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 WKBL 본부장 "승패는 심판 아닌 선수 '땀'으로 결정돼야" [스경X인터뷰]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2021. 1. 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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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박정은 WKBL 경기운영본부장이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WKBL 본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화장기 없는 얼굴에 질끈 동여맨 머리. 현역 시절 모습 그대로다. 유니폼만 입으면 당장 코트로 달려나가 슛을 쏠 것 같았다. 바뀐 게 있다면 선수에서 코치로, 이젠 스포츠행정가로 변신했다는 것뿐 농구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현역 시절보다 더 뜨거워 보였다.

지금 박정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경기운영본부장(44)의 관심은 한국 여자농구의 중흥과 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8년 WKBL 경기운영부장을 거쳐 지난해 7월 경기운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박 본부장은 자신의 농구철학과 선수·코치 시절의 경험을 코트에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본부장 취임 이후 그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심판 판정의 공정성·정확성의 확립이다. 박 본부장은 “경기의 승패는 심판 판정이 아니라 오로지 선수의 땀이 결정지어야 한다”며 “이러한 신념을 하루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를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WKBL 본부에서 만났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왜 오심이 나왔는지 돌아보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심판들이 나아졌다’는 말을 듣는 게 제 목표예요. 경기의 승패를 절대 심판이 좌우해서는 안 됩니다.”

박 본부장이 ‘심판 판정’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선수들에게 혼란을 주지않고, 그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확한 심판콜 없이 농구의 부흥과 인기는 요원한 얘기일 따름이다. 심판의 입장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 본인도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매일 농구규칙에 대한 공부도 한다. 그는 “보다 공정하고 일관된 판정을 위해서 심판 교육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가 끝나면 다음 날 오후 심판들이 모여 전날 경기를 리뷰한다. 콜에 대한 오심이 있었나, 지적되지 않은 파울은 없었나 이야기하고 교육(현재는 온라인으로 실시)한다

올시즌 여자프로농구 규칙의 가장 큰 변화는 ‘핸드체킹 룰’ 강화다. 이 역시 박 본부장이 도입을 주도했다. 박 본부장은 “그동안 손으로 하는 파울을 너무 느슨하게 적용해왔다”며 “핸드체킹 룰 강화는 국제 규정에 가깝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손 먼저 내미는 수비 습관을 고쳐야 하겠다는 생각은 경기운영부장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다. 정당하지 못한 수비로 인해 공격력은 저하되고, 변칙적인 수비가 난무해 경기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한 시즌을 마치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잘 정착돼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정은 WKBL 경기운영본부장. /우철훈 선임기자


올 시즌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 본부장은 “외국인 선수가 없는 현 상황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국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자리가 하나 더 생겨났기 때문”이라며 “득점력이나 전술이 발전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에도 이 체제를 유지할지, 아니면 다시 외국인선수를 영입할지는 좀더 고민하고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전만 못한 여자농구의 인기, ‘수준이 떨어졌다’는 비판에 대해서 박 본부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우리 한국 여자농구 선수들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어요. 선배들과 수준 차이는 있지만 박지수, 박지현, 이소희 등 젊고 좋은 선수들 많이 나왔습니다. 아낌없는 투자와 함께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 경험을 많이 쌓게 해준다면 부흥을 이뤄낼 거라 기대합니다.”

아울러 팬들과의 접점을 더 넓혀 나가는 한편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한다면 예전의 인기도 점차 회복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후배들에게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공격만큼 수비에도 노력과 열정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승부도 중요하지만 코트에서는 경기를 마음껏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말미에 ‘선수 박정은’과 ‘행정가 박정은’의 차이점이 뭐냐고 물었다.

“현역 시절에는 항상 내가 주인공이었던 것 같았어요. 코트 안에서 내가 뭔가 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주인공들이 좀더 좋은 놀이터에서 재밌고 신나게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조연’이라고 생각해요.”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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