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레알 마드리드가 손흥민을 노린다는데, 이거 레알임?

입력 2021. 1.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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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라리가 최다 우승을 비롯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압도적인 우승 기록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이다. 거의 모든 축구 선수가 뛰고 싶어하는 클럽이 레알 마드리드이다. 그런 클럽이 한국 선수를 원한다고 하니, “이거 레알임?”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럽 축구 클럽 이름에서 유래해 국내에서 자리잡은 유행어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가 '리즈 시절'이다. 잉글랜드의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앨런 스미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 후 부진하자, “스미스는 리즈 시절에는 정말 잘했는데”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리즈 시절’이라는 표현은 특정 인물이나 팀의 과거 전성기를 의미할 때 쓰인다.

레알 마드리드의 엠블럼. 1931년 스페인에서 발발한 공화혁명으로 군주제가 폐지되면서, 클럽 이름과 엠블런에서 레알이라는 명칭과 왕관이 한때 사라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1941년 이들은 복원되었다.

또 다른 신조어가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에서 유래한 ‘레알’이다. 스페인어 레알을 영어로 읽으면 ‘리얼’이고 이 단어는 영어로 ‘진짜의, 실제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거 실화냐?”라고 물을 때 “레알?”이라고 한다.

많은 독자분이 스페인어 ‘레알’의 진짜 뜻을 아실 거라고 사료된다. 레알은 스페인어로 로열(Royal, 국왕의 혹은 왕족을 의미)을 뜻한다. 로열이라는 명칭은 유럽 축구 클럽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름을 가진 클럽은 팀 엠블럼에 왕관 모양이 들어간다.

스페인 축구 클럽에는 ‘레알(Real)’이라는 명칭이 유독 많다. 이는 스페인 국왕 알폰소 13세의 축구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1907년 알폰소 국왕은 데포르티보 라코루냐(Deportivo de La Coruna)를 시작으로 ‘레알’이라는 명칭을 여러 클럽에 수여하기 시작했다. 이에 레알 소시에다드(1910년), RCD 에스파뇰(1912년)과 레알 베티스(1914년)가 연달아 이러한 칭호를 받았다. 1902년 창단된 마드리드는 알폰소 13세로부터 레알이라는 호칭과 엠블럼에 들어가는 국왕의 왕관을 1920년 받게 됐다. 이후 레알 유니온과 레알 사라고사 등이 연이어 이러한 호칭을 받았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중남미에도 이러한 이름을 가진 클럽이 존재한다. 독재자 프랑코의 사망 후 스페인은 1975년 입헌군주제로 복귀했다. 알폰소 13세의 손자이자 스페인의 새 국왕이 된 후안 카를로스 1세는 1977년 온두라스 클럽인 CD 에스파냐(CD Espana)에 레알 호칭을 수여했다. 현재까지 ‘레알 CD 에스파냐’는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이 호칭을 받은 유일한 비(非) 스페인 클럽으로 남아있다.

스페인의 레알과 같은 명칭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축구 클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코닌클리예크(Koninklijke)는 네덜란드어로 ‘로열’을 뜻한다. 이러한 이름은 네덜란드 국왕이 자국에 있는 단체(organization)에 수여하는 명예로운 호칭이다. 나폴레옹의 동생으로 형에 의해 홀랜드 왕에 선임된 루이 보나파르트는 코닌클리예크란 명칭을 1807년부터 썼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단체가 이러한 명칭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실력이 뛰어나야 하며,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팀만이 이러한 호칭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명칭을 가진 대표적인 축구 클럽이 1879년 창단되어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코닌클리예크 HFC이다.

앤트워프의 엠블럼에도 왕관 모양이 장식되어 있다. 엠블럼 밑 부분에 쓰인 1이라는 숫자는 벨기에에서 처음으로 등록된 축구 클럽이란 뜻이다. 설기현 선수의 유럽 진출 발판을 마련해줬던 앤트워프에는 현재 이재익 선수가 소속돼 있다.

벨기에에서는 보통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회사나 단체에 이러한 명예가 주어진다. 벨기에의 공용어인 네덜란드어, 불어와 독일어 중 하나를 택하거나 영어인 '로열'을 쓸 수도 있다. 대표적인 클럽이 1880년 창단한 로열 앤트워프(Royal Antwerp)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왕실은 영국에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로열’이란 이름이 들어간 축구 클럽은 찾아볼 수 없다. 거의 유일한 사례가 1886년 10월 군수품 공장 노동자들에 의해 창단된 다이얼 스퀘어(Dial Square)가 한 달 후인 11월에 ‘로열 아스널’로 개명한 것이다. 하지만 ‘레알’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경우와 달리, 영국의 왕이 아스널에 이름을 하사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 영국에서는 단체을 설립하기 위해서 국왕으로부터 ‘왕립 헌장(Royal Charter)’을 받아야 했다. 이에 많은 대학교, 연구기관, 병원, 은행 등이 왕립기관으로 설립되었다. 비록 영국에 이러한 헌장을 받은 축구 클럽은 없지만, 영국 왕실은 오랫동안 축구를 비롯해 여러 스포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클럽을 밝힌 적은 없지만, 웨스트 햄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7년 버킹검 궁전에서 당시 아스널 감독이었던 아르센 벵거를 만난 후 아스널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는 소문도 있다. 전통적으로 영국축구협회 회장은 왕실 인사가 맡아왔고, 윌리엄 왕자는 2006년 회장으로 취임했다. 윌리엄 왕자는 아스톤 빌라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졌고, 그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은 첼시 팬이라고 한다.

2018년 5월 결혼한 해리 왕자는 자신의 결혼식 날짜가 FA컵 결승전과 겹치자, 예식 시간을 정오로 정하기도 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손님들이 같은 날 오후 5시 15분 열린 결승전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해리 왕자에 의하면 자신을 포함해 왕실 구성원의 대부분은 아스널 팬이라고 한다.

이정우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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