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인력 부실" 취임 7개월만에 물러난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전영지 2021. 3. 21. 16: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문화체육관광부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초대 이사장이 취임 7개월만에 물러났다.

이 이사장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직을 사임합니다'라는 제하에 무려 A4지 3장에 달하는 사퇴의 변을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철인3종' 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한 달만인 지난해 8월 5일 '체육인 인권보호 및 스포츠 비리 근절을 위한 전담기구'로 출범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태동은 2019년 1월, 조재범 전 코치의 빙상계 폭력 사건 직후다.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선수들의 인권 보호를 체육계가 아닌 독립된 기구에 맡겨야 한다고 권고했고, 2020년 2월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됐으며, 8월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와 스포츠인권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 등 4개 단체에 흩어져 있던 스포츠 비리 신고, 인권 보호 업무가 스포츠윤리센터로 통합됐다.

고 최숙현 사건 직후 법률 시행기한에 맞춰 서둘러 창설된 기관인 데다 각기 다른 단체에서 온 구성원들의 전문성, 조직력이 허점을 드러내며 '채용 의혹' '갑질 논란' '노조와의 갈등' 등 불협화음이 흘러나왔다. 새해 들어 스포츠 현장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갔다. 정부가 센터 예산을 지난해 22억9000만원에서 올해 53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신규채용도 지난해 25명에서 40명으로 늘리며 개선을 약속했지만, 하루아침에 세상의 모든 스포츠 폭력, 인권 사건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센터는 3월 초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9월 2일부터 올해 2월 26일까지 6개월간 총 129건의 신고를 접수, 총 32건의 심의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접수된 신고 건수중 심의위까지 간 것이 4건 중 1건에 불과하다는 결과에 기대에 못미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 최근 논란이 된 스포츠 학교폭력(학폭) 문제 해결을 위해 문체부가 3월 5일부터 4월30일까지 스포츠 선수에게 학폭 피해를 당한 이들을 대상으로 '스포츠 학교폭력 집중상담, 신고기간'을 운영, 스포츠윤리센터 전화(1670-2876), 홈페이지, 방문, 우편 등을 통해 이를 접수토록 하면서 센터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됐다.

결국 이숙진 이사장은 이날 전격 사의를 밝히고 부실한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센터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과 스포츠 선수들의 기대와 여망을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실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출범했다"면서 "(출범 당시) 센터 핵심 업무인 조사 관련 경험이 있는 경력직은 팀장 이하 인력 중 2명에 불과했고, 대다수 인원은 사업, 행정, 홍보 경력 직원들이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센터) 출범을 서둘렀으나, 센터 필요 인력에 대한 정확한 직무 분석과 이에 기반한 채용이 병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한 후 "센터의 기본적 책무와 이를 수행할 조사 인력의 불일치는 센터 업무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스포츠 학교폭력 미투'가 사회문제화되고 신고 사건이 쌓여가고 있어 어려움은 증폭되고 있다"고 상황을 털어놨다. "경력 있는 조사 전문인력의 확보와 조직 개편, 특별사법경찰관 제도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센터가 명실공히 준사법적 기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차기 이사장을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선임해 조직 정상화를 이끌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학폭 신고기간 중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일단 이사 중 한 분의 통솔하에 실질적인 업무는 사무국장이 처리할 것이다. 조사, 상담, 교육은 각팀별로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고, 심의위원회는 별도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조직의 고유 기능에 따라 업무 공백 없이 잘 운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법률 개정 당시에는 센터의 초기 예산과 인력이 많지 않았다. 조직 초기에 조사인력에 대한 눈높이도 달랐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한층 강화된 인력과 예산을 따냈고, 4월 1일을 목표로 14명의 조사인력을 추가로 충원할 것이다. 현재 채용 과정중에 있다. 최대한 지원하면서 함께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직을 사임합니다]

작년 7월 최숙현 선수가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한 지 한 달 만에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했습니다. 저는 고 최숙현 선수가 6개의 기관에 전전하며 호소하였던 스포츠 선수들의 고통과 막막함을 해결하는 것이 스포츠윤리센터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스포츠윤리센터는 접수된 신고사건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지 않고 모두 직접 조사하였고,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도 스포츠 인권보호라는 관점에서 자체 조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익명신고 사건조차도 피해자의 관점에서 피해여부를 밝히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과 존립 기반은 스포츠 인권과 스포츠 비리의 피해자들을 위하여 제대로 사건을 조사하고 진상을 규명하여 피해구제를 확실히 하고, 더 나아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스포츠윤리센터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과 스포츠 선수들의 기대와 여망을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실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출범하였습니다.

저는 2020년 8월 5일자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구성한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실무지원반은 2020년 7월 24일자로 이미 채용업체를 통해 25명의 직원을 채용 완료한 상태였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핵심 업무인 조사 관련 경험이 있는 경력직은 팀장 이하 인력 중 2명에 불과하였고, 대다수 인력은 사업, 행정, 홍보 경력의 직원들이었습니다.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과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출범을 서둘렀으나, 그에 걸맞는 스포츠윤리센터의 필요 인력에 대한 정확한 직무분석과 이에 기반한 채용이 병행되지 못하였습니다. 그 결과, 스포츠윤리센터는 설립과 동시에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 속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저는 2020년 8월 5일 출범 당일에야 스포츠윤리센터 직원들과 첫 인사를 나누었고 그날로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핵심 업무인 신고사건의 조사와 처리를 경험한 적이 없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지난 6개월 동안 조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문제는 그야말로 커다란 난제였습니다. 서너 달의 훈련과 교육을 통해 조사 업무의 완성도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존재하였습니다. 조사결과를 심의·의결하는 스포츠윤리센터 심의위원들의 헌신적 노고가 없었다면 일상적 조사업무를 마무리하기 어려웠습니다. 특정 사건의 경우에는 전체 심의위원회와 별도의 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구성해 수차례 회의를 열고 추가조사와 자료 보완을 해야 겨우 심의 종결 단계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 인권 침해와 비리에 대한 조사"라는 센터의 기본적인 책무와 이를 수행할 조사 인력의 불일치는 현 상황에서 일시에 개선되기 어려워 센터 업무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스포츠 학교폭력 미투'가 사회문제화 되고, 신고사건이 쌓여가고 있어 그 어려움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미 국회와 언론 등에서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실무지원반의 인력채용에 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으며, 센터 내부에서도 조사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된 바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동 센터 출범 당시의 인력 채용에 관하여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동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스포츠윤리센터의 태생적인 한계를 직시하고 한시바삐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경력있는 조사 전문 인력의 확보와 조직 개편 그리고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의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를 잘 수립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응급처방이 아니라, 스포츠 폭력과 인권침해의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되어 스포츠윤리센터가 명실공히 준사법적 기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필요불가결한 조건은 시급한 인력과 예산의 투입 그리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센터 위상의 재정립일 것입니다.

출범 2달 만에 설립된 동 센터의 노동조합은 센터 내부에 크고 작은 잡음이 있는 것으로 언론에 알려왔습니다. 노조가 요구한 직원 임금은 인상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노동부 고용노동청 조사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진정한 내용들 중 갑질, 폭언,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위법행위는 없었고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감사원에서도 노동조합이 제기한 사항들에 대해 문제없음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사장인 저에게 행해졌던 OOOO OOO의 문자를 통한 협박 사건은 외부 조사위원의 조사와 징계위원회를 통한 징계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스포츠 폭력과 비리가 없는 체육계를 만들고자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였으나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동안 저에 대한 협박과 진정 및 언론을 통한 근거 없는 공격에도 인내하면서 버틴 것은 스포츠윤리센터의 태생적인 한계를 인지하고 이 한계 속에서나마 인권과 비리 근절을 위한 피해구제기구로서 당 센터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스포츠 인권을 향한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여 스포츠윤리센터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사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절박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저의 역할과 노력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며 사직의 의사를 표합니다. 고 최숙현 선수가 목숨으로 우리에게 던진 질문, 폭력없는 체육계를 위한 답을 찾아가는 일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스포츠윤리센터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주실 것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2021. 3. 19 이 숙 진 배상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

- Copyrightsⓒ 스포츠조선(http://sports.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500만원대 최고급 '브람스 안마의자' 100만원대, 20대 한정판매
샤론 스톤, ‘원초적본능’ 감독 비난 “속옷 탈의 요구했다”
이동국 씁쓸 고백 “장동건 믿었는데…”
“기성용 성폭행? 대국민 사기극” 충격의 음성파일
허경환 “회사 돈으로 억 단위 별풍선 쏜 직원 있어”
김혜선 “독일인 남편과 위장결혼? 다른 사람 사랑해”
일본 '수제 금장 퍼터' 82% 할인, 99,000원 판매! 20개 한정
유미 '설거지' 하다가 밟고만 있었는데, '다리'가 예뻐져
'BTS'는 '레모나' 먹고, 전세계 스타들이 먹는 '스테미너' 음식은?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