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세영 "2021년 목표는 도쿄 올림픽 금메달+4승"

서대원 기자 2021. 2. 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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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이었습니다. 김세영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LPGA 투어가 대폭 축소된 가운데서도 생애 첫 메이저 우승(KPMG 여자 PGA 챔피언십. 10월)을 포함해 2승을 올렸고, 처음으로 올해의 선수(Rolex Player of the Year)에 뽑히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2021년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김세영 선수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김세영 선수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2020년 10월)
김세영, 2020년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 수상 (2020년 12월)


"2020년은 정말 특별한 해였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게 됐고, 올해의 선수상도 획득해 정말 큰 성취감을 느낀 해였죠. 저는 해마다 항상 목표를 세우고 가는데, 목표한 바의 80%는 이뤄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그래도 20%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얘기죠. 김세영은 지난해 시즌 마지막 대회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고진영에 이어 준우승했는데, 3라운드까지 고진영에 1타 앞선 단독 선두였다가 마지막 날 역전을 허용해 공동 2위로 마쳤습니다. 만약 김세영이 그 대회를 우승했다면 상금왕 타이틀까지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상금왕은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한꺼번에 12억 원의 상금을 획득한 고진영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 고진영과 김세영


"솔직히 말하면 많이 아쉬웠죠. 왜냐하면 저도 워낙 감이 좋은 상태에서 그런 기회를 맞았기 때문에. 하지만 고진영 선수가 마지막 날 정말 좋은 경기를 했고, 특히 마지막 6개 홀을 워낙 잘 쳤으니까요. 반면에 저는 거기서 치고 나가지 못한 게 아쉽죠. 그렇지만 지난해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어서 올해 2021년에 그걸 꼭 해내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더 열심히 준비하고 더 열심히 경기할 수 있는."

김세영은 지난해 연말 미국에서 귀국해 방역 수칙에 따라 2주간 자가 격리를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메이저 우승 직후에도 일시 귀국해 2주간 자가 격리를 했으니 자가 격리만 두 번, 한 달 가까이 한 거죠.

"자가 격리가 쉽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활동적인 운동선수다 보니까 한 공간에 오래 있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꼭 지켜야 되는 거니까, 그 안에서도 가능한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운동할 수 있는 기구들을 가져다 놓고 홈트레이닝도 하고, 제가 나왔던 골프 방송 같은 것도 보기도 하고. 그리고 한국에 있다 보니까 TV 프로그램들, 특히 공중파 방송을 라이브로 볼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펜트하우스>도 봤어요. 곧 시즌 2 한다는데, 시즌 2에 이지아 살아나요?"

드라마 '펜트하우스'


김세영 선수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도쿄올림픽 금메달입니다. 김세영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 유력합니다. 우리나라는 도쿄올림픽 골프 종목에 남자 2명, 여자 4명 출전이 확실시됩니다.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4명 이상이 있는 국가의 경우 최대 4명까지 출전시킬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2월 8일자 세계 랭킹 기준으로 15위 안에 7명이 포진해 있고, 김세영은 고진영에 이어 세계 랭킹 2위로 도쿄올림픽 티켓 경쟁에서 안정권에 들어있습니다.

< 여자골프 세계랭킹 상위 한국 선수 > (2월 8일자)
1위 고진영
2위 김세영
3위 박인비
9위 김효주
10위 박성현
12위 이정은
14위 유소연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116년 만에 열린 여자골프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가운데) 선수가 금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입니다. 사진 왼쪽은 은메달을 딴 한국계 리디아 고(뉴질랜드), 오른쪽은 동메달을 딴 펑산산(중국)입니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던 올림픽이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됐는데,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인비(박인비) 언니, 양희영 선수, 전인지 선수와 함께 출전을 했는데, 정말 정말 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실력이 모자랐던 것 같아요. 인비 언니가 금메달 따내시는 걸 눈앞에서 보면서 굉장히 많은 걸 느꼈어요. 저도 꼭 다시 도전해보고 싶고, 시상대에 섰을 때 기분이 어떤지 꼭 느껴보고 싶어요."

올해 LPGA투어 목표 승수도 지난해보다 높게 잡았습니다.

"살다 보면 초심을 잃기 쉽잖아요. 저도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게 제 좌우명이에요. 그래서 저는 항상 시즌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편이고, 항상 그 전 시즌보다는 목표를 높게 잡고 있어요. 작년에 3승이 목표였지만 3승을 채우지 못해서 올해는 4승을 목표로!"

한국 선수 LPGA 투어 통산 최다승 기록에서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에 이어 3위인 김세영(12승)은 훗날 '전설' 박세리와 '여제' 박인비의 뒤를 이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게 꿈인데, 지난해 눈부신 활약으로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 LPGA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 > (LPGA 공식 홈페이지)

1. LPGA 투어에서 10년 이상 현역 선수로 활동
2. 메이저 대회 우승, 베어 트로피(시즌 최저타수 상), 올해의 선수상 가운데
적어도 하나를 수상.
3. 명예의 전당 포인트 27점을 채워야 함.
(일반 대회 우승 1점, 메이저 대회 우승 2점, 베어 트로피와 올해의 선수상은 1점)

김세영은 현재까지 일반 대회 11회 우승으로 11점, 메이저 대회 우승 1회로 2점, 그리고 지난해 '올해의 선수상' 수상으로 1점 등 명예의 전당 포인트로 총 12점을 쌓았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포인트 4점 추가) 김세영의 LPGA 투어 경력은 올해가 7년 차입니다. 10년 이상 현역으로 투어 생활을 하는 것과 일반 대회 승수를 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메이저 우승이나 최저타수상, 올해의 선수상 경력이 없으면 명예의 전당 가입이 불가능한 만큼 김세영은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길에 놓인 큰 장애물을 지난해에 가뿐하게 넘은 셈입니다. LPGA 명예의 전당 회원은 70년 역사상 25명에 불과하고, 한국 선수는 박세리와 박인비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박세리는 2007년에 한국 선수 최초로, 박인비는 2016년에 두 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습니다.)


"명예의 전당은 어릴 때부터 제가 키워온 꿈이에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시간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꼭 이루고 싶어요."


'빨간 바지의 마법사'로 불리는 김세영이 지난해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때는 마지막 날 빨간 바지 대신 빨간 치마를 입고 나와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됐는데, 앞으로도 빨간 치마를 입고 우승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때 빨간 치마를 입었는데 너무 편하더라고요. 결과도 좋았고. 앞으로도 종종 입을 것 같은데요. 놀라시면 안 될 것 같아요."

김세영은 당초 예정보다 일찍 국내 일정을 마무리하고 내일(10일)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올해 첫 출전 대회는 오는 25일(미국 시간) 개막하는 게인브릿지 챔피언십으로 잡았습니다.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 그리고 4승이라는 2021년 목표를 향해 시즌 시작도 일찍 하고 부지런히 달릴 생각입니다.


"올해 더 멋진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좋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서대원 기자sdw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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