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버리고 떠났던 신세계, 야구로 돌아온 이유는

김희선 입력 2021. 1. 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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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3일, 신세계는 구단 하나를 접.었.다. 여자프로농구 출범 때부터 운영해온 부천 신세계 쿨캣을 15년 만에 말 그대로 '접어버렸다'. 당시 배포된 보도자료의 제목도 '신세계, 여자프로농구단 쿨캣 접는다'였다.

일방적인 통보였고, 하루아침에 팀이 없어진 선수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다행히 하나금융그룹이 신세계를 인수하면서 팀 해체 위기를 면했지만, 신세계의 전격 해체 선언이 남긴 충격파는 컸다.

9년 전 스포츠팀 하나를 접어버렸던 신세계가 프로스포츠에 다시 뛰어든다. 신세계는 26일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는 데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심의를 통과한 뒤 총회에서 재적 회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는 등의 절차를 거치면 SK 야구단은 신세계 이마트 야구단으로 새로 태어난다. 신세계 측은 이미 창단 준비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하고, 4월 개막하는 2021시즌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전속결이다. 이번 매각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된 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대한컬링경기연맹과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등 비인기 스포츠를 후원해왔다. 야구 등 프로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꾸준했다. 신세계 이마트의 특성을 살려 스포츠와 유통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선도 많다.

9년 전 신세계 쿨캣을 단번에 해체한 전적이 있는 만큼, 신세계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농구계 관계자는 "당시 신세계는 금융권 중심의 리그 운영에 한계가 있다며 해체를 선언했다. 아무래도 보험·은행 팀 위주로 리그가 구성되다 보니 신세계가 어울리기 힘든 점이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신세계는) 꾸준히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었고 '발을 빼려고 이러나' 싶은 부분도 있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가 당시 여자농구단 해체를 결정했을 때 내부적인 요인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무엇보다 팀을 운영하는 게 큰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지 않았나 싶다. 야구단 인수는 인기 스포츠의 특성을 살려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목적이 있지 않겠나"라고 짚었다.

신세계 이마트 인수 소식이 알려진 뒤 야구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마트 합성 유니폼. 엠엘비파크

이 관계자는 이어 "여자농구 시절엔 해체 결정 자체도 그랬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당시 연고지였던 부천시에선 신세계와 이마트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프로야구 인기가 높은 만큼 신세계 쿨캣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가운데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가 불러올 '나비효과'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한 관계자는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신세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전자랜드가 새 주인을 찾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농구 인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농구단은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비용 고효율'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다. 이 관계자는 "SK가 야구단을 매각한 건 (프로스포츠 전체에) 위험요소로 인식될 수 있다. 반대로 프로스포츠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역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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