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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Dream] KIA 타이거즈 김기훈

대단한미디어 입력 2021. 02. 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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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2의 주역이 될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늘 1등과 MVP를 도맡았다. 운동선수에게 흔히 있는 수술 이력 하나 없었고, ‘포스트 양현종’답게 무난히 1차 지명으로 호랑이 군단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 덕분일까. 자신감 하나는 두둑했다. 아이 티가 여전한 앳된 얼굴로 마운드 위에서 배짱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물론 구위를 알기에 근거 있는 여유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2000년생 고졸 신인에게 첫 좌절을 안겼다. 그에게 쏟아진 수많은 관심이 아쉬움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그는 팬들의 기대를 뒤로하고 올 시즌 상무 야구단에 입대한다.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나아갈 날도 창창하다. 15년 만의 광주동성고 청룡기 우승을 이끈 그 날처럼 KIA 타이거즈 V12의 주역으로 거듭날 김기훈의 모습이 머지않았다.

Photo KIA 타이거즈 Editor 소경화


#가능성의 씨앗

반가워요. <더그아웃 매거진>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1월 18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더그아웃 매거진> 구독자 여러분. KIA 김기훈입니다.

비시즌인데 요즘은 어디서 운동해요?

지금은 광주고요. 원래 비시즌이면 서울에 있는 센터로 운동을 다녔는데 고등학교 때 코치님이 레슨장을 차리셔서 여기서 공 던지면서 보강 운동하고 있어요. 인터뷰 끝나면 바로 다시 가야 해요.

오늘은 나무위키 인터뷰를 할 거거든요. 잘못된 정보는 바로잡고, 진실은 썰을 자세히 풀어보고요. 본인의 나무위키를 본 적이 있나요?

아뇨. 제 것은 안 봤어요. 굳이 봐야 하나 싶어서요. 이름 검색 정도만 해요.

프로필 먼저 살펴볼게요. 신체 184cm에 93kg, 본인 참여로 돼 있던데 맞나요?

네. 신인 때 돌아가면서 적었거든요. 키는 맞고, 몸무게는 살이 빠져서 현재 84kg예요. 드래프트 당시에는 살이 많이 붙은 상태였는데 작년에 식단을 조절하다 보니 젖살이 빠졌어요.

초등학생 때는 투수가 아닌 야수로 뛰게 됐다. 만약 계속 야수를 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올 수 있었을까요?

제가 왼손잡이니까 아마 외야수를 보면서 타자를 하지 않았을까요. 1차 지명까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목표로 삼고 프로에 가려고 노력했겠죠? (그럼 1차까진 아니더라도 오긴 했을 거라는 뜻인가요?) 네! (당당)


무등중 시절에는 두산 베어스 김대한,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과 함께 3대 천왕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부터 대단했네요.

그렇게 불리진 않았고요. 그냥 태인이는 대구니까 ‘대구에 볼 빠른 피처가 있다’, 대한이는 서울이니까 ‘서울중학교에 볼 빠른 투수가 있다’라는 소문이 중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돌았던 거지 3대 천왕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럼 광주에는 김기훈이 있다?) 아뇨. 이거 인터뷰 맞죠? (웃음)

당시 이런 명성이 있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도 한데 소위 말하는 중2병 시절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이런 수식어를 듣고요? 중2병이라기보다 자신감이 있었죠. 사실 사춘기도 거의 없이 지나갔어요.

운동 신경은 유전인가요?

야구인은 가족 중 제가 처음이지만, 아버지가 역도를 하셨거든요. 중학교 때 좋은 성적도 거두고 잘하셔서 그런 유전자를 받지 않았나 싶어요.

계약금으로 받은 3억 5천만 원은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부모님에게 집을 사드렸다고 한다. 북구 운암동 운암3단지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아파트가 노후해 재개발을 앞둔 곳이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네요.

잠시만요. 다시! 뭐지? 그건 처음 듣는데요? 재개발은 모르겠고 지금은 이사했어요. 무슨 그런 것까지 나오지? 진짜 신기하네.

왼손잡이지만 본래 우투좌타로 야구를 시작했던 만큼 양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기도 하다. 오른손으로 사인도 가능한가요?

글씨 쓰는 건 어렵고 공 던지는 건 오른손으로도 할 수 있어요.


#동성고 좌완은 터진다

동성고 1학년 시절부터 팀 내 주전급으로 경기에 자주 출장했다. 최고 구속은 144km/h. 고등학교 1학년이 140km/h 대의 공을 던지면서 KIA 팬들의 1차 지명감 후보로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러한 여론을 알고 있었나요?

1학년 때는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요. 이 정보는 잘못됐네요.

2학년 시절에는 경남고의 우완 사이드암 서준원과 전국 TOP2 투수로 평가받게 된다. 그럼 이거는요?

2학년 중에서 U-18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저랑 준원이만 갔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불러주신 건가? 근데 TOP2는 아닌 것 같아요. (겸손하네요.) 언제는 아니었나요? (웃음)

김지훈 KIA 스카우트 팀장은 “투수로도 뛰어나지만, 타자로 대성할 가능성이 크다. 방망이 재능이 있고, 발도 무척 빠르다”고 평가했다. 타자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을 법한데요.

미련보다는 주변에서 친구들이 배팅 연습하는 걸 보면 한 번씩 치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3학년 시절 광주일고전을 앞두고 “1점만 내라. 그러면 무조건 이긴다”며 후배들을 다독였다는 일화가 있는데 이건 사실인가요?

그건 맞아요. 솔직히 라이벌전이잖아요. 게다가 제가 선발이었거든요. 무조건 이기고 싶은 마음에 후배들이랑 친구들한테 도와달라는 의미로 그렇게 얘기했어요.

1점만 내면 이긴다는 건 0점으로 막을 자신이 있었다는 거네요.

그런 것도 나와요? (웃음) 제가 생각하기에 구위가 나름 올라온 상태였거든요. 그때도 자신감이 있었네요. (이제 프로 3년 차잖아요. 프로 선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명언은 없나요?) 없어요. 그렇게 말할 단계도 아니고 스스로 부족한 걸 알아서 아직은 말 못 해요.


LA 다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스카우트가 광주동성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김기훈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엄청 긴장됐겠어요.

코치님이 스카우트가 온다고 얘기해주셨는데 아무래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 더 긴장되더라고요. 그래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직접 보러올 정도면 MLB 진출도 염두에 뒀겠어요.

가면 좋겠다는 건 누구나 가지는 생각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본격적으로 알아보진 않았지만,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메이저리그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요.

동성고 선배인 양현종의 MLB 진출은 어떻게 보나요?

저는 가실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랑 분위기가 든다고 해야 하나? 뭔가 가시게 될 것 같아요.

두 사람이 따로 나눈 대화가 있나 봐요.

현종 선배님이 가끔 운동 끝나고 집에 데려다주시거든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신 게 저도 이번에 상무 다녀오고, 선배님도 만약에 가게 된다면 제가 먼저 팀에 와있을 수도 있고 선배님이 먼저 오실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거에 대해 “갔다 와서 보자. 그때 다시 함께 잘해보자”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정말 많이 챙겨주세요.

직속 후배 특별 대접이네요.

그렇죠. 솔직히 데려다주실 줄은 몰랐어요. 근데 시즌 때도 경기가 끝나면 “기훈아, 같이 가자”라고 먼저 말해주시니까 저는 너무 영광이죠.


#에이스에서 루키로

7월 23일, 대망의 청룡기 결승전 포항제철고와의 경기에서는 투구 수 제한 규정으로 투수로 못 나오는 대신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하게 됐다. 경기 시작 전 인터뷰에서는 “투수로 못 나오니 타자 김기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멋진 명언이네요.

왜 이렇게 다 찾아보셨어요. (부끄) 명언 아니에요. 명언 아니고 우리 학교가 15년 만에 청룡기에서 우승할 기회가 생긴 거잖아요. 우승도 너무 하고 싶고 또 방망이로 남들보다 뒤처질 거란 생각은 안 해서 그렇게 말했던 거예요.

그 말을 실제로 지켰어요. 2루타에 2점 홈런까지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우승을 이끌고 대회 MVP까지 올랐어요. 거의 만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 아닌가요?

운 좋게 그날 컨디션이 좋았어요. (이때가 김기훈의 리즈가 아니었나 싶거든요.) 제 리즈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만약 프로에서 타석에 나설 일이 생겨도 잘하겠는데요?

그런 상황이 오면 그래도 제 스윙을 하지 않을까요? 우선 파울 몇 개 치고… 아이 모르겠어요. 속구만 던진다고 약속하면 안타를 쳐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9시즌 구위를 통해 그 재능을 입증했으나 K/BB가 0.75에 달하는 고질적인 제구 문제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까지 낮췄지만, 결국 제구는 안 잡히고 구속만 떨어졌다. 사실 ‘괴물 투수’로 입단했잖아요. 프로의 벽이 있었던 걸까요?

그런 것도 있고 돌이켜 보면 준비가 덜 됐던 것 같아요. 시즌 초반에는 스피드가 나니까 제 구위를 믿고 타자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제구는 생각도 안 했죠. 근데 그렇게 가다 보니 컨트롤이 안 돼서 저만의 밸런스가 무너지더라고요. 결국 스피드는 줄고 제구는 그대로인 채 시즌을 마치게 됐어요.


김기훈은 본인의 장점으로 “선발 투수를 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 경기 운영 감각과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강한 멘탈도 있다”고 밝혔다. 원래 본인 강점으로 강한 멘탈을 꼽았는데 그때는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보였어요.

제일 힘들었던 건 마운드에서 제 공을 못 던진 거예요.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워야 하는데 계속 저랑 싸우고 있으니까 스스로 답답하고 그런 부분에서 힘들었어요.

이름 날리는 파이어볼러였기에 구속을 낮추고 제구력을 높이는 것에 의문이 들었을 법해요.

구속을 일부러 낮추진 않았고 단지 포커스를 제구에 두고 더 신경 쓴 거거든요. 공을 때려서 던져야 하는데 그동안은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으려고 밀어 던진 거죠. 그러다 보니 팔 스로잉의 스피드가 점점 줄어들면서 구속도 낮아졌어요.

그래서 그 후 서재응 투수 코치와 때리는 연습을 열심히 했잖아요. 성과는요?

밀어 던지는 습관을 오래 하다 보니 연습을 계속해도 하루아침에 되돌아오진 않더라고요. (현재는 어느 정도 교정된 상태인가요?) 지금 제가 고등학교 때 폼이 좋았을 시절의 코치님과 운동하고 있잖아요. 그때의 느낌을 다시 받으려고 하는 건데 그래서 그런지 많이 좋아졌어요.

2020시즌 역시 등록과 말소의 반복이었어요. 물론 신인임을 고려해야겠지만 본인에게 어떤 시즌이었나요?

작년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커요. 선발 기회를 여러 번 받았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니까요.


#발돋움을 위한 담금질

결국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고치기 위해 상무에 지원했다고 한다. 서류 합격은 했고 체력 테스트가 남았죠?

체력 테스트도 했습니다. 되게 힘들었어요. 1.5km를 뛰는데 장이 꼬이는 느낌을 받았고요. (웃음) 그래도 나름 잘했어요. 자랑할 만한 기록은 없지만, 모든 부분에서 평균 정도?

가서 어떻게 보완할지 구체적으로 팀과 얘기한 게 있나요?

아뇨. 팀과 얘기한 건 없고 개인적인 목표를 세웠어요. 우선 구속을 찾고 제구, 주자가 있을 때의 슬라이드 스텝, 변화구 보완이 중점이죠. 신인 때 최고 구속 149km/h를 찍었는데 다시 그때의 스피드로 돌아가고 싶어요.

상무의 성공 케이스가 굉장하지만, 사실 올해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잖아요.

네. 저도 고민을 꽤 해봤죠. 해봤는데 아무래도 지금 자리를 잡은 상태가 아니니까 일찍 다녀와서 다시 제대로 내 공을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에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상무 선배이자 입단 동기 장지수는 지원한 거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그냥 빨리 오라고. 같이 하자고. (가서 선임으로 모셔야 하잖아요.) 상무의 룰 그대로 준수하겠습니다.

절친 김현수와의 동반 입대는 계획에 없었나요?

물론 있었죠. 근데 그게 저희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아쉽긴 해요. 둘이 가면 더 동기 부여가 됐을 텐데 어쩔 수 없죠.

2019시즌은 첫 시즌을 고려해도 볼이 지나치게 많다. 79.1이닝 74사사구로 거의 이닝당 1사사구에 가깝고, 볼넷 수가 65개로 2위다. 볼넷은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점이죠?

제 숙제죠. 고쳐야 할 숙제. 이걸 풀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에요.


이의리까지 입단하며 3년 차 선배가 됐는데 입대 전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신인 때 구위가 좋다고 막 덤볐거든요. 근데 의리한테는 그러지 말고 제구 쪽에 더 포커스를 맞췄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이제 한동안 못 볼 팬 여러분께도 인사를 남겨야겠죠. 한마디하고 오늘 인터뷰 마칠게요.

심플하게 하겠습니다! 이번에 상무에 지원하게 됐는데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잘 준비해서 팬들에게 다시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많이 기다려주세요.

***

김기훈과 처음 만난 건 2019년 2월 오키나와에서였다. 세 명의 2000년생 선수가 있었는데 유독 혼자만 카메라와 낯을 가려 웃었던 기억이 있다. 수줍음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게 웬걸. 14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최고 구속 147km/h를 찍으며 ‘괴물 신인’의 위용을 보여줬다. 비록 본인은 이 수식어를 반가워하지 않지만, 그에 대한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하나의 사건이 됐다. 긴장될 때마다 손톱을 물어뜯고, 입술을 삐쭉거리고, 신조어도 하나 모르던 순둥이는 더 이상 없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야구 앞에서는 누구보다 대범하고 어른스러웠다.

타이거즈 팬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는 좌완은 터진다고. ‘막내딸’ 시절의 양현종을 보고 한 말이다. 지금은 누구보다 위엄 있는 대투수지만 신인 때는 우는 모습이 꽤 전파를 탔다. 사실 우는 좌완이라 하면 김기훈의 1년 선배 하준영이 있다. 워낙 승리욕이 많고 마음이 여린 탓에 종종 울음을 터뜨렸고, 김기훈은 그 옆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선배를 달랬다. 뭔가 선후배가 뒤바뀐 듯하지만, 여기서도 특유의 차분한 성격이 티가 난다.

2년간 김기훈을 꽤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TV에서도, 밖에서도 우는 모습 한 번 본 적이 없다. 내가 안 보는 곳에서 울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강하고 신중하다. 이미 프로 무대에서의 가능성은 입증했다. 입대로 2년이라는 시간도 벌었다. 양현종의 성장을 기다린 것처럼 김기훈의 성장을 지켜볼 여유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만들려고 하지 말고 물 흐르는 대로, 부디 팬들의 곰신을 꽃신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본다.


▲ 더그아웃 매거진 11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18호(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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