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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초점] 시애틀 사장의 망언 논란, 한 사람의 사표로 끝날 일 아니다

김동윤 입력 2021. 02. 2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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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케빈 매더 시애틀 前 사장, 진 세구라, 존 스탠튼 시애틀 구단주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시애틀 매리너스의 구단주 존 스탠튼이 최근 구설에 오른 케빈 매더 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애틀 구단과 스탠튼 구단주를 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23일(이하 한국 시간) 스탠튼 시애틀 구단주는 "팬 여러분처럼 나도 매더 사장의 발언을 듣고 매우 실망했다. 매더 사장의 발언은 부적절했고, 우리 선수, 스태프 그리고 팬들에 대한 구단의 감정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달 초 매더 사장이 벨레브 조찬 로터리 클럽에서 한 발언은 지난 22일 유튜브로 공개돼 큰 논란이 됐다. 매더 사장은 곧장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사과 한 번으로 끝날 일은 아니었다. 그만큼 매더 사장의 발언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당시 매더 사장의 발언들은 기본적으로 소속 선수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 소속 선수의 이름을 잘못 기억하는 것은 약과였고, 팀에 헌신한 선수에 대한 존중도 없었다.

카일 시거(33)는 2009년 드래프트 이후 12년째 시애틀에서 뛰고 있는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지만, 매더 사장은 그를 "실력에 비해 돈을 너무 많이 받는다"며 돈 먹는 하마에 비유했다.

더 큰 문제는 이와쿠마 히사시(39)와 훌리오 로드리게스(20)를 얘기할 때 나왔다. 일본 출신의 이와쿠마는 7년간 시애틀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고,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로드리게스는 시애틀 최고 유망주임과 동시에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다.

매더 사장은 "이와쿠마는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영어 실력은 형편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쿠마가 복귀를 원했을 때 솔직히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가 돼주길 바랐다. 통역을 위해 매년 7만 5,000달러(약 8,400만 원)를 지출하는 것에 지쳤기 때문이다. 그걸 이와쿠마에게 말했더니 그의 영어 실력이 갑자기 좋아졌다"며 농담거리로 삼았다.

매더 사장의 편견과 달리 로드리게스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다

로드리게스에 대해서도 "여러분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인품을 지니고 있지만, 그는 시끄럽고 영어 실력은 대단하지 않다"고 언어 능력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어린 나이에도 모든 인터뷰를 영어로 하려 노력하는 유망주였고,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뛰어난 친화력을 가져 클럽하우스 리더의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드리게스가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은 이유 중 하나가 워크에식(직업 윤리)이 뛰어나다는 것이고, 뛰어난 워크에식의 증거로 제시된 것이 영어를 잘해서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매더 사장이 얼마나 수준 이하의 발언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 불필요한 발언으로 팀 이미지를 깎아 먹는 무능한 면까지 노출했다. 매더 사장은 6년 계약을 거절한 유망주 제러드 켈러닉(21)을 개막전이 아닌 4월에 메이저리그로 올릴 계획을 발설했다. 이 밖에도 "메이저리그 데뷔 준비를 마친 여러 유망주를 늦게 올리고, 팀 친화적인 계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좋은 유망주를 1년 더 쓰기 위해 늦게 올리는 일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선수의 권익을 해치는 편법에 가까워 공개적으로 얘기해 그 이미지를 굳힌다면 추후 유망주 계약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시애틀은 하루 만에 매더 사장의 사표를 받아내고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비영어권 선수들을 단지 영어를 못 한다는 이유로 비난한 것은 팬들에게 인종 차별로 인식됐다. 시애틀 선수단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정반대에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타격은 더욱 크다. 지난해 시애틀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흑인 선수를 보유한 팀이었고, 시애틀은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선 팀이었다. 백인 선수들조차도 흑인 동료들의 인권 운동을 지지했던 팀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이다.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갈수록 높아지는 국제 계약의 중요성과 비영어권 FA 선수들의 영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서비스 타임을 무기로 유망주들의 데뷔 시기를 결정하고, 팀 친화적인 계약을 하겠다고 '공개 발언'한 것 역시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한동안 유망주 불모지에 다름없던 시애틀에 모처럼 로드리게스, 켈레닉, 에반 화이트(24), 로건 길버트(23) 등 뛰어난 유망주들이 다수 모였다. 그런 상황에서 최고위층이 내보인 속내는 유망주들의 의욕을 꺾을까 두렵다.

유색 인종 선수가 많은 시애틀 선수단은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

한편, 이번 일로 인해 매더 사장의 과거 성추행 전과가 재조명되고, 스탠튼 구단주는 사건을 덮으려 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애틀 구단의 이미지는 더욱 추락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시애틀 최고위층 3명은 구단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일삼았고, 매더 사장은 그중 하나였다. 당시 야구장 및 재정 부문 부사장이었던 매더 사장은 피해 여성들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과 성적 농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매더 사장에게 피해를 입은 2명을 포함해 총 3명의 여성 직원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결과는 피해자 3명의 해고로 돌아왔다. 스탠튼 구단주는 피해 여성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지었고, 가해자 3명을 유임시켰다. 오히려 가해자인 매더 사장 외 1인은 이후 승진까지 했다.

매더 사장의 발언과 사고방식에 당황하고 실망했다는 스탠튼 구단주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이미 시애틀은 잘못을 바로잡을 몇 차례 기회를 외면했고, 그것은 더 큰 화가 되어 돌아왔다. 이번에도 한 사람의 사표로 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다면, 1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더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애틀 매리너스, 셰드 롱 주니어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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