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닝 2실점인데..타자들 또 안 도와주네

2021. 4. 9. 0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류현진, 텍사스전 호투에도 패전
타선 침묵에 수비 실책까지 겹쳐
감독·언론 등 잇딴 불운 안타까움
"선발투수 몫 했다, 앞으로도 최선"
류현진은 텍사스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에이스 몫을 했다. 호투를 뒷받침하지 못한 타선과 수비가 아쉽기만 하다. [AP=연합뉴스]

빈약한 득점 지원과 허술한 수비.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대표적 약점이다. 그 여파로 에이스 류현진(34)이 또 손해를 봤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호투했다. 볼넷은 없었고, 삼진을 7개 잡아냈다. 평균자책점은 3.38에서 2.92로 좋아졌다.

MLB 데뷔 9년 만에 처음 상대하는 텍사스 타선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7이닝 중 삼자범퇴로 끝낸 게 네 차례였다. 5회 1사 2루와 7회 무사 1·2루 위기도 무사히 넘겼다. 2회 선두타자 닉 솔락에게 직구를 던졌다가 한가운데로 몰려 홈런을 맞은 게 유일한 실투다.

구속과 제구력의 조화가 완벽했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의 텍사스전 직구 시속은 평균 90마일(약 145㎞), 최고 92마일(약 148㎞)로 나타났다. MLB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던 2년 전과 비슷하다.

송곳 제구도 여전했다. 모든 구종을 활용해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공략했다. 나중에 ‘에이징 커브’(특정 나이를 넘어서면서 운동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가 오더라도, 오랫동안 마운드를 지킬 수 있는 최고 무기다. 경기 운영과 수 싸움도 더욱 노련해졌다.

류현진은 잘 던지고도 승리 대신 시즌 첫 패전을 떠안았다. 토론토가 1득점에 그치면서 1-2로 진 탓이다. 류현진은 뉴욕 양키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5와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두 번째 등판인 이날 더 오래 던지면서 실점도 최소화했다. 두 경기에서 모두 승수를 추가하지 못해 MLB 통산 60승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토론토의 문제는 역시 타선과 수비였다. 해결사가 없는 토론토 타선은 텍사스 에이스 카일 깁슨에게 꽁꽁 묶였다. 2회 1사 2루, 3회 2사 1·2루, 5회 1사 만루의 득점 기회를 모두 무위로 날렸다. 깁슨이 교체된 뒤인 8회 솔로홈런으로 팀 완봉패를 겨우 면했다.

2회에는 토론토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실책성 수비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투수 류현진은 1사 후 호세 트레비노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지만, 게레로가 유격수 송구를 놓쳤다. 기록원은 이 타구를 실책이 아닌 내야안타로 판정했다. 트레비노가 2사 후 빗맞은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류현진의 자책점이 하나 늘었다.

현지 언론은 일제히 류현진의 불운을 안타까워했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 선은 “류현진은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타선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개막전에 이어 타선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썼다. MLB닷컴은 “토론토 타자들이 류현진의 승리를 거부했다. 류현진은 7이닝 동안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고 전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경기 후 “타선은 살아나지 않았지만, 류현진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실책성 플레이에도)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 대단했다. 그는 우리에게 승리 기회를 주는 에이스”라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늘 그랬듯 미소를 잃지 않고 의연했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 시절부터 불운 속에서도 버티는 데에는 도가 텄다. 그는 한국 무대 마지막 시즌이던 2012년, 27경기에서 182와 3분의 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10승을 못 채웠고(9승 9패) 이듬해 미국으로 갔다.

이번에도 류현진은 자신의 투구 내용만 돌아봤다. 그는 “체인지업과 컷패스트볼(커터)로 약한 타구를 많이 유도해서 7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첫 두 경기보다 올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 같다. 두 경기 모두 3실점 미만을 했으니, 선발 투수의 몫은 해낸 것 같다”고 자평했다.

류현진은 단점은 잊고 장점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부족한 ‘1득점’보다 잘 막은 ‘2실점’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그는 “투수진이 선발과 불펜 모두 정상 컨디션으로 좋은 모습을 보인다. 다들 컨디션이 제 궤도에 오른 만큼, 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는 “앞으로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실력만큼이나 마인드도 단단한, 진짜 ‘에이스’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