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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영표 대표의 '고백'.."전 이기적으로 살았습니다"

최용재 입력 2021. 01.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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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강원 FC 신임 대표이사의 현역 시절 모습. 사진=연합뉴스

"저는 이기적으로 살았습니다."

이영표(44) 강원 FC 신임 대표이사의 말이다. 누구보다 한국 축구를 사랑한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이영표는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등 유럽에서 인정받으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과 2010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국가대표팀의 얼굴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선수처럼 이영표도 은퇴를 앞두고 뒤를 돌아봤다. 한국 축구를 위해 한 일이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자책했다. 반드시 한국 축구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영표는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든 되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슴 깊이 새겼다. 선수 은퇴 후 행정가가 되겠다고 방향을 잡았다. 차분히 준비했고, 드디어 때가 왔다.

K리그 구단 역대 최연소 대표이사가 탄생했다. 일간스포츠가 지난 1일 업무를 시작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영표 대표와 인터뷰했다.

이영표 강원 FC 신임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단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어떻게 지내고 있나. "정신없이 바쁘다. 선수 영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업무 보고를 받고, 조직개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또 해야 할 사업도 정리하고 있다."

-대표이사 부임이 지도자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듯하다. "그렇게 볼 수 있겠다. 지도자 자격증도 없다(웃음). 지도자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무엇보다 잔디 위에 있을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공을 찰 수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내게는 더 하고 싶은 게 있었다. 행정이었다. 그 일을 선택해서 좋다."

-대표이사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나. "사실 전부터 몇몇 클럽으로부터 대표 제의를 받았다. 그때는 고사했다. 30대 후반 나이에 대표를 하는 게 너무 이른 거 같았다. 이미 몇 번 대표 제의를 받아 강원의 제의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번에 대답하지 못했다. 강원이 세 번 요청했을 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락했다."

-왜 강원이었나. "고향이 강원도 홍천이기도 하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과거 다른 클럽의 제의를 받았을 때는 내 배움이 부족했다. 축구가 아닌 경영을 더 경험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4년 전부터 스타트업 기업을 경영했다. 작은 조직이지만 회사를 경영하면서 마케팅·운영·물류·자금관리·세무 등을 경험했다. 이게 강원 대표직을 수락하는 데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 회사를 경영해보면서 자신감이 쌓였다."

-강원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 "명문 구단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고 있다. 명문 클럽의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축구를 잘해야 한다. 둘째,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매력적인 팀이어야 한다. 마지막은 비즈니스다. 재정적으로 안정돼야 흔들리지 않는다."

-경영 철학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정직하게 일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건데 지금 세상은 정직이 파격이라고 생각할 정도가 됐다. 축구 선진화를 위해 스포츠의 본질인 '공정하고 깨끗한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행정을 할 것이다. 당당히 오픈하겠다. 정직하다면 문제될 게 없다."

-대표가 경기력에 관여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경기력을 위해 할 일은 단 한 가지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감독이 원하지 않는 선수는 데려올 이유가 없다. 이 외에 내가 할 일은 없다. 유럽 생활을 오래 해서 역할을 정확히 구분한다. 대표가 해야 할 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다. 대표·감독의 권한과 책임은 겹치지 않는다. 감독의 권한을 조금이라도 침범할 생각은 없다."

-유럽과 미국, 어떤 모델을 강원에 접목할 것인가. "유럽은 삶 자체가 축구다. 미국은 팬이 즐거울 수 있다면 축구의 본질조차 바꿀 수 있다는 마인드다. 문화와 관점의 차이다. 영국에서 먹혔던 마케팅이 미국에서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미국에서 통한 이벤트가 한국에서 성공하지도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와 인식을 캐치해야 한다. 강원 경기를 볼 이유를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 팬들과 접촉하고 소통해야 한다. 팬덤이 튼튼한 팀들이 가장 부럽다."

-강원의 변화는 언제부터 경험할 수 있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올 시즌 성적이 좋거나, 팬이 많이 늘어나거나, 큰돈을 번다면 우연이다. 진짜 우리 것이 아니다. 쉽게 얻는 건 쉽게 잃는다. 지금 시스템을 올바르게 만들면 10년, 15년 후 진짜 명문 구단이 될 수 있다. 지속적으로 강팀이 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축구전용구장도 만들어야 한다. 현재도 중요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축구를 잘하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하고 있는 이영표의 모습. IS포토

-많은 사람이 이영표에게 기대한다. "보드진(경영진)에 따라 정책이 달라지고 팀이 바뀐다. 잘 나가던 구단이 무너지기도 하고, 무너진 구단이 잘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 명 바뀐다고 되겠나? 다같이 힘을 합쳐서 바꿔야 한다. 앞으로 강원이 바뀌지 않는다면 내 잘못이다. 강원이 성장한다면 모든 구성원이 만들어낸 것이다."

-행정가 시작부터 큰 직책을 맡았다는 시선도 있다. "맞는 말이다.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많은 분이 날 주목하고 있다. 경기인 출신이 행정을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간다면, 내 뒤에 더 많은 경기인 출신 행정가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못 한다면 경기인 출신은 한계가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이제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 왔다. "욕을 무지하게 먹을 수도 있다. 그래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축구단의 존재 이유에 대해 확실히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즐거움을 찾으면서 탄생했다. 지치고 힘든 강원도민과 축구 팬들에게 강원이 기쁨을 줘야 한다. 경기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더 많은 팬이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위한 방법을 반드시 찾을 것이다."

-실패한 적 없는 축구인이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가. "난 축구를 하면서 많은 실패를 했다. 한국에서도,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실패를 경험했다. 거기서 느낀 게 많다. 클럽에서 일하게 되면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내가 강원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나의 항해는 더 많이 웃는 강원 팬들을 향한다."

-2002 월드컵 4강의 주역이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을 텐데. "은퇴할 즈음 하루하루 남은 날짜를 세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마지막 훈련이구나', '마지막 식사구나', '마지막 홈경기구나' 하면서 축구 선수의 삶을 되돌아봤다. 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한국 축구를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서 도대체 한국 축구를 위해서 무엇을 했나'라고 자책했다. 어렸을 때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기 위해 축구를 열심히 했던 모습만 떠올랐다. 정말 이기적으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 끝에 한국 축구를 위해 꼭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행정가가 그 길이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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