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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2호 선수 승리, 어떻게 가능했나' KBO 연봉조정위원에게 물었다 [엠스플 인터뷰]

배지헌 기자 입력 2021. 01. 26. 18:55 수정 2021. 01. 2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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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열린 KBO 연봉조정위원회, 역대 두 번째 선수 승리
-KBO, 공정성에 초점 맞춰 위원회 구성…중재 전문가 대거 참여
-이재경 교수 “시행착오 있었지만, 과거보다 진일보해…시스템 확립 계기”
-“과거 조정위는 기울어진 운동장, 이번 조정위에서 크게 개선됐다”
 
중재 전문가이자 현직 변호사인 건국대 이재경 교수(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리그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다. 10년 만에 열린 KBO(한국야구위원회) 연봉조정위원회에서 KT 위즈 투수 주권이 승리했다. 2002년 LG 트윈스 류지현 이후 선수가 연봉조정위에서 승리한 역대 두 번째 사례가 나왔다.
 
주권 이전까지 KBO 연봉조정위원회는 번번이 구단 승리로 끝났다. 총 20차례 열린 조정위에서 선수 측 성적은 1승 19패. 2011년 ‘타격 7관왕’ 이대호가 패한 뒤로는 그 누구도 조정위원회까지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구단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운동장에서 싸워봐야 승산도 없고, 불이익만 받는다는 패배 의식이 선수들 사이에 팽배했다. 
 
그러나 이번 주권 연봉조정위원회는 달랐다. 1월 25일 열린 조정위는 2억2천만 원을 제시한 KT 구단과 2억5천만 원을 제시한 주권 가운데 선수 쪽 손을 들었다. KBO 관계자와 구단 출신 인사로 구성했던 과거의 조정위원회와 달리 조정 또는 중재의 경험이 있는 법조인, 스포츠 구단 운영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들로 공정한 위원회를 구성한 게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데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엠스플뉴스는 이번 조정위원회에 참가한 위원 가운데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이재경 교수로부터 조정위원 참여 계기와 조정위 진행 과정, 이번 위원회 결정의 의의에 대해 들어봤다. 이 교수는 현직 변호사로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과 콘텐츠 분쟁 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10년 전 이대호 연봉조정위원회 당시 대리인 제도 도입과 조정위원회 개선 필요성을 앞장서서 주장한 스포츠 법률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번 조정위, 과거 주먹구구식 벗어나…공정한 위원 구성·시스템 확립 계기”
 
역사적 결정의 주인공이 된 주권(사진=엠스플뉴스)
 
이번 KBO 연봉조정위원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KBO로부터 위촉을 받았습니다. 5명의 조정위원 가운데 한 분은 선수 측, 다른 한 분은 구단 측에서 추천했고 나머지 3명은 정지택 KBO 총재님이나 KBO의 섭외로 참여했습니다.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 오셨죠.
 
10년 전 롯데 이대호 선수 연봉조정위원회 당시 각종 세미나에 참석했고, 스포츠 법률 관련 논문도 여러 건을 작성했습니다. 다만 이번처럼 KBO와 직접적으로 연결돼서 일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콘텐츠 분쟁 조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기존에 하던 중재, 조정 업무와 이번 연봉조정위원회는 어떤 차이점이 있던가요.
 
일단 아셔야 할 게 중재와 조정은 차이가 있습니다. 중재는 구속력이 있는 판정을 내리는 절차입니다. 일종의 법원 재판에 가깝습니다. 반면 조정은 양쪽이 조금씩 양보하게 이끌어서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협상안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조정은 가끔 실패하는 때도 있습니다. 양쪽 견해차가 크면 결렬되는 때도 있죠. 
 
그렇군요.
 
그런데 연봉조정위원회는 ‘조정’이란 명칭과 달리 선수 측 제안과 구단 측 제안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조정’과는 의미가 다른 거죠. 하나의 판정을 내리는 일이니까 중재 쪽에 좀 더 가깝습니다.

과거에는 연봉조정위원회를 KBO 총재가 임의로 구성했습니다. 이번처럼 조정위원 선정 기준과 판단 기준을 정해놓고 위원회를 개최한 건 처음입니다.
 
사실 예전의 조정위원회는 조정을 위한 기본적 틀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면이 있었죠. 물론 이번에도 다소간의 시행착오는 있었습니다. 조금 불편하거나, 나중에 개선하면 좋겠다 싶은 부분은 있었죠. 그래도 이번 조정위는 인적 구성 면에서 공정했고, 양쪽 얘기를 들어보면서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시스템이 자리 잡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 시스템을 고쳐나가면서 개선해 간다면, 장차 한국야구에서도 메이저리그처럼 신뢰받고 효율적이고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정위가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KBO에선 조정위원회를 앞두고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마련했습니다. 판단의 근거가 되는 항목과, 판단 근거가 될 수 없는 항목을 구분했는데요. 실제 조정위에서도 이런 근거에 따라 회의가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예, 조정에 반영해야 할 항목과 반영해선 안 될 항목을 사전에 공지 받았습니다. 조정을 진행하는 중에도 위원들 간에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주지시키면서 반영해선 안 될 것들은 철저하게 배제하려고 했습니다. 또 반영해도 좋은 부분은 공정한 범위 내에서 반영했습니다. 
 
예전 조정위원회는 뚜렷한 판단 기준이 없다 보니 구단 자체 고과를 근거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구단 고과가 대외비다 보니 선수 측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예전보다 KT 구단에서도 많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과거보다 많이 공개했습니다. 선수 측 대리인으로 나선 변호사도 논리적으로 자료를 잘 준비해서 제출했고요. 과거 기울어진 운동장의 불공정성이 이번엔 많이 개선됐다고 봅니다. 물론 여전히 구단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진 게 사실이고, 구단이 임의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에 아직 100% 공정한 게임이라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조정위원 구성과 자료 공개 측면에선 10년 전에 비해 큰 발전이 있었다고 자평합니다.
 
조정위원 5명 모두 연봉조정위원회 참여는 처음인 데다, 제한된 시간 안에 결과를 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어땠습니까.
 
기본적인 자료는 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미리 전달받았습니다. 위원회에선 구단과 선수 측이 각기 약 30분 정도 의견을 피력하는 시간이 주어졌고요, 그 시간과 비슷하게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2시에 시작해 5시까지 치열하게 보고 듣고 검토해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시간에 쫓긴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봉조정위원회가 됐습니다. 야구계나 팬들 사이에서도 이번 조정위 결과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선수들의 권익이 공정하게 보호받는 환경, KBO리그가 프로답게 선진화되는 계기, 시스템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KBO에서 이번 조정위를 토대로 향후 연봉조정위원회 관련 규정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나중에 또 연봉조정위원이 돼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참여할 의향이 있습니까.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야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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