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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피해 서브해도 공은 내 손에.. 난 공 받는게 즐거운 리베로

김천=강홍구 기자 입력 2021. 02. 23. 03:02 수정 2021. 02. 23.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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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배구 선수에게 '리시브'는 평생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달 프로배구 여자부 최초로 5000 리시브 정확(현재 5065) 대기록을 세운 한국도로공사 리베로 임명옥(35)이다.

18일 경북 김천 팀 훈련장에서 만난 임명옥은 "남들보다 팔에 감각이 좋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고는 "다른 선수들은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나는 즐겁게 리시브를 했다. 지난해 같은 팀 (정)대영 언니 딸이 배구를 시작했는데 즐겁게 하란 말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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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로공사 임명옥
기본기지만 힘들다는 리시브 "오히려 공 쫓아다니며 즐겨요"
지난달 5000리시브 첫 달성.. 수비-리시브-디그 모두 1위
"마흔살까지는 선수생활 할것"
여자부 리시브, 디그, 수비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리베로 임명옥이 18일 경북 김천 팀 훈련장에 앉아 배구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매번 왼쪽 운동화 끈부터 묶는다는 임명옥은 습관처럼 경기 뒤 자신의 리시브 효율이 50%를 넘겼는지를 꼭 확인한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많은 배구 선수에게 ‘리시브’는 평생 풀어야 할 숙제다. 지도자들이 강조하는 기본기도 대개 리시브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 리시브를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선수가 있다. 심지어 학창 시절에는 종일 리시브 연습만 하고 싶었을 정도란다. 지난달 프로배구 여자부 최초로 5000 리시브 정확(현재 5065) 대기록을 세운 한국도로공사 리베로 임명옥(35)이다.

18일 경북 김천 팀 훈련장에서 만난 임명옥은 “남들보다 팔에 감각이 좋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고는 “다른 선수들은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나는 즐겁게 리시브를 했다. 지난해 같은 팀 (정)대영 언니 딸이 배구를 시작했는데 즐겁게 하란 말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올 시즌도 임명옥은 수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리시브(효율 54.53%), 디그(세트당 5.673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 중이다. 당연히 수비(리시브 정확에서 실패를 뺀 뒤 디그 성공을 더한 것) 부문에서도 세트당 8.913개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KGC인삼공사 리베로 오지영(세트당 7.344개)과 1.5개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도로공사가 타 팀과 달리 ‘2인 리시브 체제’를 운영한다는 면에서 더욱 빛나는 기록이다. 상대 선수들이 그를 피해 서브를 때리면서 한때 팀 내 최소 점유율(15%)을 채우지 못해 리시브 순위권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시즌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오히려 공을 쫓아다니면서 리시브를 하는 재미가 있었다”며 웃었다.

이런 즐거움을 누리기까지 힘든 시기도 있었다. 인삼공사 소속이던 2015년 리베로 김해란(은퇴)과 트레이드되면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다가 극복했다. 임명옥은 “그때 재활(십자인대 파열) 중이던 언니와 트레이드되면서 부담감이 컸다. 코트에서 모두가 날 본다는 생각에 걸음걸이조차 어색했다. 편안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던 계기”라고 설명했다. 결혼 8년 차인 임명옥은 평소 남편과 대화를 나누며 안정을 되찾는다. 2년 전 아예 서울에서 팀 연고지인 김천으로 이사를 했다. 이번 시즌 뒤에는 숙소생활이 아닌 출퇴근도 고려 중이다.

수비라인의 핵심인 임명옥이 버텨주면서 시즌 초 한때 6연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도로공사도 현재 봄 배구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22일 현재 선두 흥국생명, 2위 GS칼텍스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3위 도로공사(승점 37)와 4위 IBK기업은행(승점 36)이 날마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임명옥에 대해 “경기를 읽는 눈이 경지에 올랐다. 상대 공격수는 물론이고 같은 팀 블로커의 위치에 따라 공이 어디로 튈지를 기막히게 잘 찾는다. 2단 연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 더 나아가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노린다. 27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는 봄 배구 진출 여부를 가늠할 빅 매치다.

V리그 원년(2005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해 올해로 17시즌째. 임명옥은 “다음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데 한 번 더 도전해서 마흔까지 뛰는 게 목표다. 그때까지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을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내친김에 2억4000만 원(옵션 포함)인 연봉을 끌어올려 인삼공사 오지영(2억6000만 원)이 갖고 있는 리베로 최고 연봉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임명옥의 눈은 여전히 더 높은 곳을 향해 있었다.

김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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