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후배' 이소미, "1승 물꼬 텄으니 2승, 3승 가야죠"

정대균 2021. 2. 21.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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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9전40기만에 생애 첫 승
시즌 2승과 상금 '톱5' 진입 목표
올 LPGA투어 큐스쿨 도전 예정 
올 시즌 목표인 2승과 상금 순위 '톱5' 이내 진입을 위해 스승 한연희 프로와 함께 제주도에서 강도 높은 동계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이소미가 주먹을 불끈 쥔 채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지난해에 첫 우승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올 시즌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선수가 있다.

올해로 투어 3년차를 맞는 이소미(22·SBI저축은행)다.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데뷔 2년차인 작년 10월 전남 영암군 사우스링스골프장에서 열린 KLPGA투어 휴엔케어 여자오픈서 감격의 첫 우승을 맛봤다. 데뷔 이후 40번째 출전만이었다. 그의 이름값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지난 2년간 수 차례 우승 기회도 있었다. 마지막날 번번이 무너져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뿐이다. 그랬던 그가 39전40기로 우승 물꼬를 트는데 성공했으니 올 시즌 '요주의 선수'로 예상되는 건 당연하다. 제주도에서 2월말까지 45일 일정으로 동계 훈련을 하고 있는 이소미를 만나 지난 2년간의 소회와 올 시즌 목표, 각오에 대해 들어 보았다.

먼저 우승 문턱서 좌절했을 때의 심경이 궁금했다. 이소미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줬다. 걔중에는 멘탈이 약한 게 아니냐고 돌직구를 던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코 트라우마는 없었다"면서 "'6~7년차도 아니고 이제 2년차인데 부담 갖지 말고 경험이라 생각하라'고 다독여 주신 한 감독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소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전 국가대표 감독이자 현 KPGA부회장인 한연희 프로의 지도를 받고 있다.

그는 다잡았던 우승 기회를 날려 버린 가장 큰 원인으로 조급증을 꼽았다. 이소미는 "코로나19로 작년에 대회가 반토막이 났다. 그러면서 초반에 '잘해야 겠다'는 압박감으로 조급증이 생겼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마음만 앞선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자는 마음을 먹었더니 우승도 하게 됐다"고 지난 시즌을 돌아 보았다.

이소미의 올 시즌 목표는 전후반기 1승씩 시즌 2승을 거두는 것이다. 루키 때 2위, 작년에 3위였던 그린 적중률을 1위로 끌어 올리는 것과 작년에 10위였던 상금 순위를 '톱5' 이내로 진입시키는 것 등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발전하고 싶은 게 시즌 바램이다.

이소미는 "그린 적중률이 높았지만 핀에 가깝게 붙이는 확률은 낮았다. 이번 동계 훈련서 아이언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버디 기회를 더 많이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몸도 만들고 있다. 과도한 웨이트보다는 단백질 섭취로 잔근육을 늘려 시즌 막바지에도 지치지 않고 단단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언의 정확도가 높아진 것 뿐만 아니라 평균 235m인 드라이버 비거리도 약 5m 가량 늘었다. 그는 "클럽을 캘러웨이로 모두 바꿨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특히 아이언이 마음에 쏙 든다. 기존의 머슬백 헤드 클럽과 달리 어드레스 때 시각적으로 부담이 덜 돼 아주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소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 계획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원래는 일본 진출이 꿈이었는데 작년부터 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LPGA투어 대회에 초청으로 나가 우승해 진출 기회를 잡으면 좋겠지만 (이)정은이 언니처럼 큐스쿨을 거쳐 진출하는 것도 괜찮다"면서 "상황을 봐야겠지만 가급적이면 올해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작년에 김세영, 고진영, 유소연, 김효주, 이정은 등 LPGA투어서 활동하는 언니들과 동반 라운드를 한 것도 LPGA투어 진출을 서두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소미의 롤 모델은 '골프여왕' 박세리다. 그 시기에 LPGA투어에 진출한 박세리의 도전정신을 본받고 싶어서다.

이소미는 투어 3년차가 되면서 더욱 성장한 모습이다. 그는 "2년의 경험이 있어 그런지 그 전처럼 '어떻게 해야지'라는 걱정은 없어졌다"면서 "내가 잘해서 상금을 타는데 다른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된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소미는 스스로를 '선머슴'으로 부른다. 감정 변화가 크지 않아서다. 대부분 선수들은 첫 우승을 하면 십중팔구는 감격의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그러나 이소미는 첫 우승 때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대신 첫 우승 3주 전에 같은 코스에서 열렸던 팬텀클래식서 역전패 하고 나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서울 올라 가는 내내 차안에서 울었다. 우승할 줄 알았는데 볼컨택이 잘 안돼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그러면서 '설마 진짜 안되는 건가', '왜 나만 안되지'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고 당시를 뒤돌아 보았다.

이소미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한국산 탱크' 최경주(51·SK텔레콤)의 영향이 컸다. 최경주와 동향인 전남 완도 출신으로 아빠를 졸라 골프부가 있던 최경주의 모교 화흥초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본격적으로 골프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소미가 '대선배' 최경주가 걸어온 길을 따르려 한다. 이소미의 그 꿈을 응원한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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