 최고 몸값을 받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과 은퇴를 앞둔 나이 때문에 이번엔 대폭 삭감이 예상된다. 간판 프랜차이즈 선수의 명예를 지키면서도 구단도 실리를 챙기는 계약 내용에 관심이 집중된다.

롯데나 선수 측 모두 협상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협상중이지만 결론이 날 때까지 양측 모두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이야기도 언론에 하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2021년 정규시즌 준비를 위한 2월 스프링캠프 전에 선수명단을 정리해야 하지만 계약의 데드라인은 없는 모습이다. 롯데 관계자는 “FA로 나온 선수는 기한이 따로 없지 않나”라며 “기한을 정해두는 것도 협상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협상은 이대호와 롯데가 어느 정도의 기간과 금액에서 접점을 찾느냐에 달렸다.
롯데는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에 대한 예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시기를 빼고도 이대호는 2001년 입단해 15시즌 동안 롯데에서 통산 332홈런 1243타점 등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등 번호 10번은 최동원에 이어 롯데 영구결번이 유력하다. 비슷한 사례로 LG의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용택은 지난 시즌 세 번째 FA 계약에서 2년 총액 25억원에 계약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며 은퇴한 박용택에게 LG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 대우를 해준 모양새였다.

통산 2500안타를 달성하고 손을 흔드는 LG 트윈스 박용택. 연합뉴스


다만 이대호가 4년 동안 보여준 성적은 팀 재건을 꿈꾸는 롯데의 걸림돌이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대호의 4년간 타격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평균은 약 2.57이다. 연봉 25억원을 고려할 때 이대호가 가져다준 1승은 12억5000만원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특히 마지막 시즌에선 WAR이 1.01에 머물러 나이가 들수록 성적이 하락하고 있다.

이런 성적은 이대호와 자주 비교되는 ‘국민타자’ 이승엽과 비교해볼 때 초라해진다.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승엽은 마지막 FA 재계약 직전 시즌인 2015년 WAR 3.14을 기록했다. 타율도 0.332로 이대호가 지난 시즌 기록한 0.292보다 높다. 이승엽은 다음 FA 시장에서 2년 총액 36억원에 삼성과 재계약했다. 뛰어난 성적이 낳은 결과였다.

다른 구단에서 이대호를 영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FA 등급제에서 이대호는 재자격 FA 2등급을 받았는데, 이대호를 영입하는 구단에서는 롯데에 보상금만 보상 선수가 포함될 경우 25억원(전년 연봉의 100%), 미포함일 경우 50억원(전년 연봉의 200%)을 지급해야하기 때문이다.

올해 39세로 은퇴 직전이라는 점과 성적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난 FA 계약비교해 얼마나 기간과 금액을 줄일지가 양측 협상의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선수협회 논란도 이대호에겐 악재가 됐다고 지적한다. 이대호가 선수협 회장직을 맡으며 자신이 선임한 사무총장과 함께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는 등 물의를 빚고 사퇴했다. 야구계 관계자는 “이대호도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2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김태균 선수가 눈물을 훔치며 은퇴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을 놓을 수 없는 롯데와 명예로운 은퇴를 꿈꾸는 이대호가 자존심을 지키는 계약을 도출할 수 있을까. 이번 시즌 38세의 나이로 은퇴한 김태균의 마지막 FA 계약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김태균은 2019시즌에 팀 내 유일한 3할 타자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6홈런으로 슬러거의 위치가 흔들리자 1년 총액 10억원의 계약을 끝으로 은퇴를 택했다. 김태균은 계약 당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1년 계약을 했다”며 “실추됐던 명예도 회복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시즌 야구 팬들의 박수 속에 은퇴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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