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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아저씨? 야반도주? 신세계를 바라보는 두 시선

고봉준 기자 입력 2021. 01.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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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 과거 WKBL 구단 전격 해체로 비난

-최근에는 여자축구 100억원 후원으로 큰손 자처

-“기업 규모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마케팅 찾더라”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신세계그룹이 KBO리그로 뛰어든다는 소문은 이제 현실이 됐다. 신세계그룹은 26일 SK 와이번스 구단 인수를 공식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인수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굴지의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신세계그룹이 KBO리그로 뛰어들기로 하면서 야구계에선 기대와 우려의 상반된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스포츠 사이의 여러 연결고리 때문이다.

신세계는 과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원년 멤버로 참가했다. 그룹 역사상 유일하게 남아있는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이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1997년 태평양화학을 인수해 신세계 쿨캣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어 2006년 연고지를 광주에서 부천으로 옮긴 뒤에도 계속 명맥을 이어갔다.

이 시기 명문의 입지도 함께 다졌다. 이문규 감독과 에이스 정선민 등을 앞세워 1999년 겨울리그 우승과 2000·2001년 여름리그 우승, 2002년 겨울리그 우승을 차례로 달성했다.

그런데 2012년 4월 농구계가 발칵 뒤집히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세계가 예고도 없이 구단 해체 통지서를 WKBL로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를 잘 기억하는 농구계 관계자는 “선수단 대부분이 휴식을 취하던 비시즌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신세계에서 ‘다음 시즌부터 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는 공문을 WKBL로 보내왔다. 인수 기업이 있던 것도 아닌 터라 충격이 컸다”고 회상했다.

▲ 부천 신세계 시절의 김정은. ⓒWKBL

당시 WKBL은 6개 구단 체제로 운영 중이었다. 그러나 신세계의 해체로 근간 자체가 흔들릴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인수 기업(당시 하나외한은행)이 나타나서 파행은 막았지만, 농구계는 신세계의 ‘야반도주’를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당시 신세계그룹 안팎에서 ‘WKBL이 너무 금융권 구단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유통권 구단으로서 소외감을 느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알고 있다. 또, WKBL 구단 운영 대신 2018평창동계올림픽 후원과 컬링국가대표 지원으로 출구 전략을 짰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이유야 어찌 됐든 농구계로선 떠올리기 싫은 인연임은 분명하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비난 속에서 WKBL을 떠난 신세계그룹은 이후 스포츠와 깊은 관계를 맺지는 않았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컬링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기업 규모가 몰라보게 성장하면서 스포츠로 다시 시선을 돌리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여자축구국가대표팀 후원이다.

▲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왼쪽)과 이갑수 신세계이마트 사장이 2019년 5월 20일 공식파트너 협약을 맺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신세계그룹은 2019년 5월 대한축구협회와 공식 후원 파트너 협약을 맺고 2024년까지 여자축구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를 위해 1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례 없는 파격적인 파트너십이었다. A매치와 월드컵 등으로 인기를 누리는 남자축구가 아닌,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는 여자축구를 대규모로 후원하는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계약을 주도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포츠를 택했다고 보면 된다. 당시 컬링과 같은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면서 상당한 효과를 봤던 시기였는데 마찬가지로 재정이 넉넉지 않던 여자축구 이야기를 접하고 메인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키다리아저씨’를 자처한 신세계그룹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게 된 여자축구는 실제로 그 후광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선수단 운용부터 친선경기 유치 등 경기력 향상을 위한 여건이 나아졌고, 유소녀축구 지원도 폭이 커지게 됐다.

신세계그룹 역시 후원 효과를 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에서도 여자축구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콜린 벨 감독을 비롯해 지소연과 조소현 등 스타플레이어들을 활용한 마케팅을 늘려가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SK 구단 인수 소식을 접한 체육계 인사들은 모두 같은 반응을 보였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을 바라보는 스포츠계의 시선은 상반된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과거 이력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은 다르다. 무작정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도 않겠지만, 플랜 없이 구단을 운영하지도 않으리라고 본다. 야구단 운영 예산은 1년에만 수백억 원이 든다. 십수 년 사이 굴지의 재벌로 성장한 신세계그룹이 제대로 야구단을 운영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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