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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53. '잠실귀신'과 롯데 공필성의 천려일실(千慮一失)

이신재 입력 2021. 01. 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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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번의 생각에 한 번의 실수. 지혜로운 사람도 천번 생각하면 반드시 한번은 잃는 일이 있다. 절호의 기회를 놓쳤을 때도 쓴다.

그러면 그렇지.”

김명성 롯데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8회 무사 3, 이제 승리를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9991029일 잠실 한국시리즈 5차전.

김감독은 이날 게임에 처음부터 자신이 있었다.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었으나 뭔가 승부사로서의 막연한 느낌이 있었다.

삼성과 7차전까지 치르느라 잔뜩 지쳐 있던 롯데는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밀렸다. 선수들이 지칠대로 지쳐 있어 정상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전 부산을 오간 4차례의 지방경기에서 겨우 1승만 거두고 서울로 올라왔지만 승산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하늘의 뜻인양 5차전 예정일인 28일 비가 내려 하루를 벌었다.

하루의 휴식, 그것은 보통 때의 10일에 해당될 만큼 달콤한 것이었다. 김 감독은 선발 예정의 문동환을 박석진으로 바꾸면서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박석진은 한화전에 강한데다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 비가 와서 하루 쉬었기에 교체가 가능했다.

그의 예감을 뒷받침하듯 경기가 잘 풀려나갔다. 3회 어이없이 역전 점수를 내주었으나 6회 안타 1개로 2득점, 다시 경기를 3-2로 뒤집었다. 그러던 8회초 공필성이 선두타자로 나서 좌중간을 꿰뚫는 3루타를 쳤다.

무사 3, 강공이든 기습 공격이든 1점은 얻을 수 있는 상황. 1점을 더 낸다면 승리는 거의 확실했다.

23패가 되면 그때부터 다급한 팀은 쫒기는 한화. 13패의 절대 불리를 43패로 뒤집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전을 다시 한번 재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순간적이었지만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생각을 정리한 김 감독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선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음 타자 박정태에게 강공을 지시했다. 노련한 박정태는 감독의 의도를 읽고 우익수 방향으로 공을 날렸다. 조금 짧긴 했지만 추가득점은 충분한 거리였다. 득점을 확신한 롯데 팬들은 서둘러 환호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홈으로 내달리던 3루주자 공필성이 홈으로 송구되는 공을 힐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멈춰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몸을 돌려 3루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공필성이 이리저리 오가는 사이에 공은 착실하게 중계돼 3루를 향해 몸을 날리는 공필성을 아웃 시켰다.

이해 할 수 없는 상황. 주자코치도 들어가라고 팔을 신나게 돌렸고 뛰어들면 여유있게 세이프될 수 있음에도 돌아서고 만 공필성이었다. 공필성 역시 죽은 다음에야 통한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그라운드에 엎드린 채 일어서지 않았다.

승리를 확인 할 추가득점에 실패한 롯데는 결국 9회초 2점을 내주며 3-4로 패배, 한국시리즈를 맥없이 내주고 말았다.

공필성이 그렇게 횡사한 후 4번 호세와 5번 마해영이 연속 안타를 터뜨렸다. 공필성의 후진(後進)은 후회막급 천려일실의 발놀림이었다. 만약 공필성인 아웃되지 않았다면 4-2 이상 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재역전도 없었을 것이고 한국시리즈 패권도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롯데로선 지극히 안타까운 순간이었는데 거인을 잡아먹는 잠실 귀신이 있는 것인지 수년전에도 막판 어이없는 실수로 우승 문턱에서 넘어진 적이 있었다. 두산과의 95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는 1차전에서 이긴 후 3차전에서도 승리했다.

통계적으로 볼 때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할 확률은 80%. 1차전에 이기고 3차전에서 이긴 팀이 우승할 확률은 100%였다. 서울 ,부산을 오가며 33패를 이룬 롯데는 7차전에서 먼저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2루수 박정태가 바로 옆을 지나치는 평범한 공을 놓쳐 손안에 들어온 우승의 파랑새를 놓치고 말았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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