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버린줄 알았던 14년 전 '씨앗'..신세계 이마트 앞길 열었다
SK가 14년 전 뿌린 씨앗이 결실을 보았다.
SK는 2007년 4월 2일 열린 '해외파 특별 지명'에서 추신수(당시 클리블랜드)를 찍었다. 당시 지명권 순번은 '뽑기'로 결정됐는데 SK는 진상봉 스카우트(현 SK 국제스카우트 팀장)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잡아 추신수를 호명했다. 투수 보강이 필요해 "송승준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지만, 송승준은 우선 지명으로 롯데행이 확정된 상태였다. 당시 '해외파 특별 지명'에서 롯데와 KIA는 복수의 연고 지명 선수가 대상자로 풀려 우선 지명권 혜택을 받았고 공식 행사가 열리기 며칠 전 각각 송승준과 최희섭에게 권리를 행사했다.
추신수 지명은 다소 무모한 선택이었다. 2005년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추신수는 2006년 7월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다. 이적 후 출전한 MLB 45경기에서 타율 0.295(146타수 43안타)를 기록해 입지를 넓혔다. 마이너리그에서 경력이 단절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처한 상황이 달랐다. '해외파 특별 지명'에서 선수를 뽑아도 해당 선수의 국내 복귀 의사가 없으면 자칫 지명권만 날아갈 수 있었다. 추신수가 미국에 남는다는 건 SK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SK는 영입에 공을 들였다, 지명 이후 당시 신영철 사장과 민경삼 단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추신수를 만났다. 물밑에서 영입 작전을 펼쳤지만, 최종적으로 불발에 그쳤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겠다는 선수의 잔류 의지가 컸다. 그러는 사이 '해외파 특별 지명'에서 호명된 선수들이 하나둘 KBO리그에 입성했다. 2012년 6월 류제국(LG)을 끝으로 추신수를 제외한 김병현(넥센), 최희섭(KIA), 송승준(롯데), 이승학(두산)이 모두 KBO리그 구단과 계약해 뛰었다. 지명권을 가장 빠르게 행사한 SK는 얻은 게 없었다. 헛심만 뺀 꼴이었다.
추신수는 '아메리칸 드림'에 성공했다. 2013년 12월 텍사스와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1444억원)짜리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잭폿을 터트렸다. 추신수의 SK행은 더 불가능한 일로 치부됐다. 더욱이 추신수가 몇몇 인터뷰에서 고향팀 롯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인천이 연고지인 SK 유니폼을 입히는 게 어려워졌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텍사스와의 7년 계약이 종료됐다. 새 소속팀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됐는데 SK는 틈을 파고 들었다.
추신수의 국내 에이전트인 송재우 위원은 "MLB 8개 팀으로부터 계약 조건을 제시받았지만 선수가 KBO리그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늘 마음속에 KBO리그에 대한 그리움을 지우기 어려웠다"며 "한국행이 야구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되는 결정이기에 많은 고민을 했고, 이 와중에 신세계 그룹의 방향성과 정성이 결정에 큰 힘이 됐다. 가게 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K 그룹은 지난달 26일 신세계 이마트에 SK 야구단을 매각했다. 추신수 계약(본지 단독 보도)이 발표된 23일 오후 야구단 지분 100%를 보유한 SK텔레콤과 신세계 이마트가 지분 양도·양수 계약을 마무리해 주인이 바뀌었다. 14년 전 허무하게 날렸다고 판단됐던 '지명권'이 신세계 이마트의 새 출발을 함께 했다.
추신수 영입에 남다른 소회를 느낀 SK 직원이 있다. 바로 진상봉 팀장이다. 14년 전 1순위 지명권으로 추신수를 찍었던 진 팀장은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그날 운이 좋아서 첫 번째 순번을 뽑았다. 지명 후 데려오려고 노력을 참 많이 했었다. 너무 잘해서 반 포기했던 상태였는데 이렇게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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