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도약' 견인한 배유나 "1년의 재활, 긍정의 힘으로 버티고 버텼다"

이재상 기자 2021. 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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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차 3위, 블로킹 4위, 이동 6위 등 활약
한국도로공사의 베테랑 센터 배유나가 건강한 모습으로 2020-21시즌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오른 어깨 수술, 그리고 1년의 재활.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센터 배유나(32·180㎝)는 피나는 재활을 버텨냈다.

도로공사의 분위기 메이커 배유나가 돌아왔다. 코트서 미소를 찾은 도로공사가 개막 후 1승7패의 부진을 털어내고 처음으로 3위(승점 27·8승12패)로 올라섰다.

도로공사는 23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한 때 최하위에 머물렀던 도로공사의 대반전이다. 1승7패 이후 7승5패의 반전 드라마를 쓰며 '봄 배구'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의 활약과 에이스 박정아의 부활 등이 있지만 이번 시즌 도로공사는 배유나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배유나는 2018-19시즌을 마친 뒤 오른 어깨 수술을 받아 지난 시즌 거의 코트에 뛰지 못했다. 2007-08시즌 데뷔 후 최소인 4경기 출전에 그쳤다.

1년 가까운 피나는 재활을 거쳤고 배유나는 마침내 건강한 모습으로 2020-21시즌 코트로 돌아왔다.

배유나의 존재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유나는 단순히 공격이나 블로킹 이외에도 잔 볼 처리 등 보이지 않는 많은 역할을 해낸다. 배구를 할 줄 아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탄탄한 기본기와 배구 센스가 있는 배유나는 중요한 순간마다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기대와 달리 출발은 좋지 않았다. 개막 후 1승7패할 때까지만 해도 최하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배유나는 23일 뉴스1과 통화에서 "초반에 꼴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전체적으로 6명의 합이 안 맞는 느낌이었다. 팀을 끌고 갈 선수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도로공사는 켈시가 서서히 올라오고, 박정아가 페이스를 찾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세터 이고은이 조금씩 안정을 찾았고, 베테랑 정대영과 임명옥, 배유나가 힘을 보탰다.

배유나는 "고은이가 안정을 찾은 게 가장 큰 것 같다"며 "켈시와 호흡뿐만 아니라 속공 토스도 자신감이 붙었다. 많은 것을 깨우쳤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1년 가깝게 재활에 매진했던 배유나는 이번 시즌 초반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털어내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배유나는 "김종민 감독님께서 '득점 많이 안 해도 되니, 코트에 있는 것만으로 팀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욕심내지 말고 차근차근 하다보면 올라올 것이라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고 웃었다.

어깨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한국도로공사의 배유나(오른쪽 두 번째)가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수술 후 힘든 재활 과정 속에서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긍정의 힘이었다.

배유나는 "선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수술이라 겁도 많이 나고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스스로 잘 될 것이라 믿고 버티고 또 버텼다"며 "이겨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운동했더니 지금은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걱정과 달리 좋은 4라운드가 지났음에도 배유나 스스로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유나는 "시즌을 하다보면 3~4라운드에 조금 떨어질 때가 있었는데 올해는 1년 푹 쉬고 와서 그런지 몸 상태가 좋다"며 "욕심내지 않고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4라운드를 3위로 마쳤지만 도로공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중요한 5~6라운드를 남겨두고 있다. 배유나는 "초반 페이스를 보면 최하위였는데 이렇게 올라온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험 많은 도로공사는 높은 곳에 가면 단기전에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배유나는 "우리 팀에 언니들이 많은데 큰 경기도 많이 해봤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잘 안다"며 "책임감이 강하다. 올라가면 '좀비배구'를 다시 보여 드리겠다"고 미소 지었다.

배유나의 바람은 단 한가지다. 그는 "일단 팀 성적이 가장 우선이고, 다른 무엇보다 몸 안 아프고 시즌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배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이야기 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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