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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L 인터뷰] 바이에른 잡은 이재성, "PK 성공? 노이어가 반대편으로 가준 덕에.."

정재은 입력 2021. 01. 14. 19:35 수정 2021. 01. 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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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정재은 기자=

“독일에서 이런 사건을 일으켰네요, 하하.”

이재성(28)의 목소리엔 아직도 어제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잠을 한숨도 못 잤다는 그는 아침에 눈을 잠깐 붙일 틈도 없이 부랴부랴 빵으로 배를 채운 후 회복 훈련하러 떠났다. 물론 훈련장 분위기는 안 봐도 비디오다. “또 엄청 난리 나겠죠”라며 이재성은 웃는다.

홀슈타인 킬은 13일 저녁(현지 시각), 2020-21 DFB 포칼 2라운드에서 ‘무려’ 바이에른 뮌헨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 그 중심엔 이재성이 있었다. <골닷컴>은 바이에른을 잡고 포칼 16강에 올라간 ‘사건’을 일으킨 이재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신나고 맛깔나게 대답하는 그를 보며 덩달아 바이에른전을 뛴 기분이다.

GOAL: 축하한다! 잠은 좀 잤나?
“한숨도 못 잤다. 곧 회복 훈련도 가야 한다. 진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꿈을 꾼 기분이다.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 오랜만에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2-0 승) 생각나더라. 진짜 아직까지 안 믿겨진다. 독일전과 바이에른전이 둘 다 비슷한데, 아무래도 바이에른전이 어제여서 더 크게 와닿는 것 같다. 실감이 더 안 난다.”

GOAL: 경기 후 라커룸 분위기는 어땠나?
“평소보다 1시간이나 더 남아있었다. 축제 분위기였다. 무슨 승격한 것 같았다. 무관중이라 팬들이 없는데, 경기장 밖에서 사이렌을 울리고 환호하며 우리를 축하해주고 좋아해 줬다. 말로 표현이 안 된다.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GOAL: 승부차기까지 갈 거로 예상했나?
“솔직히 예상 못 했다. 2-1로 끝날 것 같아서, 그래, 여기까지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수비수 하우케가 그렇게 올라와서 그렇게 골을 넣을 줄 생각도 못 했다. 와... 이게 세상살이도 그렇지만, 축구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된 것 같다. 팀, 선수로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게 많은 것 같다.”

GOAL: 승부차기 때 네 번째 키커로 나와서 찼다. 어땠나?
“사실 내가 찰 줄은 몰랐다. 페널티킥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결정적으로 놓친 적이 있어서 그 뒤로 두려움이 생겼다. 2년 전에도 4부 리그 팀에 승부차기에서 졌다. 감독님이 나에게 5번 키커로 차라고 했는데, 못 차겠다면서 6번 키커로 나서기도 했다. 근데 킬에서 내가 가족같이 지내는 분이 있는데, 올해는 승부차기 트라우마를 꼭 깨보자고 했다. 그 생각이 나서 네 번째 키커로 자신 있게 찬다고 했다. 페널티킥 성공으로 두려움을 좀 극복했다. 이렇게 또 얻은 게 있다.(웃음)”

GOAL: 차기 직전, 눈보라 때문에 공이 살짝 앞으로 흘러가더라. 그런 작은 순간에도 예민했을 것 같은데
“살짝 그런 게 있었다. 그거 보면서 조금 싸한 기분이 들긴 했다. 그래서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고, 최대한 천천히 차자고 했다. 솔직히 제대로 잘 차지는 않았는데 노이어가 반대편으로 가줘서...(웃음)”

GOAL: 바이에른을 상대로 내려서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팀은 올 시즌 경기를 잘 치르고, 좋은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시즌 최고의 팀이었던 바이에른과 경기를 했을때, 과연 우리 플레이가 가능할까? 평소처럼 뛰는 게 가능할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플레이를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힘이 된다. 우리 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우리만의 패스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GOAL: 그래서 경기 후 분위기가 더 좋았을 것 같다. 감독님은 뭐라고 하셨나?
“말이 필요할까. 어제는 너무 다들 좋고 신나서, 말보단 서로 껴안고, 기뻐하느라 바빴다. 좀 더 가족같은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이 한 명 한 명 안아주시는데 뭉클하더라. 실제로 우는 선수도 있었다. 그 경기 끝나고 선수들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 단장, 코치 등 다 한 팀이 된다는 것을 비로소 느꼈다. 작년 이적 기간에 솔직한 마음으로는, 팀에 조금 불만이 쌓여있었지만, 이 경기 승리로 인해, 이런 극적인 순을 통해 그런 작은 불만이 확 사라졌다. 축구선수로서 삶을 살 때, 끝날 때까지 이 기억은 생생히 남을 것 같다.”

GOAL: 어제는 오랜만에 최전방에 섰다. 사전에 세운 전략인가?
“경기 나기기 전 미팅할 때까지 나는 내가 센터포워드로 설 줄 꿈에도 몰랐다.(웃음) 감독님이 절대 말씀을 안 해주신다. 그래서 훈련할 때 좀 힘들다. 이것도 준비해야 하고, 저것도 준비해야 한다. 최소한 두 가지 포지션을 염두에 두고, 비디오를 보고 훈련을 하는데 이번에도 미드필더로 나설 줄 알았다. 근데 또 포워드를 보게 됐다. 평소대로 하려 했는데, 감독님께서 바이에른의 뒷공간을 많이 파고들라고 주문하셨다. 그래서 어제 그렇게 오프사이드가 많이 나온 것 같다, 하하. 역대급인 거 같은데... 어쨌든 결과적으론 이겼으니까, 뭐.(여유)”

GOAL: 손흥민에 이어 독일과 바이에른을 잡은 두 번째 선수다. 축하 메시지 왔나?
“흥민이의 뒤를 이을 수 있어 좋다.(웃음) 쉽게 이룰 수 없는 기록이다. 흥민이와는 평소에도 경기를 자주 서로 챙겨보고, 축하해준다. 이번에도 먼저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다. 오스트리아 대표팀 소집 갔을 때 흥민이가 연락 많이 하라고 하더라.(웃음) 워낙 평소에 연락을 많이 받을 거 같아서 동료들이 연락을 자주 안 하는데, 난 그래도 해주면 좋아할 거 같아서 자주 한다. 대표팀 소집 다녀온 이후 더 가까워진 것 같다.”

GOAL: 니클라스 쥘레, 요슈아 킴미히, 마누엘 노이어, 토마스 뮐러는 나름 구면 아닌가?
“그렇다. 물론 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들이다. 다 너무 좋고, 클래스있는 선수들이다. 독일에서 이렇게 다시 붙어볼 수 있다는 게 커다란 경험이다. 이 경기를 통해 보완해야 하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GOAL: 195cm의 쥘레가 옆에 ‘착’ 달라붙어 꼼짝도 못 하게 하더라. 어땠나?
“무슨 벽에다 대고 축구하는 것 같았다. 피지컬적으로 너무 좋다 보니까... 리그 경기에서는 상대 수비수들이 그래도 버텨볼 만한데, 쥘레는 확실히 힘들더라.”

GOAL: 경기 전 뮐러가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기대했던 모습을 봤나?
“어제 최고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뮐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경기가 어떻게 흐르든 항상 긍정적으로 팀을 위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뛰어주는 점 때문이다.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게, 독일전에서 우리가 90분이 다 되어갈 때 선제골을 넣었는데 뮐러가 그 순간에도 ‘아직 6분 남았다며 제스쳐를 취하더라. 질 것 같은 순간에도 6분이나 남았다고 제스쳐를 취할 수 있는 그런 마인드... 그런 선수가 팀에 꼭 필요하다. 팀에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GOAL: 경기 전 한스-디터 플리크 바이에른 감독은 킬이 잃을 게 없는 팀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다. 진짜 잃은 게 없다는 심정으로 임했나?
“그렇다. 사실 대진표를 받았을 때부터, 물론 이제 와서 말하는 거고 모두 장난이지만, ‘누구랑 유니폼을 교환하겠다’, ‘우리는 그냥 운동화 신고 뛰자’ 이런 농담이 오갈 정도였다. 큰 승리를 이룬 대신 공교롭게도 유니폼은 못 얻게 됐다.(웃음)”

GOAL: 경기 전 이재성의 이름이 계속 주목을 받았다. 분데스리가 홈페이지에도 레반도프스키와 얼굴을 나란히 했다. 부담감은 없었나?
“경기를 앞두고 관심과 기대를 보내주면 항상 기쁘다. 그런데 이번 경기 전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만약 우리가 져도 팬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줄까... 이 경기로 인해 ‘역시 2부는 안 된다’ 이런 판단이 생길 거라는 게 조금은 슬펐던 것 같다. 한 경기로 인해 많은 기대와 관심이 비난으로 바뀔까 두려웠다. 선수로서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고, 감수해야 하는 건 맞다. 또, 어제 경기로 인해 좋은 팀에 이적하는 데 영향을 받으면 좋겠지만 나는 그런 삶은 원하지 않는다. 나에겐 하루하루가 중요하다. 경기를 통해 매주 꾸준히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나를 잘 아는 팀에 가서 도움이 되고 싶지 한 경기로 인해 내게 맞지 않은 팀에 간다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잠깐은 기쁘고 좋겠지만, 그 뒤는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GOAL: 어제 경기를 통해 느낀 점이 많은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은 스킵하고, 앞에서 말하지 못했던 이 경기를 통해 얻은 점을 더 말해달라.

“내가 축구일기에도 적었지만, 이 경기를 통해 나를 보는 게 아니라 우리 팀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좋은 패스 플레이를 하는 좋은 팀이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우리 팀에 대한 자신감이 이번 시즌 치르면서 생겼다. 패스 플레이와 빌드업이 매끄럽게 진행이 돼서 우리가 그래도 2부에선 잘하고 있는 편이다. 아까 말했듯이 우리가 세계 최고 팀에게 가능할까? 그랬는데 가능성을 봤다. 그 점이 너무 좋다. 축구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선수 이후 지도자를 할 때도 전술적인 부분에서 킬에서 하는 축구가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바이에른전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팀을 만나면 자기 전술 고집부리지 않고 막기 바쁘지만, 우리는 기본 틀을 갖고 평소대로 했다. 그게 잘 되어서 좋다.”

“또, 이 경기 통해서 정말 많은 분, 가족도 그렇겠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응원하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게 진짜 감사하다. 경기 후에 많은 연락을 받았다. 아직 다 답을 못했지만 볼 때마다 ‘아, 그래도 주변에 이렇게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시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게 승패를 떠나 더 감사하다. 축구가 뭐라고.(웃음) 앞으로도 더 열심히 축구해야할 것 같다.”

사진=홀슈타인 킬,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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