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잔] 최종예선에서 일본 만나면 이길 수 있을까?

김태석 2021. 3. 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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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석의 축구 한잔] 최종예선에서 일본 만나면 이길 수 있을까?



(베스트 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한잔

일본의 저명한 축구 칼럼니스트 세르지오 에치고 씨는 한·일전 직후 <니칸스포츠>를 통해 기고한 짤막한 칼럼을 통해 “시대가 바뀌었나? 한·일전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촌평을 남겼다. 에치고 씨가 바라 본 한국의 문제점은 확실히 과거 한국 축구가 줬던 느낌과 다르다.

에치고는 “한국은 스피드가 없었고, 볼 점유도 느슨했다. 파울로 끊는 기백도 없었다”라고 했다. 하기야 거칠게 부딪치고 일본 선수들을 윽박지르던 한국 축구의 이미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경기였으니, 에치고 씨가 과거 한·일전과 비교해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설프게 한·일전 때마다 불태웠던 투혼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다. 경기를 본 이들은 모두가 동감하겠지만, 이 경기는 1부터 100까지 모든 면에서 일본에 진 경기였다. 심지어 이 경기 이전까지 최악의 한·일전으로 꼽혔던 ‘삿포로 참사’ 때도 경기 중 특정 시점에는 ‘랠리’라는 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도 않았다.

투혼이라는 어설픈 감정의 영역에서 조금 벗어나보자. 이번 ‘요코하마 굴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피지컬 싸움이었다. 적어도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일본은 과거처럼 패스를 여기저기 돌리며 예쁘게 축구하다 한국의 피지컬이 짓눌려 자신들의 장점을 표출하지 못하던 팀이 아니었다.

도리어 반대였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베테랑 센터백인 요시다를 비롯해 큰 체격을 앞세워 싸움을 걸어오는 선수들에게 상당히 고전했다. 기술적으로도 상당히 수준 높은 선수들이 피지컬과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으니 한국 처지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다. 모리타 히데마사·엔도 와타루는 엄청난 활동량을 뽐내며 기술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 한국 미드필더들보다 앞선다는 걸 증명했으며, 이토 준야 같은 윙들은 그간 국제 무대에서 스피드로 알아주던 한국 선수들을 주력으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투혼이라는 것도, 팀 간 경기력 차가 엇비슷해야 그 힘이 발휘되는 법이다. 이 경기에서는 완벽하게 실력에서 졌으니, 투혼 발휘봐야 무용지물이었다.

착잡한 심경으로 경기를 되돌아보면서 드는 여러 가지 의문감이 들었다. 손흥민을 비롯한 유럽파들이 가세했다면 결과와 내용이 달랐을까? 물론 지금보다 탄탄한 전력이기에 기대감이 더 드는 건 사실이지만, 냉정히 장담할 수 없다. 과거 아시아 축구계에서 맹주로 불린 한국 축구였지만, 이제 예전처럼 압도적인 기색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


일본이 보인 성장세는, 비단 일본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 축구는 지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가까스로 본선에 턱걸이를 한 바 있다. 이란은 여느 유럽팀 못잖은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을 뽐내며 한국을 윽박질렀다.

또 있다. 과거에는 승점을 가져다 주던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도 살 떨리는 승부를 해야 했다. 2019 AFC 아시안컵에서는 어떠했는가? 2022 FIFA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의 진일보를 모두가 지켜봤다. 성공 가능성을 지켜봐야겠으나 중국도 브라질 출신 외인 선수를 연거푸 귀화시키며 힘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대들은 최종 예선에서 맞붙게 될 터인데, 이제 하나같이 승리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일본? 당연히 이번보다 더 강한 전력으로 임할 것이다.

이러한 주변 라이벌 팀들의 성장세와 비쳐볼 때,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이번 한일전 패배를 곱씹어 볼 때 과연 한국 축구의 현주소는 분명 고민하게 된다. 지금보다도 훨씬 강한 전력인 일본과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회복하기 힘든 최종 예선에서 다시 만난다면, 혹은 이전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정면승부를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과거처럼 압도하거나, 그렇지 않아도 꾸역꾸역 승리를 챙기며 아시아 축구의 전통 강호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명확하게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지금, 선선히 그렇다고 답하기가 힘들어 갑갑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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