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추신수도 '추신수'다

안승호 기자 siwoo @kyunghyang.com 입력 2021. 3. 3. 21: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O '롱런 타자'들 사례 다수
추신수도 경험·자기관리 겸비
첫 시즌 '타격' 부문선 장밋빛
해설위원들 "최소 1·2년 거뜬"

[경향신문]

1982년 7월13일생. 한국 나이로 올해 마흔이다.

신세계 이마트 야구단(가칭) 선수로 새 시즌을 시작하는 추신수는 한 시즌 더 미국 무대에서 뛸 것을 고민하다가 조금이라도 기량이 더 좋을 때 국내 팬들 앞에서 뛰려는 마음으로 KBO리그행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 과연 어떤 모습일까.

추신수는 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단축된 지난해 텍사스에서 33경기에만 나섰으나 그 직전 시즌인 2019년만 해도 151경기에 출전해 OPS 0.826에 24홈런 61타점과 함께 도루도 15개를 기록할 만큼 살아 있는 실력을 보였다. 1671안타에 218홈런 782타점의 통산 성적으로는 더욱 더 신뢰가 간다.

유일한 물음표는 역시 급작스럽게 내림세가 올 수도 있는 나이 ‘마흔 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나이 마흔이 넘도록 타자로 롱런했던 야구인들의 경험을 모아보면 추신수의 올해를 전망하는 시각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주력·수비력과 다른 타력

한국 나이로 42세까지 선수생활은 한 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40세이던 2018년에도 타율 0.303에 159안타 15홈런을 때리며 LG 중심타선을 지켰다. 박용택 위원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나이 마흔이 됐다고 체력이 확 떨어지지는 않는다. 수비력과 주력은 보편적으로 처지지만 타력은 급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위원은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이 타격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걸 메울 수 있는 기술과 경험적인 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실제 KBO리그에는 40세에도 쭉쭉 뻗어간 선수들이 있다. 이병규 LG 타격코치는 40세 시즌인 2013년 타율 0.348로 타격왕에 올랐다. 홈런이 5개에 그치는 등 장타력에서 퇴보하긴 했지만 절정의 타격 기술로 최고령 타격왕 이력을 만들었다. 이승엽 SBS 해설위원 또한 40세 해인 2015년에 타율 0.332에 26홈런 90타점으로 날았다. 50홈런을 넘나들던 전성기의 파괴력은 아니었지만 최적의 타이밍으로 비거리를 내며 장타를 양산했다.

■마흔, 체력전보다는 심리전

박용택 위원은 나이에 따른 피로도가 체력보다는 심적인 부분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흔 이상 선수생활을 했다는 건, 그 자체로 자기 관리를 엄격하게 해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내 경험상 그즈음에 그런 쪽에서 살짝 힘들어지는 면이 있었다. 심적으로 지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신수에게 KBO리그는 새로운 환경이다.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 또한 살펴야 할 부분이다.

40세가 넘도록 롱런을 했더라도 마흔 문턱에서 계단식으로 성적이 떨어진 타자도 역시 있었다.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영원한 3할타자’로 통했지만 40세 시즌인 2008년 타율 0.278로 주춤한 데 이어 2009년 타율 0.329로 회복했지만 82경기에만 출전한 가운데 2010년을 은퇴 시즌으로 보냈다. 팀 내 세대교체 바람도 작용했다.

이숭용 KT 단장은 40세 시즌인 2010년 넥센 선수로 타율 0.274에 90안타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홈런 2개뿐으로 장타력은 뚝 떨어졌다. 이 단장은 “예를 들어 ‘이 정도면 (담장을) 넘어가겠지’라는 느낌으로 공을 쳤는데도 넘어가지 않는 타구가 늘어났다. 내 경우 39세에 그런 느낌이 왔다”고 복기했다. 이 단장은 “젊은 선수들이 주춤한다 싶으면 슬럼프라고 할 수 있지만 30대 후반에 이른 선수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며 “가령 방망이를 34인치에서 33인치 반으로 줄인다거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추신수를 말한다

추신수 \'내 등번호는 17번!\'. 연합뉴스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가 여럿 있지만 추신수의 첫 시즌 전망은 역시 타격만 놓고는 긍정적이다. 이숭용 단장은 “추신수 하면 자기 관리를 너무 잘하는 선수로 알고 있다. 확실한 루틴이 있어 적어도 1~2년 정도는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승엽 해설위원도 그 나이에도 경쟁력 있는 기량을 보였는데, 그런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용택 위원은 “타격만 놓고 본다면 첫해의 추신수는 충분히 통할 것 같다. 아마도 시즌 초반에는 추신수의 리그 적응보다 우리 리그가 추신수 적응에 애를 먹을 것”이라며 “투수들이 타석의 추신수를 보고 움츠러들어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는 장면도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 @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