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콩', '티즈플랜', '독도지기' .. 개성만점 경주마 이름 어떻게 짓나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는 이렇게 노래했다. 이름의 의미가 어떤 확장성을 갖는지를 아름다운 시어로 함축해 오랜 동안 사랑받고 있다. 이렇듯 이름은 단순히 ‘상징’을 뛰어넘는다. 자신을 드러내는 또다른 분신이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구단들은 각 연고지의 다양한 특징을 살려 이름을 짓는다. 특징이 곧 이름이 되고 그 이름은 구단의 ‘정체성’이 된다. 팬들은 그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팀과 하나가 된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야구단의 새로운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것도 그래서다. 경마 스포츠에도 팬들이 목 놓아 부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경주마의 마명이다. 경마라는 스포츠의 ‘선수’라고 할 수 있는 경주마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 ‘이름값’ 바라는 간절함 담았다
말의 소유주는 말의 혈통등록이 되고 만 1세가 지나면 말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경주마의 마명은 한국마사회의 ‘더러브렛 등록 규정’에 따라 한글 기준으로 여백 없이 6자 이내로 지어야 한다. 이 ‘6자’를 두고 마주들은 자식 이름을 짓는 것만큼이나 큰 고민을 하게 된다. 자라면서 다치지 않기를, 경주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우승에 대한 열망을 한껏 담는다. 그리고 경주마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부터 자식과 같은 애착이 형성된다.
최강 암말이라 불리는 ‘감동의바다’는 넓디 넓은 바다만큼 감동을 안겨줬다. 경주마로서는 신인이라 할 수 있는 3세 때 최고 경주 그랑프리(GⅠ,2300m)에서 우승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감동의바다’는 그랑프리 경주에서 최근 20년 동안 유일하게 우승한 암말이자 한국경마가 전산화된 1985년 이래 6번째 암말 우승마다.
경매 당시 체구가 작고 인기가 없어 강하고 끈기 있는 경주마로 성장하길 바라며 이름을 지었다는 ‘돌콩’ 역시 ‘돌처럼 단단한’ 명마로 성장했다. 먼 나라 두바이까지 원정을 가 한국 경주마 최초로 ‘두바이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다. 최근 어마어마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경주마 ‘어마어마’,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1400m 신기록을 세운 ‘쏜살’도 이름에 걸맞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그랑프리’(GⅠ,2300m)에서 우승한 ‘동반의강자’는 ‘동방의강자’로 마명을 등록하려다 오타 실수로 ‘동반의강자’가 됐다는 웃픈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 마주, 혈통도 한 눈에…
마주들의 특성을 드러내는 이름도 많다. ‘슈퍼삭스’, ‘아이언삭스’ 등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총 18두의 ‘삭스’들이 있다. 김창식 마주는 국내외 유수 의류 브랜드에 양말을 납품하는 양말 전문기업의 대표다. 그는 양말과 경주마에 대한 사랑과 끈기를 담아 이름을 짓기로 유명하다. ‘갓오브삭스’, ‘핵삭스’ 같은 강력한 삭스부터 ‘플로리다삭스’, ‘오클랜드삭스’ 등 산지 이름를 붙인 삭스도 있다. 지자체가 마주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천시청의 ‘이천쌀’, 영천시청의 ‘최강영천’ 처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황영금 마주는 이수홍 마주와 함께 지난 27년 동안 마주활동을 해온 국내 최고령 원로이자 ‘말 사랑’과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유명한 존경받는 마주다. 황영금 마주는 “말은 우리에게 가족과 같다. 가족회의를 통해 이름을 짓는데 남편이 생전 남북통일이나 독도문제 등에 관심이 많았고 나라사랑에 큰 뜻을 갖고 계셔 말 이름에도 우리의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경주마 ‘백광’의 이름으로 기부하며 국내 최초로 동물명의 기부를 개척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인 만큼 잘 달리는 부마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름에 ‘메니’가 들어간 경주마들은 모두 최강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들이다. ‘티즈’ 계열 역시 미국 유명 씨수말 ‘티즈나우’(TIZNOW)의 피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티즈플랜’ 역시 부마인 ‘티즈나우’의 앞 두 글자와 모마인 ‘어뮤징플랜’의 뒤 두 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
한해에 경주마로 입사하는 더러브렛은 약 1500두다. 모두 각자의 소망과 의미를 담은 이름을 달고 마생을 시작한다. ‘이름’은 그 존재를 나타내는 단어다. 단순한 글자 이상의 울림을 갖는다. 경주마든 사람이든 의미 없이 지어진 이름은 없다. 세상 모든 ‘이름’들이 그 속에 품고 있는 가치를 빛내는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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