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유니폼 더러워진 삼성 박해민 "루틴이 생겼다"

배중현 2021. 1.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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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같은 2019년을 뒤로하고 지난해 반등에 성공한 박해민. 삼성 제공

삼성 박해민(31)에게 2019년은 '악몽'이었다. 사상 첫 5년 연속 도루왕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타격(144경기 타율 0.239)도 부진했다. '수비만 잘하는 선수'라는 비판을 들었다. 시즌 후 연봉이 6000만원이나 깎였다. 누구보다 혹독한 1년을 보냈다.

박해민은 반등했다. 지난해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0(489타수 142안타), 11홈런, 55타점, 34도루를 기록했다. 1번 타순에 배치돼 삼성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시즌 초 부진했지만, 6월 5일 1군에 재등록됐을 때 그는 180도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 심우준(KT)과 치열한 도루왕 타이틀 경쟁까지 펼쳤다. 1개 차이로 통산 다섯 번째 도루왕을 놓쳤지만, 그는 "얻은 게 많은 시즌"이라고 말했다.

-2020시즌을 돌아보면.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아쉬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얻은 게 많은 시즌이다. 루틴이 생겼다."

-어떤 루틴인가. "홈경기 전에는 단체 운동만 했었는데, 2군에 다녀온 뒤 타격 훈련을 따로 1시간 정도 더 한다. 이 루틴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됐다. 원래 타석에서 일희일비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런 게 많이 없어졌다. 오늘 못 치면 '재정비해서 내일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니까 안정감이 생겼다."

-2019시즌 부진했던 이유는. "'타격이 약하다' 이미지 때문인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다. 돌이켜보면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흔들렸던 것 같다. 도와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인데 정작 내 것이 없었다.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괜찮다'고 하면 저렇게 했다. 이젠 잘 맞지 않는 말씀을 걸러낸다. 도움 주시는 걸 잘 이용한다."

프로야구 키움과 삼성의 경기가 3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삼성 박해민이 5회초 2사 2루서 1타점 중전안타를 날리고하이파이브 하고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08.30.

-지난해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는데. "김용달 코치(1군 타격코치)님께 정말 죄송했다. 스프링캠프 때 쉬는 날에도 불러서 개인적으로 지도해주셨다. 많이 투자해주셨는데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6월 5일 SK전 복귀전 3안타가 터닝포인트였나. "2군(9경기 타율 0.364)에선 타격감이 좋았다. 마침 1군에 등록된 날 결과가 잘 나왔다. 2군에서 김종훈 코치(2군 타격코치)와 함께 수정했던 부분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타격폼을 바꾼 건가. "더 편하게 칠 수 있는 자세로 바꿨다. 김종훈 코치께서 편하게 하체를 이용하라고 조언해주셨다. 상체와 손을 신경 쓰지 말고 하체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하체를 잘 이용하면 손은 저절로 따라온다더라. 첫날부터 3안타를 기록하니 확신이 생겼다."

-지난해 연속경기 출전이 488경기로 끝났는데. "처음엔 아쉬웠다. 자부심을 갖고 있던 기록이었다. 언젠가 (강)민호 형이 '연속경기 출전 기록은 깨지면 별거 아니다, 왜 거기에 목숨을 거느냐'는 얘길 한 적이 있다. 2군에 내려갈 땐 아쉬웠는데 그게 전환점이었다. 민호 형이 한 조언이 어떤 의미였는지 뒤늦게 느껴지더라."

프로야구 키움과 삼성의 경기가 3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삼성 박해민이 5회초 2사 2루서 1타점 중전안타를 날리고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08.30.

-1개 차이로 도루왕도 놓쳤는데. "2019년 5년 연속 도루왕 도전이 끝난 뒤 도루왕 욕심을 버렸다. 하지만 2군에 있을 때 오치아이 감독님께서 '유니폼이 깨끗하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이후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라고 생각했다. 한 번 더 도루왕을 해보고 싶었다. 통산 도루왕은 김일권 선배가 최다(5회)인데 이 기록을 넘어보고 싶었다. 기회가 있으면 과감하게 뛰었다. 도루왕을 놓친 건 아쉽지만, 타격에서 다른 걸 많이 얻어서 괜찮다."

-2021시즌 통산 다섯 번째 도루왕이 목표겠다. "도전해보고 싶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야구, 유니폼이 더러워지는 야구를 하면 통산 도루왕 1위 기록은 따라오지 않을까."

-지난해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루틴이 생기면서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스윙했다. 이전에는 안타를 쳐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스윙할 때 소극적이었다. 이 생각이 없어지니 4타수 무안타를 쳐도 더 과감하게 했다. 장타를 의도한 건 아니다."

-2021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2012년 육성선수(연습생)로 입단했다. FA는 야구 잘하는 선수들만 하는 줄 알았다. 막상 기회가 온다고 하니까 믿기지 않는다. 지금까지 거쳐온 길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더라."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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