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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매각 손익계산? 신세계·SK '윈윈'

이정국 입력 2021. 01. 26. 18:06 수정 2021. 01. 2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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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매각 배경

신세계
온·오프 고객 통합 비전과 맞아
오래 전부터 야구단 인수 관심
체험 유도해 소비로 잇는 전략
구단 이름·캐릭터 등 조만간 확정

SK
최태원 회장, OCA 부회장 선임돼
국제 아마추어 스포츠 영향력 확대
협회장 맡은 핸드볼 계속 지원 등
소외 종목 균형 발전 목표 세워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SK행복드림야구장에서 한 어린이 야구팬이 랜선 응원을 펼치고 있다. SK와이번스 제공

21년 역사의 프로야구 에스케이(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이하 신세계)에 매각된다. 매각 대금은 1353억원. 에스케이텔레콤이 소유한 구단 주식 1백만주가 1000억원이고 나머지는 강화도에 있는 2군 야구장 및 숙소 등 부동산 가격이다. 순수 야구단 가격은 1000억원인 셈. 와이번스 코칭 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도 모두 고용 승계된다. 에스케이와 신세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MOU)를 26일 체결했다. 본 계약은 내달 23일에 이뤄진다.

이번 계약은 양쪽 기업의 극소수를 제외하곤 전혀 알지 못했던 ‘비밀작전’이었다. 복수의 기업 및 야구 관계자는 이날 “소문조차 없었다.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리 소문이 새면 ‘딜’이 깨지기 때문에 보안 유지가 철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케이 와이번스 야구단 내부 충격은 그래서 더 크다. 모기업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야구단이 매각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벌써 4월 개막하는 2021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그룹 차원의 창단 준비 실무팀이 구성됐고, 구단 이름·엠블럼·캐릭터 등도 조만간 확정한다. 구단 주인뿐만 아니라 야구단의 상징도 바뀌는 셈이다. 다만 연고는 인천광역시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인천 야구’의 상징성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미 에스케이 구단과 인연을 맺어왔다. 에스케이 안방 구장인 인천 행복드림구장 외야에 2015년부터 이마트 바비큐존을 설치했고, 2019년엔 스카이박스를 이마트 브랜드룸으로 운영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꽤 오랜 기간 동안 야구를 통한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온 셈이다. 와이번스 인수는 스타필드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 사업에 투자했던 최근 신세계의 전략과도 닿아있다. 단순한 홍보가 아닌 고객의 체험을 유도해 소비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정 부회장은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점을 앞두고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신세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갑자기 야구단 인수를 결정할 수는 없다. 야구단 인수에 관심을 가진 기간이 꽤 길다”며 “온·오프 고객의 통합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비전과 야구 산업이 잘 맞는다.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기회가 생겨 인수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야구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그동안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 구단 인수에도 관심을 보였으나 두산과 히어로즈 모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그룹 관계자들의 야구단 운영 의지가 강하고 히어로즈는 현재 수감중인 이장석 전 대표를 비롯한 구단 지분 관계가 복잡한 편이다.

에스케이의 경우 지난해 야구단이 창단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낸 것이 매각의 결정적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팀 최다 연패(11연패)를 당하면서 한화와 꼴찌 경쟁을 하는가 하면, 2군 선수들의 음주운전·폭행 사건이 터져 기업 윤리를 중시하는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관중을 받지 못하면서 적자에 허덕였다. 그룹 내부에서도 “차라리 자선 사업을 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에스케이는 향후 핸드볼 같은 소외 종목 지원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날 에스케이텔레콤은 다양한 스포츠 균형 발전과 국내 스포츠의 글로벌 육성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할 ‘대한민국 스포츠 육성 TF’를 발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단독 출마해 연임하면서 지속적 지원 의지를 밝혔다. 또 아시아 전역의 스포츠 단체를 총괄하고 아시안게임을 담당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부회장에 선임되면서 국제 스포츠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최 회장의 행보에 프로야구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야구단 인수가 마무리 되기까지 몇가지 절차가 남았다. 내달 양쪽의 본 계약이 끝난 뒤 케이비오(KBO)에 구단 인수 신고를 해야하고, 케이비오는 이를 심사한다. 케이비오 규정상 구단의 매매나 양도는 시즌 개막 전년도 11월30일까지 신고하도록 돼 있어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케이비오 관계자는 “규정상으로 보면 구단의 인수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신세계 쪽이 서류를 제출하면 왜 신고가 늦었는지 등에 대한 소명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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