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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2500만원 덜 받겠다"..서건창, 이유 있는 자체 삭감

하경헌 기자 입력 2021. 01. 1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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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등급제' 신풍속도

[경향신문]

서건창. 연합뉴스
작년보다 35.7%…구단도 ‘깜짝’
“이렇게 큰 연봉 삭감 제시 처음”

보상규모 큰 A등급 피하기 위해
선수들 미래에 대한 ‘셈법’ 바꿔

프로야구 키움 내야수 서건창(32·사진)은 지난 11일 오전 키움 운영팀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2억2500만원에 사인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시즌 서건창의 연봉은 3억5000만원이다. 금액으로는 1억2500만원, 비율로는 35.7%의 대폭 삭감이었다. 구단의 제시액(3억2000만원)에도 크게 적은 액수로, 서건창의 올해 연봉은 엉뚱한 과정을 거쳐 결정됐다.

올시즌 KBO리그 연봉 협상을 움직인 요인 중 하나는 FA등급제였다. 2021시즌을 앞두고 처음 시행되는 등급제는 FA 대상자를 각각 A, B, C등급으로 나눠 서로 다른 보상체계를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선수와 구단, 에이전트에게 등급제는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리고 선수 입장에서는 이를 이용해 자신의 미래 가능성을 새롭게 도모하는 계약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13일 현재 10개 구단 중 키움과 KT가 2021시즌 소속 선수들의 연봉 협상 결과를 공개했다. 키움은 등록선수 전원을 공개했고, 주권이 연봉조정신청에 나선 KT는 주권을 제외하고 발표했다. 2021시즌을 마치고 FA 대상자가 되는 예비 FA들의 계약 내용을 분석하면 새로운 흐름을 알 수 있다. 키움에서는 올시즌을 마치고 내야수 박병호와 서건창, 투수 한현희가 FA가 된다. 서건창은 2억2500만원에, 한현희는 지난해 연봉과 같은 2억9000만원에 각각 계약했다.

FA등급제는 팀내 연봉순위 3위 이내 또는 전체 연봉순위 30위 이내 선수들에게 신규일 경우 A등급을 부여한다. A등급을 영입하는 구단은 원소속 구단에 보호선수 20인을 제외한 보상선수 1명에 연봉 200% 보상 또는 전년도 선수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 한다.

반면 B등급이 되면 보상규모는 25인 보호선수 외 1명에 연봉 100% 또는 연봉의 200%로 줄어든다.

보상금액에 상관없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의 특급 가치를 지녔다면 관계없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A등급이 된다면 움직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보다 낮은 등급으로 보상금액도 적다면 타 구단의 관심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따라서 서건창처럼 A등급과 높은 보상 규모를 피하기 위해 자진해 연봉을 조정할 여지가 커졌다. 서건창은 박병호, 이정후, 조상우, 최원태, 한현희, 박동원 등에 이어 팀내 연봉 7위가 돼 A등급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팀의 연봉협상 결과가 공개되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 김치현 단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선수가 이렇게 삭감액을 크게 갖고 오는 것은 초유의 일인 것 같다”며 “등급이 달라지면 보상 규모도 달라지는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이전트 역시 “등급제로 달라진 분위기가 확실히 선수들의 미래에 대한 셈법을 바꾸고 있는 것 같다”며 “구단들도 등급제의 취지를 잘 이해해주고 있어 공감대를 갖고 협상했다”고 전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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