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아마추어로 출전해 우승 '대이변'
선수들 기량 향상, 점점 바늘구멍
[경향신문]
필 미컬슨(51·사진)은 꼭 30년 전인 1991년 1월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노던 텔레콤 오픈에 아마추어로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는 이변을 연출한다. 미컬슨이 이룬 통산 44번의 PGA 투어 우승 중 첫 번째였다. 그의 천재성에 대해 찬사가 쏟아졌지만 미컬슨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이뤘는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미컬슨 이후 30년 동안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아마추어는 나오지 않고 있다.
콜린 모리카와, 빅토르 호블란과 함께 ‘아마추어 3대 천왕’으로 군림하던 매슈 울프는 2019년 6월 프로 전향을 선언한 뒤 한 달, 3경기 만에 3M 오픈에서 우승했다. 모리카와와 호블란이 울프의 뒤를 따르는 덴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도 아마추어에 있을 때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업적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아마추어로 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모두 7명이고, 미컬슨이 마지막이었다.
미컬슨 이후에도 PGA 투어에서 우승 문턱까지 간 아마추어 선수는 몇 명 있었다. 아일랜드의 아마추어였던 폴 던은 2015년 디 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78타를 치며 공동 30위로 추락했다.
캐나다 출신의 자레드 두 토이트는 2016년 RBC 캐나다 오픈에서 선두에 1타 뒤진 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지만 결국 공동 9위로 미끄러졌다. 지난주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해리스 잉글리시는 2011년 프로 전향 전 전국어린이병원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지만 2부 투어로 PGA 투어 대회가 아니었다.
PGA 투어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아마추어가 우승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애덤 스콧은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뷰에서 “4명의 선수가 각각 5승 또는 6승으로 투어를 지배하거나 타이거 우즈나 비제이 싱처럼 1년에 9번, 10번 우승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면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아마추어들이 이겨야 할 선수들도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프로에 비해 기회가 많지 않고 불규칙적인 것도 아마추어들에겐 큰 걸림돌이다. 모리카와는 “프로는 PGA 투어에서 원하는 어떤 주라도 경기를 할 수 있는 반면 아마추어는 스케줄을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년에 15~20개 대회를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마추어가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점점 낙타의 바늘구멍이 되고 있지만 모리카와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골프는 골프일 뿐이다. 프로냐 아마추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4일 동안 누가 최고의 골프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결코 쉽진 않겠지만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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