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덕후' 간호사 이강은이 NC 데이터분석원이 되기까지[놀땐뭐하니]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2021. 3. 22. 10: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비시즌 그리고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지금. 야구시즌이 ‘놀 때’ 구단 직원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새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쉴 틈이 없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NC다이노스

NC 다이노스는 창단 때부터 ‘데이터 야구’를 강조해왔다. 스카우트팀과 데이터팀을 합치고 비선출 출신 데이터 분석가들을 적극 영입해 데이터팀을 강화시켰고, 선수출신 전력분석원들의 공존으로 현장과의 조화도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는 선수단 전원에게 최신형 태블릿 PC를 지급해 자신의 영상과 기록, 트랙킹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D-라커’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같은 데이터 야구를 바탕으로 NC는 지난해 창단 9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2021년, 디펜딩챔피언 NC는 또 한 번 데이터 야구를 소폭 강화시켰다. 1군(N팀)이 아니라 이젠 2군(C팀)까지도 데이터야구를 전문화시켰다. 물론, 이전에도 C팀에서 첨단 장비는 사용하고 있었고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이전엔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데이터분석원이 상주하지 않아 선수단이 데이터를 상시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올해부터는 C팀에 상주하는 데이터분석원을 배치해 선수단이 더 쉽게 데이터 야구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NC다이노스

◆ 야구 접한지 8년, 간호사 이강은이 데이터팀 매니저가 되기까지

지난해 말 NC에 새롭게 합류해 올해 C팀 데이터분석원이 된 이강은(30) 매니저는 이력이 특이하다. 대학을 진학해 간호사로서 사회생활을 하던 이 매니저는 야구를 접한지 불과 8년 만에 데이터분석원으로서 야구단에서 일하게 된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야구에 빠진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빠르게 자신의 꿈을 이뤄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스포츠와 전혀 인연이 없었던 이강은 매니저가 야구에 빠지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똑같은 일상에 좋아하는 일도, 재미있는 일도 없었다는 그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야구를 접하고 난 뒤 야구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그리고 야구라는 ‘좋아하는 것’이 생기자, ‘좋아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야구단 업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야구 선수 출신도 아니고 스포츠 전공자도 아닌데다 프로야구 구단 특성상 선수와 호흡할 수 있는 거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은 여성에겐 한정적이었다. 이 매니저는 비교적 위 조건에서 자유로운 통역 매니저를 목표로 1년 이상 캐나다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여러 구단에 지원도 했지만, 기회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NC다이노스

한창 방황하던 중, 이 매니저에게 ‘데이터’라는 분야가 눈에 들어오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비선출이면서 여성이라도 선수들과 호흡할 수 있는 ‘데이터분석원’이라는 직업을 발견했다. 결심을 한 이 매니저는 KBO 기록 강습회에 나서고, 스포츠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에 아르바이트도 다니면서 기록과 데이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세이버 메트릭스 공부는 필수,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이 매니저는 여러 사이트를 통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데이터 분석원들이 쓰는 통계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여가시간을 줄이고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행하면서 역량을 키워왔다. 이후 방송사에서 메이저리그와 KBO 기록원도 하면서 꾸준히 야구의 꿈을 키워온 지 2년. 이 매니저는 2020년 10월, 꿈에 그리던 야구단에 데이터분석원으로서 입사하면서 성덕의 자리에 올랐다.

“성격상 미루면 게을러지는 타입이라, 결정하는 순간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죠 그런데 하면 할수록 야구가 더 재밌어졌어요. 좋아하는 곳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NC다이노스

◆ ”좁게는 선수단, 넓게는 스포츠계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 되고 싶어요“

데이터분석원으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이강은 매니저는 비시즌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 한국시리즈 보조 업무부터 시작해서 겨우내 데이터와 프로그램, 구단 장비들을 다루고 익숙해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2월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을 땐 본격적으로 2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현장에서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현장 업무도 만만치 않다. 훈련이 있는 날에는 장비를 설치하고 측정하면서 선수들에게 실시간으로 피드백 해주고, 경기 때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데이터들을 측정하고 수집하는 것이 이 매니저의 일이다. 훈련과 경기가 끝난 오후엔 이 데이터들을 정리해 다른 전력분석원들과 회의를 거친 뒤, 이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하루 일과다. 하루가 길다.

2군 선수단 현장 스태프 중 유일한 여성이라는 점에서 마주하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여성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고, 선수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 매니저는 자신이 잘 적응해서 제 역할을 잘 해내면 선수단도, 더 나아가 구단과 리그 전반적으로도 여성 스태프를 향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윤승재 기자)

고된 일과지만 보람은 더 크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도 있지만, 선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얼마나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밌다. 또 선수들이 다가와 함께 상의하며 보완점을 찾아갈 때 선수들과 호흡하고 있다는 데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육성 선수 중에 천재환 선수나 오태양 선수가 많이 물어보러 오는 편이에요. 특히 신인 오태양은 몸 회전 가속도가 팀 전체 상위권에 속하는데,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를 가져가면서 측정 결과를 유심히 살피고 더 연구하는 편이에요. 이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많이 다가오는데, 이 선수들과 함께 연구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함께 느끼다보니 저도 즐겁고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강은 매니저는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두 가지를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최우선이에요. 이를 위해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선수들과 소통해야 겠죠. 데이터와 현장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증명하고도 싶구요. 또 이렇게 제 역할을 잘하다보면 다른 팀이나 스포츠 업계에서 여성 스태프들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좁게는 선수단에, 넓게는 스포츠계 전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놀땐뭐하니①]“삼튜브 연봉제는 당연히 ‘도전형’, 우승 순간 찍는 게 꿈이에요” [링크]

[놀땐뭐하니②] NC 우승 식단 책임진 손은샘 영양사 "캠프 식단도 시즌 때처럼 철저히 쨔야죠”[링크]

[놀땐뭐하니③] 프로 문 두드렸던 지승재가 롯데 마차도의 '동생’이 되기까지[링크]

[놀땐뭐하니④] ‘응원가 맛집’ 김상헌 응원단장 손에서 태어날 오재일 삼성 응원가는[링크]

[놀땐뭐하니⑤] 롯데 신기록 그라운드 키퍼 "선수들 실책이 곧 우리 성적, 실책 나오면 자책하죠" [링크]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