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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축구환상곡] 이강인 이적은 어렵고, 쿠보 임대는 인기 좋은 이유

한준 기자 입력 2021. 01. 14. 14:00 수정 2021. 01. 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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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 프리시즌 경기에서 만난 이강인과 구보.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동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동갑내기 유망주 이강인(20, 발렌시아CF)과 구보 다케후사(20, 헤타페)의 행보는 꽤 많이 엇갈리고 있다. 나란히 유년기에 스페인으로 건너가 각각 발렌시아와 FC 바르셀로나라는 유소년 육성의 산실에서 성장했지만 라리가에 안착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한 달 뒤면 스무번째 생일을 맞는 이강인은 어느덧 프로 4년 차 시즌을 맞았다. 2017/18시즌에는 발렌시아 2군 팀 메스타야 소속이었으나 스페인 3부 리그 격 프로 리그인 세군다B 디비시온에서 11경기나 출전했으니 만 16세에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이강인은 1, 2군 경기를 포함해 어느새 74경기를 소화하며 스페인 무대에서 7득점 5도움을 기록했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되는 아시아 선수의 지표로는 우수하다. 라리가에 데뷔한 2018/19시즌 이후 1군 소속 출전 기록만 따져도 48경기 출전이다. 올 시즌에 50번째 1군 경기 출전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6월생 구보는 FC 바르셀로나가 FIFA 국제 유소년 이적 규정 위반 징계를 받은 뒤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 등이 실질적인 무적 선수로 스페인에 남았던 것과 달리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2016년 FC 도쿄 2군 선수로 만 15세의 나이에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구보는 2017시즌에 1군 선수로 만 16세의 나이에 J1리그에 데뷔했고, 2018시즌에 J1리그 데뷔골을 넣었다. 2019시즌 전반기 13경기 동안 4골 4도움을 기록하며 도쿄의 선두 질주를 이끌다 만 18세가 된 여름 이적 시장 기간에 레알 마드리드 2군 팀과 계약을 맺고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구보는 프로 리그 경기만 107회, 컵대회 14회 및 올 시즌 비야레알 소속으로 치른 유로파리그 5경기를 포함해 프로 선수로 126경기를 소화했다. 17득점 15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기록도 좋다. 스페인에서 뛴 기록만 따져도 56경기 5득점 8도움으로 10개의 공격 포인트를 넘겼다. 모두 1군 기록이므로, 실적으로 따지면 구보가 이강인에게 앞선다. 


발렌시아 유스와 바르셀로나 유스를 대표했던 이강인과 구보

◼︎ 이강인과 구보가 라리가에서 겪은 동병상련


2019년 FIFA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고 골든볼을 수상할 때까지만 해도 이강인에 도전할 만한 동나이 아시아 선수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구보가 2019/20시즌 마요르카로 임대되어 주전급 선수로 자리 잡는 동안 이강인은 발렌시아 구단의 혼란한 상황으로 인해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본인의 능력을 100% 살릴 수 있는 전술과 포지션에서 뛰지도 못했다.


선수라면 팀의 전술과 감독이 요구하는 역할에 부응해야 하지만, 선수가 가진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지도자와 전술을 만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강인의 재능이 발렌시아에서 허비되고 있다는 시선을 '국뽕'으로 치부할 수 없다.


2020/21시즌 비야레알로 임대되어 구보가 겪은 일은 어린 선수에게 신뢰와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성장이 어떻게 정체될 수 있는 지, 이강인이 어떤 어려움 속에 발렌시아에서 지내 왔는 지를 알 수 있게 해준 사례다. 마요르카 유니폼을 입고 뛸 때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를 상대로도 거침 없이 돌파에 성공하던 구보는 불규칙한 출전과 짧은 교체 출전 시간 동안 절망감을 느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구보가 경쟁을 이겨내야 뛸 수 있다고 말했지만, 구보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비야레알로 임대 이적한 이유는 안정적인 출전 기회 속에 경기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구보가 에메리 감독에게 속았다고 느껴 지난 11월에 임대 계약 조기 종료를 요구한 이유다. 마요르카에서 활약을 통해 구보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팀의 임대 제안을 받았고, 세비야와는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에메리 감독이 직접 구보를 설득해 행선지가 바뀌었다. 


에메리 감독이 애초에 구보를 속일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스널에서 경질된 이후 비야레알에 부임해 재기를 도모한 에메리 감독은 2020/21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자 라리가 경기에선 구보에게 기회를 주기 보다 경기 성적에 더 집중했다. 이와 맞물려 비야레알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재정 타격의 여파가 길어지면서 구보를 임대 영입하기 위해 임대료 250만 유로, 연봉 250만 유로 등 총액 500만 유로(약 66억 원)를 투자한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2021년 1월 이적 시장에 헤타페로 재임대된 구보. 헤타페 공식 홈페이지

◼︎ 구보 재임대 협상이 순탄했던 이유


구보의 비야레알 임대가 조기에 종료된 것은 원 소속 팀 레알 마드리드, 임대 팀 비야레알, 구보 본인, 그리고 구보 임대를 원하는 팀의 이해 관계가 마찰 없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협상에 10여 일의 시간이 걸렸다. 세부 조건을 맞추는 협의는 있었다. 하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큰 틀에서 무리없이 협상이 진행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구보가 꾸준히 뛸 수 있으면서 임대료 및 연봉 지급 조건을 보전할 수 있는 팀을 찾았다. 구보는 뛰기를 원했고, 비야레알은 구보에 투자한 금액 절반을 다른 선수 영입에 쓰고자 했다. 그리고 마요르카에서 구보가 보여준 기량과 더불어 일본 시장 마케팅에 관심을 가진 팀들이 있었다. 구보의 재임대는 세부 조건만 맞추면 해결되는 협상이었다.


구보가 겨울 이적 시장의 매물로 나오자 세비야, 셀타비고, 레알 베티스, 헤타페, 오사수나 등이 접근했다. 비야레알에서와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세비야, 베티스 등 경쟁이 치열할 수 있는 팀, 오사수나처럼 잔류가 절박한 상황의 팀을 피해 헤타페와 합의가 이뤄졌다. 헤타페는 오래 전부터 레알 마드리드와 선수 교류가 잦았던 마드리드 지역 팀으로 근거리 관찰 및 의견 교환이 가능한 팀이기도 하다.


구보는 헤타페와 새로 임대 계약을 맺자 마자 11일 엘체와 2020/21시즌 스페인 라리가 18라운드 경기에 교체로 출전해 두 골에 관여하며 팀의 3-1 승리에 일조했다. 일자형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강한 압박과 신속한 역습으로 성공 시대를 연 헤타페는 페페 보르달라스 감독 체제에서 '미니 아틀레티코'로 불리는 팀이다. 겨울 이적 시장에 임대로 영입한 카를레스 알레냐(바르셀로나)와 구보의 가세로 중원이 더 젊고 창조적으로 구성됐다. 구보가 자리 잡기에 여러모로 좋은 환경이다.


발렌시아 재계약을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적이 쉽지 않은 이강인. 발렌시아 공식 트위터.

◼︎ 이강인의 이적이 어려운 이유


이강인은 2020/21시즌 레반테와 개막전에서 2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프리시즌 기간부터 신임 감독 하비 그라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듯 했다. 하지만 그라시아 감독이 원했던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보강이 이뤄지지 않자 감독과 구단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라시아 감독은 기술이 우수한 이강인의 수비력을 문제 삼아 직선적인 역습형 공격수를 중용하며 발렌시아 운영진의 이강인 중심 팀 구축 방향에 반기를 들었다.


그라이사 감독은 10월 5일 여름 이적 시장의 문이 닫힌 뒤 사임 의사를 전했으나 발렌시아는 먼저 계약 파기를 요청한 그라시아 감독에게 300만 유로 위약금을 요구했다. 그라시아 감독은 그대로 팀을 이끌었다. 발렌시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 타격으로 전 시즌 주축 선수를 헐값에 매각했고, 대체 선수 영입에도 실패했으며, 그라시아 감독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신할 감독을 영입할 자금이 부족해 꾸역꾸역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강인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상황 속에 발렌시아의 연장 계약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강인의 계약은 2022년 여름까지 되어 있다. 2021년 겨울 이적 시장의 문이 열렸지만 발렌시아가 원하는 수준의 제안이 없고, 이강인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팀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발렌시아는 페란 토레스를 맨체스터 시티로 보낸 것처럼 팀 내 최고 유망주의 헐값 이적을 원치 않지만 지금 이강인의 상황은 높은 이적료를 얻어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2021년 여름 이적 시장이 되면 계약 기간이 1년 남기 때문에 발렌시아의 이적료 기준이 낮아 질 수 있고, 새 시즌 계획에 맞춰 이강인 영입에 적극성을 보이는 팀도 나타날 수 있다.


스페인 현지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최근 언론에 보도된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소시에다드 등 클럽의 영입 관심은 신빙성이 낮다. 실제 스페인 이적 시장에서 이강인의 적정 이적료는 1000만 유로(약 133억 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적료 없이 임대 계약만 체결하면 되는 구보가 새 팀을 찾는 일과 달리 이강인의 경우 발렌시아는 이강인 이적을 통해 원하는 수익이 있고, 아직 덜 검증된 이강인을 최대한 낮은 이적료로 영입하고 싶은 팀의 입장이 다르다. 협상이 매우 까다롭다. 


1월 이적 시장은 어느 새 절반의 시간이 흘렀고, 남은 2주 간 변수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강인의 시즌 중 이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출전 기회를 얻을 때마다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 지 보여주고 있는 이강인의 외로운 싸움이 당분간은 계속될 듯 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헤타페 공식 홈페이지, 발렌시아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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