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People] 삼성 라이온즈 이원석

조회수 2021. 2.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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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라는 노랫말처럼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내일의 자리가 영원할 거라 자만하지 않았기에 쉬지 않고 달렸고, 그렇다고 내리막길만 있을 거라 속단하지 않았기에 포기란 없었다. 누군가는 그의 반짝 활약을 가리켜 이후의 시간을 가볍게 치부했으나 그는 빛나지 못했던 순간에도 줄곧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이원석은 스스로를 조용히 묻어가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가 떠난 자리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으므로 마냥 조용히 존재했던 것이 아니고 누구의 그림자에 묻어갔던 것도 아니다. 그렇게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단순히 나이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고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황유빈 Location 더그아웃 매거진 스튜디오


#푸른빛 인연

안녕하세요. 햇수로 2년 만에 만났습니다! 팬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1월 22일 인터뷰)

2년 만에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자주 뵈면 좋겠는데 그럴 기회가 흔치 않아서 아쉽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시즌인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요즘은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야구장에 나가서 기본적인 체력 훈련과 기술 훈련을 병행하고 있어요. 그 외의 시간은 가족과 보내고 있습니다.

2021년이 20일 정도 지났어요. 야구 외적으로 새해에 꼭 이루고 싶었던 목표나 다짐했던 게 있나요?

특별한 건 없고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다기보다는 코로나19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뭘 하든지 할 수 있으니까 이 상황만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 상황이 해소된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가족이랑 여행도 가고 싶고요. 밖에서 마스크도 안 쓰고 좀 편안하게 돌아다니고 싶어요. 지금은 갈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고 답답하게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녀야 하니까 거의 집에만 있는 편이에요.

얼마 전 FA 재계약 소식을 전했어요. 이제 또다시 삼성맨으로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신경 쓰는 부분이 있을까요?

일단 구단에서 먼저 제안을 해줬고, 삼성 라이온즈란 팀에서 다시 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작년에도 느낀 건데 선배로서 팀 후배들을 잘 이끌어 주지 못해서 챙겨주려고 했거든요. 근데 개인적으로 FA가 있으니까 저도 사람인지라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올해는 이제 계약도 했으니까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의 고참으로서 중심을 잡아주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서 더 강한 팀으로 가는 버팀목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다가오는 시즌부터 절친인 오재일과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어요.

정말이지 몇 년 만에 함께 야구를 하게 됐죠. 두산 베어스에서 같이 지낼 때 즐겁고 행복하게 야구를 한 기억이 있어서 항상 얼굴 볼 때마다 다시 꼭 만나자고 했어요. 그게 이제 현실이 됐고 그때의 기억을 살려서 재밌게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오재일이 “나를 두고 떠나지 마라” 하며 붙잡았다고 했죠. 그 말이 잔류하는 데에 몇 퍼센트 정도 기여했나요?

재일이가 우리 팀으로 올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진짜 오면 좋겠다는 얘기를 먼저 했고요. 재일이도 저한테 남아서 같이 하자는 말을 했어요. 재일이가 크게 기여했죠. 물론 제가 좋은 조건을 제시받으면서 이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고요. 또, 삼성이란 팀에 갖는 애착과 재일이가 했던 말이 모두 합쳐져서 제 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봐요.

덕분에 다시 3루수로 돌아가게 됐어요.

아직은 훈련을 안 해봤으니까요. 2월부터 훈련을 하게 되면 제가 던지는 걸 재일이가 받아주는 상황들이 생길 건데 그건 그때가 돼봐야 와닿겠죠. 지금까지는 제대로 훈련을 안 해봐서 실감이 안 나요.

개인 한 경기 최다 8타점, 600타점, 1,100안타 등 꾸준히 기록을 세웠던 한해였어요. 2020시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순간은 언제예요?

우선 좋았던 경기는 8타점 기록한 경기예요. 근데 작년 한 해는 홈런을 치거나 안타가 나와도 제 마음에 들었던 적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잘 쳐서 홈런이 됐다 싶은 거나, 치고 나서 ‘와, 좋았다’ 하는 느낌이 썩 없었죠. 그만큼 심리적인 부담이 좀 커서 왔다 갔다 했던 게 많았어요. 올해는 초반부터 시즌 마지막까지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 작년 시즌을 평가해보자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나요?

작년은 한 4, 50점 정도밖에 줄 수 없을 듯하네요. 개인 성적도 그렇고 팀 성적도 안 좋았으니까요. 그 외적으로 후배들도 잘 보살펴주지 못해서 그 정도의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몇 점 정도의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요?) 마음 같아서는 100점의 선수가 되고 싶죠. 그런데 한순간에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올 시즌에는 딱 두 배 정도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8, 90점 정도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통산 123홈런 가운데 4년간 삼성에서만 70홈런을 기록했어요. 푸른색 유니폼의 버프인가요?

이적하고 첫 시즌을 끝낸 다음에 장타를 치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 몸에 변화를 만들어봤고, 스윙에도 변화를 줘봤어요. 그 덕분에 2018시즌에 제가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는 좋은 성적이 나왔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윙도 커지고 몸도 좀 더 커지다 보니까 예전과 비교해서 생각만큼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깨달은 게 있는데 무조건 몸을 키우는 것보다는 공을 정확히 맞히는, 타격에서의 정확성이 있다면 충분히 장타가 나올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믿음이 있어서 이전보다는 더 날렵하게 하려고 합니다.

은퇴 전까지 꼭 이루고 싶다던 200홈런을 달성하게 되면 하고 싶은 세리머니나 공약이 있을까요?

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 작년에 더 쳐야 했는데 예상보다 많이 안 나와서. (한숨) 은퇴하기 전까지 200개를 치고 싶긴 하죠. 만약에 친다면…. 음, 아직 제가 200개를 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안 해봐서 한번 고민해보고 다시 말해드리겠습니다.

잔부상도 있었고 몸 관리가 중요한 때잖아요. 특히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이 있나요?

재작년까지는 근육 부상이 많았는데 작년에는 타구에 맞는 거로 아팠기 때문에 그다지 큰 부상이 없었거든요. 어차피 맞는 것도 선수 실력이니까 따로 특별히 관리하는 건 없고요. 시즌 끝까지 최대한 안 아프게 오래 경기할 수 있도록 겨울에 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물론 팀 내에서 많은 후배가 기특하겠지만, 그중에서도 꼭 칭찬해주고 싶거나 눈길이 가는 선수를 한 명만 뽑는다면요?

와, 한 명만 꼽기 어려운데. 한 명만요? (작년 시즌으로 한정해볼까요?) 2020시즌은 (박)해민이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주장이란 타이틀도 달았고, 그 전년도에 성적이 안 좋았잖아요. 그리고 작년 초반에도 부진한 모습을 좀 보여주게 되니까 되게 열심히 하더라고요. 경기 외적으로도 준비하고 연구도 해서 지난 시즌에는 좋은 성적이 나왔어요. 역시 연습한 만큼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봅니다.

박해민이 주장이어서 좋은 점과 개선해줬으면 하는 점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주세요!

해민이가 생각보다 잘해요. 자기 할 일도 바쁠 텐데, 후배들뿐만 아니라 선배들도 챙기고 중간에서 역할을 잘하더라고요. 주장이라는 자리가 참 힘든 자리인데, 힘든 내색 한 번 안 하고 아주 열정적으로 하니까 저랑 (강)민호 형, (우)규민이 형이 다 고마워하고 있어요. 형들이 못 하는 것까지 다 해주다 보니까 아주 기특하죠. 주장을 하는 1년 동안 불평불만이 있었던 건 단 하나도 없어요. 그만큼 잘 수행해줬어요.

삼성에 온 뒤 스스로 가장 달라진 부분은 어떤 건가요?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는데 운동하는 방법을 좀 알게 됐죠. 그리고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경기를 여러 번 나가다 보니까 승부를 이끌어나가는 노하우나 경기를 보는 시선이 전보다는 좋아졌어요.


구단 유튜브에서 다른 팀 선수의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이 포착됐어요. 팀 상관없이 제일 탐나거나 입에 맴도는 응원가는 무엇인가요?

저는 전체적으로 LG 트윈스 타자들의 응원가가 신나고 재밌더라고요. 특히 (유)강남이 노래가 제일 좋아요. (짧게 한번 부를 수 있나요?) 아이, 남의 팀 거는 부르면 안 돼요.

두산에서도 오래 있었고, 이제 삼성에 온 지도 꽤 됐으니까 물어보고 싶어요. 삼성과 두산의 팀 컬러 혹은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요?

그 부분은 사람들이 되게 궁금해하던데 사실 별다른 게 없거든요. (웃음) 스케줄 소화하는 건 10개 팀 모두가 비슷하고요. 그저 선수 간에 지내는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 팀은 어떻고 저 팀은 어떻다 할 것 없이 팀 문화는 거의 비슷해요. 많은 분이 그걸 알고 싶어 하더라고요. (삼성만의 전통은 없나요? 항상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데요.) 아, (김)상수도 재밌고 워낙 또 재밌는 친구가 많아서 애들이 분위기를 잘 띄워주고 밝게 지내려고 노력을 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성적이 안 좋다 보니까 더 즐길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는데 좀 다운되는 모습도 여러 번 보이고 했죠. 이번 시즌에 더 많은 경기에서 이긴다고 하면 작년보다도 훨씬 즐거운 더그아웃 분위기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직관하러 가면 이적한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분들이 종종 보이는데요. 아직도 본인의 이름이 새겨진 두산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보면 어떤가요?

못 봤는데? 있나요? (잠실야구장에서 가끔 보이더라고요.) 저는 관중석 쪽을 잘 안 보니까, 보더라도 앞면만 보이고 뒷면은 잘 못 보니까 보지 못한 것 같네요. 만약에 본다면 매우 감사하고 기분 좋을 것 같아요. 또, 좀 묘할 것 같고. 그 시절 유니폼을 아직도 갖고 계신다는 게 고마울 뿐이죠.

잠실 원정 경기를 갔을 때 가장 반갑게 다가오거나 말을 거는 두산 선수는 누구예요?

오재원. 또 많죠. 재일이도 있었고, (허)경민이, (박)건우, (박)세혁이. 경기 뛰는 친구들은 고생했던 시기를 거의 다 같이 보냈기 때문에 다들 반가워해요. 일단 저는 야구장을 가면 제일 먼저 김태형 감독님한테 뛰어가서 인사드리죠. (경기 끝나고 자주 같이 식사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두산 원정 경기 가면 많이 먹죠. 재일이랑 경민이, 세혁이랑도 먹고. (김)재환이도 먹고. 이렇게 자주 만나는 편입니다. 그때 말고는 시즌 때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없으니까요.


한때 별명 부자로 유명했는데 작년 들어 새롭게 생긴 별명이 있을까요?

작년에는 욕만 먹었는데요. (웃음) (올 시즌에는 이런 매력에 주목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새롭게 생겼으면 하는 별명이 있다면요?) 솔직히 저는 별명에 욕심이 없어서요. 조용히 잘 묻어가는 스타일이어서. 튀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별명에는 그다지 큰 욕심이 없습니다.

대구 대표잖아요. 대표로서 추천하는 대구의 핫 플레이스나 자랑거리가 있나요?

제가요? 하. (웃음) 근데 저는 진짜 안 돌아다니거든요. 아직도 대구에서 어디 가려고 하면 내비게이션 보고 다녀요. (주로 가는 맛집이 궁금한데요.) 제가 밥 챙겨 먹는 거에 좀 예민해서요. 사람들이 계속 먹으러만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음식을 좋아해요?) 다 좋아합니다. 먹는 건 잘 안 가리고 전부 좋아해요. 대구에도 맛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어요. 소소하게 시장에 가서 국밥 한 그릇도 괜찮고요. 짬뽕도 좋고, 고깃집도 맛있는 곳 많고요. 저한테 물어보는 것보다 네이버에 검색해보시면 빠르겠네요. 다양하게 나오더라고요. 저도 대부분 검색해서 가니까요. (웃음)

다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넷플릭스를 섭렵한다든지, 그림이나 퍼즐 등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는데 집에서 하는 취미 활동이 있을까요?

저는 청소를 자주 해요. 깔끔하게 지내는 게 좋아서 집에 있으면 온종일 청소만 하고 있어요. 집안 정리하고 TV 보는 거 좋아하고요. 넷플릭스는 잘 안 보거든요. 기계치여서 그런 걸 잘하지 못해요. (그럼 평소에 아내 대신에 청소를 도맡아서 하는 건가요?) 제가 직접 하는 게 편하고, 청소해서 깨끗해지면 좋잖아요. 아내가 다른 집안일을 대부분 하니까 도와주고 싶어서 하게 된 것도 있고요. 그리고 제가 청소 용품 사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거의 제 담당이죠. 물티슈는 부위별, 종류별로 다 있고요. 물걸레 청소, 로봇 청소기 이런 것도 다 제가 추천해서 사요.

가장 자랑하고 싶을 때일 텐데, 이제 태어난 지 13개월 된 아들 얘기 좀 해주세요.

아주 예뻐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아프고 잘 커 줘서 고맙고요. 아빠로서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데 그것도 마음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근데 요즘 밥을 잘 안 먹어서 그게 좀 너무 힘드네요. 아무튼 그저 고맙고, 계속 안 아프고 건강하게 바른 아이로 크면 좋겠어요.

아들에게는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나요?

친구처럼 놀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다정한 아빠가 되는 게 목표고요. 대화를 많이 하는 사이였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서슴없이 다가와서 장난치고, 저도 아들한테 장난치는 사이가 되는 게 꿈이죠. (만약 나중에 커서 야구선수를 하고 싶다고 하면 어떨까요?) 전 왼손 파이어볼러 아니면 안 시킬 거예요. 제 마지막 꿈입니다. 왼손 투수.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프로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생기는 나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있잖아요. 꼭 해명하고 싶거나 사실과 다른 게 있는지 궁금해요.

야구 하는 스타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충한다’, ‘설렁설렁한다’처럼 간절하게 안 한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저뿐만이 아니고 모든 선수가 엄청나게 열심히 해요. 18년도에 성적이 좋았을 때도 원하는 몸을 만들고 기술을 바꾸려고 무척 노력했거든요. 그다음에도 마찬가지로 노력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서 그냥 또 반짝 잘한 선수가 돼버렸죠. 사람들은 잠깐 잘한 거로 그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저 말고도 모든 선수가 안 보이는 데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있거든요. 그것만 잘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뭐였나요?

제일 아쉬운 건 2010년도에 아시안게임 하기 전에 다쳤던 거예요. 후보에 올라가고 그때 좀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내심 기대했는데, 골절상을 당하는 바람에 못 간 게 미련이 좀 남네요. 그리고 야구 할 때는 거의 매일 모자란 듯한 기분이 들어요. 경기 중에 못 치면 못 쳤으니까 아깝고, 잘 치면 ‘하나 더 칠 수 있었는데’ 해서 또 아깝죠. 경기는 치를 때마다 아쉽다는 느낌이 들어요.

프로 선수로서 이제껏 버티게 해준 존재나 신념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프로 선수가 됐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존재는 물론 가족이죠. 돌아가신 아버지가 워낙 어릴 때부터 야구 외적으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런데 빛을 발하려던 즈음에 먼저 돌아가셔서 좋은 모습을 못 보고 가신 게 후회가 되죠. 그 전에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게 뜻대로 안 돼서요. 지금도 여전히 제 원동력은 가족이에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와닿는 말이나 좌우명이 있는지 궁금해요.

‘절대 포기하지 마라’라는 말을 좋아해요. 안 좋은 순간이 와도 세상은 어찌 될지 모르거든요.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제 자리가 평생 보장돼서 경기를 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잘 준비해야죠.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잘 대비를 해왔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지난 인터뷰에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스무 살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만약 지금의 이원석이 그 시절의 이원석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그만 놀고 야구 좀 잘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웃음) 어릴 때는 노는 걸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야구보다 더 좋아한 듯싶네요.

그렇다면 이번엔 10년 뒤의 이원석에게 한마디 해볼까요?

10년 뒤요? 음, 10년 뒤면 뭐 하고 있으려나. 아무튼 야구 하느라 고생했고, 이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야구 했을 때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은퇴 이후 지도자의 삶을 꿈꾼다고 했어요.

제가요? (저번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어요.) 아, 그랬나? (웃음) (그새 바뀌었나요?) 꿈은 매일매일 바뀌죠. (현재의 꿈은 뭔가요?) 현재의 꿈이라…. 진심으로 제 꿈을 모르겠어요. 이제 야구를 할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슬슬 선수 생활이 끝나면 뭘 해야 하나 되게 막막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야구만 해왔기 때문에 잘 모르겠어요. 꿈을 매일 꾸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야구를 해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거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뭔가요?) 무조건 첫째는 건강이죠. 건강하고 안 아픈 것. 자칫하면 건강을 쉽게 여길 수 있는데 안 아파야 자신의 퍼포먼스나 경기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잖아요. 아무리 좋은 선수고, 훌륭한 유망주라고 해도 아프면 절대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어요. 그래서 한 시즌에 많은 경기를 나가는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계속 느끼고 있어요. 저도 항상 시즌 전 목표는 무조건 전 경기 출전인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2021시즌 목표가 궁금해요.

주위에서도 그렇고 팬분들도 기대를 무척 하세요. 재일이도 왔고 좋은 용병도 왔으니까요. 투수진은 원래도 괜찮았으니까 올해는 작년보다 좀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팬분들뿐만 아니라 우리 팀 내에서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이번에 선수들이 잘 준비해서 작년보다는 더 높은 곳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서로 똘똘 뭉쳐서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삼성과 4년을 보냈고, 앞으로도 많게는 3년 이상을 함께하게 됐어요. 이원석에게 삼성이란?

제게 기회를 줬고 전보다는 한 단계 더 성장시켜줬다고 생각해요. 저를 선택해줬기 때문에 이 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서 뭐든 변화를 줘보려고 시도했고 애썼어요.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삼성이란 좋은 팀에서 뛰는 기회를 주셔서 매우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한테 삼성은 그저 감사한 팀이에요.

끝으로 인사하고 마칠게요.

작년에는 코로나19로 관중과 함께 야구를 하기 어려웠죠. 그 때문에 선수들도 관중이 있어야 야구가 훨씬 더 재밌고 즐겁고 또 신난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됐어요. 올해는 빨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어져서 팬들과 함께 소통하고 재밌게 야구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선수들도 그날만을 기대하고 있으니까 이른 시일 내로 야구장에서 뵀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1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18호(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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