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mental] 독일 패배의 교훈? 집중력 흔들리면 강팀도 무너진다

류청 2021. 4. 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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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권혁주 멘탈디렉터, 에디터=류청]

축구는 사람이 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심리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선수와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FC서울과 FC안양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스포츠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멘탈 퍼포먼스 대표 이상우 박사와 권혁주 멘탈 디렉터가 그 내밀한 이야기를 한다. <편집자주>

독일도 집중력을 다잡지 못하면 북마케도니아에 패할 수 있다.

지난 1일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J조 경기에서 독일은 북마케도니아에 패했다. 독일이 월드컵 예선에서 패한 건 20년 만이다. 이날 패배로 독일은 조 3위(2승 1패, 승점 6점)로 내려갔으며, 경기에서 압도하고도 승리하지 못한 독일 대표팀과 요아힘 뢰브 감독에게 비판이 쏟아졌다. 완벽한 1대1 찬스를 놓친 티모 베르너도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독일 수비는 시종일관 흔들렸고, 볼을 점유하긴 했지만 생산력과 효율성은 매우 떨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집중력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집중을 잘 하는가 못하는가’ 보다는, 집중이 흔들렸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집중은 선수의 퍼포먼스에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특히 우수한 선수일수록 동작에 완벽하게 몰입하며,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차단하고 현재 자신이 해야 할 것에만 몰두한다. 이는 기술이나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라도 경기장에서 최고수행(peak performance)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집중을 잘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기력과 연관 있는 집중의 특성은 3가지이다. 먼저 첫번째로 선택성이 있다. 특정 사건이나 생각에 선택적으로 집중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능력으로 스포츠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인지기술이다. 이번 독일과 북마케도니아의 시합에서 베르너는 선택성이 흔들렸을 가능성이 높다. 공이 미묘하게 중심 뒤로 흐르자 이것을 왼발로 처리할지, 오른발로 처리할지에 대해 순간적으로 고민하고, 뒤늦게 판단하여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것이다.

두번째는 용량이다. 사람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인지심리학에서도 사람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복잡한 정보를 2가지 이상 집중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축구에서는 이 용량을 배분하여 순간적으로 가장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선수가 우수한 능력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독일 수비진은 북마케도니아의 파상공세에 흔들렸고, 결국 마크맨을 놓치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였다.

세번째는 각성과의 연관성이다. 각성은 사람의 에너지 레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졸리고 피곤한 상태는 각성상태가 낮은 것이며 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들은 각성이 높은 상태이다. 각성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집중에도 영향을 주는데, 독일 선수들은 지난 경기에서 각성상태가 흔들렸을 가능성이 높다.

뢰브 감독은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과거의 베테랑 선수들을 제외한 채로 팀을 구성했다. 대부분 연령대가 낮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경기장의 분위기를 제어하지 못하고 각성상태가 흔들린 것이다. 물론 선발선수들 대부분이 다른 조별예선 경기에도 출장했던 터라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 각성상태가 낮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재집중을 통해 흔들리는 각성상태를 바로잡아야만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집중이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다시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심리적으로 단련되어 있지 않은 어린 선수들은 분위기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평소 훈련과 일상생활에서 심리기술훈련을 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이 때 필요한 심리기술을 재집중 계획(refocusing plan)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한 일로 집중이 흔들렸을 때 다시 집중하기 위한 자신만의 멘탈 계획이다. 시합 전 집중계획도 중요하지만 재집중 계획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많은 노력을 해서 시합을 준비하고도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의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집중을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방법은 통제가능성을 구분하는 것이다. 통제가 가능한 것은 내가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것(자기암시, 루틴, 긍정적 태도 등)이며, 통제가 불가능한 것은 내가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바꿀 수 없는 것(심판의 오심, 상대의 도발, 지나간 실수 등)을 말한다. 시합 도중에 이를 구분하기 시작하면 늦다. 훈련이나 과거 시합에서 흔들렸던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목록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그 중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포인트를 찾은 뒤, 훈련 때 실수를 하더라도 그 포인트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집중과 같은 심리요인 역시 평상시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사람의 멘탈은 빠른 시일 내에 변화하기 어렵다. 선수들이 슛을 잘 하기 위해 계속 연습하는 것처럼, 집중력 또한 그만한 노력을 동반하여 자신만의 기술로 습득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더라도 매일같이 체력운동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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