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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구단주, KBO리그 산업화 촉매제 기대[장강훈의 액션피치]

장강훈 입력 2021. 03. 0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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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제공=신세계그룹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용진이 형’이 야구계에 화려하게 등판했다. 클럽하우스에서 팬들에게 직접 구단 플랜을 설명한 뒤 유니폼 넘버 24번을 달겠다고 선언했다. 팬과 직접 소통했고, 현역 메이저리거인 추신수(39)를 영입하는 등 확실한 팬서비스도 하고 있다. 여러모로 KBO리그 역사상 처음 보는 유형의 구단주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파격 행보는 단순히 신생팀의 안정적인 연착륙 그 이상을 기대하게 한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자가 야구계에 뛰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해달라”며 기존과 다른 형태의 구단 운영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단순히 돔구장 건립이나 현재 홈인 문학구장에 스타벅스, 노브랜드버거 등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키겠다는 차원이 아니다. SK를 인수할 때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 창출’을 강조한 만큼 야구단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KBO리그 산업화를 천명한 최초의 구단이 되는 셈이다.
추신수가 신세계그룹 야구단과 연봉 계약을 마무리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K 와이번스 제공
프로야구를 기업의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여기는 기존 구단과 달리 신세계그룹은 하나의 사업체로 보고 있다. 구단 자체 수익은 미비하더라도 야구단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그룹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함께 도모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오를 때마다 스포츠마케팅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써의 메이저리그 구단 운영을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선행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이기는 하지만, 구단주가 직접 관련 사안을 챙기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KBO리그에 없던 수익 사업 모델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야구단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히어로즈가 보여줬다. 실질적인 구단주인 이장석 전 대표이사는 네이밍마케팅과 서브스폰서 유치 등으로 흑자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나친 욕심에 이런저런 범법행위를 저질렀지만, 연평균 300억원 가량 비용을 써야하는 야구단이 한국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개인의 역량으로도 흑자 경영을 할 수 있다면, 유통공룡인 대기업이 직접 발을 담그면 그 파이가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SK 최정이 동료 내야수들과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SK 와이번스
구단주의 소탈함이 그 시발점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NC소프트 김택진 대표이사가 부럽다”며 “택진이 형처럼 나도 용진이 형으로 불러도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우승 열망을 직접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이른바 귀족, 족벌로 대표되는 대기업 총수에 대한 일반인의 거리감을 상쇄하는데에도 성공했다. 야구단은 팬이 최대 고객이다. 소비자로서 팬이 가진 잠재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친근함을 앞세워 소비자인 팬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은 한국 기업 문화를 들여다봐도 흔한 풍경은 아니다.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하더라도 정 부회장의 깜짝 등판은 꽤 성공적으로 보인다. 10대 20대의 지갑을 열 수 있는 ‘화제성 지수’를 단숨에 끌어 올려, 야구팬뿐만 아니라 다른 대중에게도 ‘신세계 야구단’에 대한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흘러가는 퍼포먼스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KBO리그 산업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다른 9개 구단이 정 부회장의 파격행보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쩌면 ‘용진이 형’의 파격 행보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프로야구 SK와이번스 인수를 위한 주식취득 건을 승인했다고 3일 밝혔다. 야구단 인수와 관련한 정부 허가 절차까지 마무리했다.

오는 5일 SK가 무대 뒤로 사라지고 신세계가 열리면, 새 CI, 팀명, 유니폼 발표부터 창단식, 첫 공식경기, 정규시즌 개막까지 쉴새 없는 파도가 몰아친다. 이 과정에 새 구단주의 일거수 일투족은 그 자체로 구단 마케팅이 된다. 신세계가 KBO리그 산업화의 촉매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야구팀장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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