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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일'하지 않은 류지현 감독 "연봉조정, 구단과 선수는 적이 아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입력 2021. 01. 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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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LG 감독. LG 트윈스 제공


류지현 LG 감독은 그동안 프로야구 연봉조정신청 역사의 ‘유일한 승리 선수’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언급될 때마다 “다음 선수가 빨리좀 나오면 좋겠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곤 했다.

선수 류지현은 2002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당시 연봉 고과 1위였던 류지현의 전년도 연봉은 2억원, LG 구단은 1000만원 삭감한 1억9000만원을 제시했다. 류지현은 2억2000만원을 주장하며 조정 신청을 냈고 프로야구 출범 20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한 선수로 기록됐다.

선수가 구단의 고과 시스템에 논리로 반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에 류지현의 첫 승리는 큰 화제가 됐다.

당시에는 오로지 선수 혼자 준비해야 했다. A4지 6매 분량의 근거자료를 제출했던 류지현 감독은 “선수로서 제출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는 않았다. 준비는 다 직접 했는데 운 좋게 가족 중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던 분이 계셔 서류 양식을 만드는 데는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고 떠올리며 “구단의 복잡한 고과 기준을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팀내 야수 고과 1위의 연봉 삭감이 정당한가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류지현의 승리’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후 2011년까지 많은 선수들이 연봉 조정을 신청했지만 웃는 선수는 없었다. 꼭 누가 승리하느냐의 문제보다는 연봉조정신청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분위기부터가 그대로였다. 그래서 다시 멈췄던 KBO의 연봉조정이 19년 만에 또 큰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연봉조정위원회를 열어 KT 투수 주권의 연봉을 선수가 주장한 2억5000만원으로 조정하면서 드디어 ‘2호 승리 선수’가 생겼다. 류지현 감독은 이제 ‘유일’이라는 수식어를 뗐다.

이번 연봉조정위원회 결과는 주권이 구단을 이겼다거나, 연봉 3000만원을 더 받게 됐다는 사실이 아니라 유명무실해져 있던 연봉조정신청제도가 다시 숨쉴 수 있게 됐다는 가능성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류지현 감독은 “두번째 선수가 어서 나오면 좋겠다고 했던 것은 프로야구가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있는 제도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였다”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시대의 흐름상 이제 그 정도 분위기는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봉조정신청을 선수와 구단 사이의 ‘싸움’으로 보는 시선이 가장 위험하다. 선수들이 조정신청제도를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또 하나의 핵심 이유이기 때문이다.

긴 세월을 지나 이제는 사령탑이 된 류지현 감독 역시 그 부분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류지현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연봉조정으로 간다고 해서 구단과 선수가 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결과를 그저 결과로 받아들이되 후유증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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