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변신' 배기종 코치, "'내 팀' 경남에서 더 행복하고 싶다"

김태석 입력 2021. 1. 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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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피플] '변신' 배기종 코치, "'내 팀' 경남에서 더 행복하고 싶다"



(베스트 일레븐=통영)

◆ ‘피치 피플’
경남 FC
배기종 코치

아직은 선수 시절 모습이 아른거려서인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최근 경남 FC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배기종 코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넌지시 건넸더니, 배 코치도 “주변에서 축하를 많이 받긴 했는데 사실 적응이 안 된다. 코치라는 호칭조차도 그렇다”라고 미소를 짓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생활했던 선수 중 고참들이 “배 코치님” 하며 농담을 건넨다면서 웃기도 했다.

배 코치는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소임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만큼 의욕도 드러냈다. 이유가 있다. 4년 전 이즈음의 일이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후 여러 팀을 돌아다니며 잔뼈 굵은 현역 커리어를 쌓은 바 있는 배 코치지만, 그때는 위기였다. 축구화를 벗어야 할지 모르는 위기였고, 실제로 은퇴까지 조심스레 각오했었던 배 코치였다.

하지만 그때가 터닝 포인트였다. 배 코치 개인은 물론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던 경남에서 대반전을 이루면서 현역 커리어를 다섯 시즌을 늘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과정을 통해 경남 팬들에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선수가 됐고, 이제는 경남에서 지도자로서 첫발을 딛게 됐다. 배 코치에게 경남은 어느새 단순한 팀이 아닌, 마음을 다해야 할 클럽이 됐다. 당연히 의욕이 클 수밖에 없다.


“가끔은 스스로 기특하게 생각해요”

“제 커리어를 지켜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연습생 신분으로 들어왔던 신인 시절을 떠올리면 이렇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할 거로 생각할 수 없었죠. 그런 면에서 복 받았다고 해야 할까요? 주변에서도 칭찬해주시고, 저도 가끔은 스스로를 기특하게 생각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수였기에 아직은 현역 시절 얘기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배 코치는 직접 언급했듯 2006년 대전 시티즌(現 대전하나 시티즌)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에 데뷔해 수원 삼성·제주 유나이티드·안산 무궁화 그리고 경남에서 활약하며 롱런했다. 한때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을 정도로 주목받기까지 했으니, 화려하진 않아도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현역 시절임에는 분명하다.

“다른 선수들도 그랬겠지만, 제 커리어는 굴곡도 심했어요. 전 정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선수가 아니었기에 높이 올라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노력해서 이룰 수 있을 정도까지는 간 것 같아요. 잘했을 때는 자만하지 않으려 했고, 못했을 때는 빨리 털어내려 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배 코치는 신인 시절 “저러니까 연습생이지”라는 말을 무척이나 싫어했다고 한다. 스스로가 특출 난 재능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 여겼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저 노력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가끔 위기도 주어졌지만 내려놓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 덕에 끝났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던 경남에서 배 코치는 의미 있는 현역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남에서 이제 지도자로서 축구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려고 한다.


“제 경험, 후배들이 잘 받아줬으면”

“다시 제의가 왔을 때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했죠.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이기도 하니 도전해보고 싶었고요. 또 이런 제의를 현역 시절을 보내고 마지막을 장식한 경남에서 해주셨기에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배 코치는 2020시즌이 끝난 후 현역에서 은퇴해 2021시즌을 준비하는 경남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갓 지도자로 데뷔한 탓에 그에게 주어지는 소임이 아직은 많지는 않다. “막내 코치라 별거 없을 수 있지만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자신의 소임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그래도 쉽지 않고 소중한 임무를 부여받았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확실히 다르죠. 현역 시절 때는 저만 잘 챙기면 됐었으니까요. 최근 기사를 통해 설기현 감독님께서 통해 제게 2군 육성 임무를 맡겼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때 정신이 바짝 들더라고요. 그 선수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절대 대충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더 준비해야죠.”


배 코치에게 주어진 소임은 선수 소통 말고도 또 있다. 아직은 1군 기회를 얻기 힘든, 뒤에서 하염없이 기회를 기다리는 유망주들을 가르치고 그들이 도전 의식을 잃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언급했듯이 연습생으로 출발했던 현역 커리어를 가진 배 코치이기에 어쩌면 딱 어울리는 임무일 수 있다 싶었다. 배 코치의 경험을 통해 2군 선수들이 커다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듯해 물었더니 꼭 그리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때 전 형들과 같이 쉬고 같이 훈련하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휴식기에 모교에서 후배들과 함께 훈련했던 것도, 동계 훈련 때 몸 상태를 끌어올려 기회를 얻고자 함이었습니다. 진짜 그때 제가 했던 걸 후배들이 알기나 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 경험을 잘 받아들여 준다면 그 선수들에게도 분명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지켜봐야겠지만, 선수들이 부디 잘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요.”

배 코치는 단순히 경험 전수뿐만 아니라 용기를 불어넣는 코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과 강인한 정신력, 이를 통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강한 동기 부여를 불어넣어 준다면 지금 경남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어린 후배들이 자신 못잖게, 아니 자신을 능가하는 멋진 선수로 거듭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이었다.


“경남이니까”

“그간 여러 팀을 돌아다녔지만, 경남은 특별해요. 올해로 6년 차인데, 제가 거친 팀 중 가장 오래 머문 팀이니까요. 이곳에서 은퇴했으니 더욱 그렇죠.”

의욕을 보이는 배 코치에게 경남이라는 팀이 지니는 의미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오래 몸담았다는 것 이상으로 배 코치에게 경남은 각별한 팀이다

“2016년에 입단했는데, 그때는 저는 물론 팀도 침체기였죠. 저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왔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았고, 1~2년 후에 그만둘 생각도 했었습니다. 솔직히 팀 상황도 미래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노력하고, 클럽에서도 투자를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팬들도 아예 기대감을 접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달라지는 모습을 보시면서 점점 기대하시더라고요. 절대 제가 잘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배 코치가 경남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팀은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과거 받았었던 K리그의 다크호스라는 찬사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절망감에 사로잡혔던 시기, 경남은 차근차근 밑바닥부터 내실을 다져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배 코치는 팀 내 고참이자 주장으로서 큰 힘이 됐다. 본인은 “절대 제가 잘한 게 아니었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경남 팬들이라면 배 코치에게 커다란 감사함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경남에서 지도자 생활까지 하게 된 건 제게 좋은 일인 것 같아요. 함께 많은 걸 이룬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으나 영광스럽고 강한 동기 부여가 됩니다. 마치 운명처럼 제가 기회가 오게 됐으니 말이죠.”

앞으로도 경남과 더 행복해지고 싶다는 배 코치는 새로운 꿈을 꾼다. 선수로서 경험한 승격을, 지도자로서도 되풀이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은 걸 잘 안다면서도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는 배 코치였다. 그러면서 마지막 한 마디를 전했다.

“이 팀에서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아마 저를 밖에서 보기에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을 거니까요.”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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