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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김태훈의 PGA투어 도전, '리비에라의 일장춘몽'으로 끝나나

방민준 입력 2021. 02. 20. 17:30 수정 2021. 02. 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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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1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김태훈 프로. 사진제공=PGA투어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1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김태훈 프로. 사진제공=PGA투어


[골프한국] 김태훈(35)에게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근교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에서의 이틀은 불꽃같은 순간이었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면 너무 짧은 꿈이었다. 골프선수로 활동한 16년 중 겪어보지 못한 골프의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경험한 그의 마음을 열어보고 싶다.

1927년에 개장한 리비에라CC는 미국에서도 유서 깊은 명문 코스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 중 31위에 올라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걸친 지중해의 절경 리비에라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도 부근에 롱비치, 산타모니카, 말리부 등 환상적인 해안 휴양지가 목걸이 모양으로 길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 2층에서 태평양의 아름다운 해안선과 절경을 조망할 수 있다.

1922년 LA의 스포츠클럽 부회장인 프랭크 A. 가버트가 석유업계 백만장자인 알폰조 벨과 합작해 산타모니카 계곡을 사들인 뒤 플로리다의 명문 벨에어CC 공사를 한 코스 설계가에게 백지수표를 주면서 최고급 코스 설계를 주문해 5년 만에 완공됐다. 

1929년 LA오픈을 유치하면서 명문 코스의 입지를 굳혔다. LA오픈은 이후 닛산 LA오픈, 노던트러스트 오픈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현대자동차가 메인 스폰서를 맡으면서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로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김태훈이 한국에서 잘나가는 선수라 해도 PGA투어는 동경이자 두려움이 대상이다. 183cm 73kg의 탄탄한 체격에 잘 생긴 외모로 한국에선 ‘골프계의 테리우스’로 인기가 높지만 PGA투어가 열리는 리비에라CC에선 지방에서 서울에 수학여행 온 시골청년일 뿐이다.

김태훈에게 리비에라CC에서의 첫날은 어지러웠을 것 같다. 대회 2주 전에 미국에 도착해 현지 적응을 했다지만 톱클래스의 골프 스타들이 출전하는 대회이니 주눅 들거나 얼이 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19일(한국시간) 첫 라운드는 후반 10번 홀(파4)에서 출발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첫 홀부터 버디를 낚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어진 파5 11번 홀에서 벙커에서 홀인에 성공하며 이글을 기록했다. 14번(파3) 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16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하며 부상으로 걸린 제네시스 SUV를 차지했다. 지난해 KPGA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과 KPGA투어 대상 부상으로 이미 제네시스 2대를 받았던 김태훈으로선 세 번째 제네시스다. 

전반을 4언더로 끝낸 그는 후반 첫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했으나 가파른 상승세에 스스로 놀랐는지 2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 3번 홀(파5)에서 보기, 4번 홀(파3)에서 보기를 하며 순식간에 4타를 잃었다. 8번 홀(파4)에서 버디를 보태 결국 2언더파 69타로 첫날을 마감했다. 

후반 3개 홀에서 4타를 잃은 게 아쉽지만 이경훈이 1언더파 공동 34위, 강성훈과 김시우가 이븐파 공동 47위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그의 첫 라운드 공동 19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깃발(위)과 코스(아래)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깃발(위)과 코스(아래)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20일 이틀째 라운드에서도 1번 홀(파5) 버디로 출발은 좋았다. 하지만 두 번째 버디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4번 홀(파3), 5번 홀(파4)에서 연속 보기, 8번 홀(파4)에서도 보기를 범하며 전반에 2타를 잃었다. 

1라운드에서 버디를 낚았던 10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11번(파5)과 12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만회에 나섰으나 13번, 15번,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해 전날 홀인원을 했던 16번 홀(파3)에서의 버디도 빛을 잃었다. 두 라운드 합계 2오버파 144타로 컷(이븐파) 통과에 실패했다. 

이틀 연속 무서운 기세를 보인 샘 번스가 공동 2위(더스틴 존슨, 요하킴 니만, 제이슨 코크락, 타일러 맥컴버)에 5타 앞선 12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서는 등 67명이 컷을 통과했다. 한국선수로는 강성훈이 3언더파로 공동 19위, 이경훈이 이븐파로 공동 56위로 컷 문턱을 넘었다. 

이번 대회 톱10에 들어 다음 대회(푸에르토리코 오픈) 출전을 노렸던 김태훈은 별수 없이 짐을 싸야겠지만 그의 뇌리에 새겨진 PGA투어의 불꽃같은 이틀의 경험은 쉬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컷을 탈락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 3위인 저스틴 토마스, 7위 로리 매킬로이를 비롯해 맷 쿠차, 세르히오 가르시아, 마틴 레어드, 브라이슨 디섐보는 물론 브랜트 스네디커, 카미오 비제가스, 버바 왓슨, 김시우, 포드릭 해링턴, 찰스 하웰3세 등은 김태훈보다 더 나쁜 성적으로 컷 탈락했다.

무엇보다 그에겐 스포츠 DNA가 도도히 흐른다. 어버지는 축구선수 출신이고 큰아버지는 프로야구 선수출신이다. 사촌누나는 KLPGA 투어프로로 활약했고 자신은 아이스하키 선수로 뛰다 골프로 전환했다.

2007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그는 2013년 보성CC 클래식, 2015년 카이도골프 LIS 투어챔피언십, 2018년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 우승에 이어 2020년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KPGA 통산 4승을 기록했다, 2020년 시즌 11개 대회에 출전, 준우승 1회 포함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리며 제네시스 포인트 1위(3천251.70P)에 올라 생애 첫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했고 '제네시스 상금왕'도 차지했다.

PGA투어의 짜릿한 맛을 본 김태훈이 리비에라CC에서의 일장춘몽을 실현시킬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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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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