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 호랑이' 이동경 "내 K리그 팀은 울산뿐..이제 우승 없이 안 떠나"

조효석 입력 2021. 1. 25. 06:05 수정 2021. 1. 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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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적 접고 울산과 2023년까지
고향 대구보다 울산 익숙한 '성골 유스'
"우승할 때까지 울산에..꼭 우승한다"
울산 현대 이동경이 지난해 11월 26일 카타르 유니버시티 피치 훈련장에서 카메라를 향해 익살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우승할 때까지 남는다 생각하려고요.”

울산 현대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팀 기대주 이동경(23)의 지난해는 유독 굴곡이 심했다. 연초 올림픽대표팀에서 엄청난 활약으로 아시아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올림픽이 연기되는 좌절을 맛봤다. 팀은 리그와 FA컵 우승을 목전에 두고 연달아 좌초했고, 자신은 해외 이적을 추진했다가 계약이 예기치 않게 어그러졌다.

성인대표팀 소속으로 치른 ‘스페셜매치’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올림픽대표팀 평가전에서 다시 골을 넣으며 주가를 높였지만 이후 카타르에서 구단 훈련 중 부상을 당해 귀국해야 했다. 다행히 마무리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이었지만, 끝을 함께하지 못한 이동경에게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시즌이 끝나고 울산은 홍명보 감독의 부임과 함께 팀이 개편돼 많은 선수가 빠져나갔다. 이동경 역시 다시 해외 이적을 추진했지만 결국 구단에 남아 다시 우승에 도전하기로 결심, 지난 19일 울산과 2023년까지 계약을 2년 더 연장했다. 지난 21일 국민일보와 통화한 이동경은 “힘들었던 적도 있지만 덕분에 정신적으로 단련됐다. 그런 경험도 돌이켜보면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기회였던 듯하다”고 웃었다.

호랑이, 호랑이굴에 남다

이동경이 지난해 7월 25일 상주 상무를 상대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불과 얼마 전까지 이동경의 해외 이적은 팬들에게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시즌 도중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보아비스타 이적 직전까지 갔다가 에이전트 문제로 어그러진 바 있다. 시즌 종료 뒤에도 과거 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이 뛰었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이적설이 나왔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 기대만큼 출장 못 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됐다.

새로 부임한 홍 감독은 떠나려던 그를 붙잡았다. 이동경은 “감독님이 오시기 전부터 이적을 생각해왔다”면서 “면담을 요청하고 말씀을 드렸는데 저를 잘 성장시키고 싶다며 남아달라고 하셨다. 며칠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며칠 뒤 다시 면담 자리에서 말씀드렸는데 그래도 꼭 남아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도 ‘다른 사람도 아닌 홍명보를 어떻게 거절하냐’고들 말해줘서 결심했다”고 복기했다.

결심에 결정적이었던 건 홍 감독의 한 마디였다. 이동경은 “감독님이 ‘네가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과거 선수 생활 막바지 MLS에서 뛴 적이 있다. 이동경은 “거기(MLS)에서 뛰는 것보다는 나와 함께할 때 네가 더 잘 성장할 수 있다, 널 성장시켜 줄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시즌, 그리고 김도훈 감독

울산 현대 이동경(왼쪽)이 2019년 2월 19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페락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김도훈 감독에게 달려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 울산 팬들이 이동경을 보는 시선에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많았다. 잠재력을 지닌 데다 울산 1군 첫 시즌을 거치며 적응도 마쳤기에 많은 시간 뛸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러지 못했다. 시즌 초부터 전북 현대와 치열한 우승경쟁을 벌이던 베테랑 군단 울산에서 이동경에게 주어진 기회는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때문에 이동경의 이적설이 나왔을 때도 많은 팬은 그를 비토하기보다는 안쓰럽게 생각했다.

이동경은 “힘들었겠다고 말씀들 하시지만, 솔직히 나쁜 기억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선수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제가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떠난 김도훈 감독님도 성장하도록 무척 도움을 주셨다. 매우 감사한 분”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지난해 9월 대구 FC전 교체투입 뒤 아웃 사건 관련해서도 “이후에 감독님과 얘기했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다 설명을 해주셨다”면서 “이기지 못해서 아쉬웠을 뿐 감독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김 감독에게서 배운 건 ‘자신감’이다. 이동경은 “감독님은 무엇보다 경기장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항상 말씀해주셨다”면서 “팀에 베테랑 형들이 많아 기가 죽겠다고 생각하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선수로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대표팀에서 김학범 감독님도 ‘배짱 있게, 자신 있게 하라’고 자주 그러시는데 과거 두 분이 감독과 코치로 함께 하셔서인지 운동 방법론이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이동경은 ACL 우승 뒤 김 감독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전화와 메신저로 대화를 했다. 새해에도 안부 문자를 주고 받았다. 그는 “비록 조별예선 1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함께 우승한 걸로 생각하고 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울산에서 언젠가 밥 한 번 사달라고 부탁드렸다. 울산뿐만이 아니라 감독님 계신 곳 어느 곳이든 찾아가서 한 번 얻어먹을 생각”이라면서 웃었다.

잠시 내려놓은 태극마크

이동경이 지난해 10월 12일 성인대표팀에 데뷔해 올림픽대표팀 동료들을 상대로 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이 득점 도움은 올림픽대표팀 단짝이자 울산 현대 동료가 된 이동준이 기록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동경은 현재 카타르에서 당한 왼쪽 무릎 내측인대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구단의 클럽월드컵 일정 뒤 휴가를 마치고 동료들이 복귀할 때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진행 중인 올림픽대표팀 훈련에 합류 못한 것도 부상 때문이다. 그는 “카타르 합류 전에 이집트에서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를 할 때부터 상태가 안 좋았다”면서 “비행기 이동이 잦았던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정상 컨디션을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대표팀 동계훈련에서 주장을 새로 맡은 대구 FC 수비수 정태욱의 이름을 꺼내자 그는 반가운듯 웃음부터 터뜨렸다. 둘은 끈끈한 올림픽대표팀 동료들 사이에서도 유독 가까운 사이다. 그는 “거의 맨날 연락한다. 엊그제는 얘가 나약하게 감기몸살이나 걸려서 힘들고 아프다고 하더라”라면서 대구 사투리로 “그럴 거면 그냥 집에 가라고, 짐 싸서 집에 가라고 했다. ‘이런 나약한 정신으로 팀에 있을 수 없습니다’하고 나오라고 했다”면서 웃었다.

이동경은 “울산 선수 중에 이번 올림픽대표팀 훈련에 못 간 선수들이 많다. 다들 아쉬워하고 있다”면서 “태욱이(정태욱)가 혼자서도 동생들 잘 이끌고 준비해주는 거 같아서 고맙다”고 칭찬했다. 그는 “태욱이는 무척 긍정적인 친구라서 믿음직스럽다”면서 “제주도 가서 연습경기도 많이 할 텐데 다른 동료들과도 발 잘 맞추라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김학범 감독 역시 개인적으로 연락해 회복부터 잘하라며 챙겨줬다고 고마워했다.

발톱 세우는 호랑이

이동경이 지난해 8월 30일 FC 서울과의 경기 전 게토레이 G 모멘트 어워드를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은 홍명보 감독 지휘 아래 다음 시즌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전력을 가다듬는 중이다. 울산에 새로 합류하는 선수 중에는 지난해 성인대표팀에 함께 데뷔해 첫 골 도움을 받은 올림픽대표팀 단짝 이동준도 있다. 이동경은 “동준이 형(이동준은 이동경과 같은 1997년생이지만 2월에 태어나 흔히 말하는 ‘빠른년생’이다)과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저랑 마음도 잘 맞고 축구 스타일도 서로 잘 안다”면서 “서로 장점 살려줄 선수가 온다는 건 선수로서 무척 기쁜 일이다. 개인적으로 엄청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직 울산에서 공식 우승기록이 없는 그가 새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는 단단하다. 그는 “여기서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면서 “울산 같은 팀이라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다른 팀에서 우승하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동경은 그간 자신을 믿어준 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때까지 울산 말고 국내에서 다른 팀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적을 해도 외국으로 가고 싶어 했지 국내 다른 팀으로 이적을 알아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이적 이야기가 나오면서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면서 “팬들 입장에서는 팀을 항상 떠나려 했던 선수라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항상 예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계약을 연장한 2023년까지 어떻게든 우승한다는 각오인지 묻자 “그렇다”라면서 “우승할 때까지 (울산에) 남는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 응원해준 건 당연히 경기장에서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 팀이 우승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우승할 수 있게 다시 열심히 뛸 테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응원해달라고, 또 그래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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