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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실점→야수를 투수로' 수베로 기용, KBO는 파격→MLB는 흔한 일

이상학 입력 2021. 04. 11. 06:02 수정 2021. 04. 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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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지형준 기자]8회초 한화 정진호가 강경학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두산 신성현을 상대하고 있다. /jpnews@osen.co.kr
[OSEN=대전, 지형준 기자]8회초 한화 수베로 감독이 마운드에 야수인 강경학을 올리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jpnews@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13점차 뒤진 9회초. 승부가 기운 경기에서 뜻밖의 볼거리가 나왔다. 야수 2명이 연이어 마운드에 오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파격 이벤트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화는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1-14로 뒤진 9회초 3루수 강경학이 투수로 깜짝 투입됐다. 강경학은 가볍게 투아웃을 잡았지만 몸에 맞는 볼과 연속 볼넷로 이어진 만루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맞았다. 

이후 연속 안타를 맞으며 4점째를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최고 142km 강속구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강경학에 이어 외야수 정진호가 마운드를 넘겨받았고, 110km 안팎의 느린 직구로 신성현을 4구 만에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이날 경기는 두산이 18-1 대승을 거뒀지만 한화의 깜짝 기용이 이슈였다.

KBO리그에서 야수의 투수 기용은 흔치 않은 일. 투타 겸업이 있었던 초창기를 제외하면 2009년 LG 최동수, SK 최정, 2019년 KT 강백호, 2020년 KIA 황윤호, 한화 노시환 등 손에 꼽을 정도. 지난 2015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선 9회 2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NC 외야수 나성범이 투수로 깜짝 등판해 최고 147km 강속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공에 혀를 내두르던 오재원(두산)의 표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OSEN=창원, 지형준 기자]9회초 2사 1루에서 NC 나성범이 역투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승패가 기울었을 때 불펜 소모를 아끼며 지루한 경기에 볼거리를 제공하는 ‘팬서비스’로 인식된다. 지난 2005년 1번밖에 없었던 야수의 투수 기용은 2013년 14번, 2018년 75번, 2019년 90번으로 갈수록 늘어났다. 올해도 지난 5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외야수 카아이 톰이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사대로 7점차 뒤진 9회 투수로 등판, 최저 92km 아리랑볼로 무실점 투구를 했다. 

선수들도, 팬들도 거부감 없이 하나의 이벤트로 받아들인다. 일본의 레전드 스타 스즈키 이치로도 지난 2015년 마이애미 말린스 시절 시즌 최종전에서 4점차 뒤진 8회 투수로 나서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당시 만 42세 고령에도 최고 142km 강속구를 뿌렸다. 이치로는 “꿈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2019년에는 LA 다저스에서 류현진(토론토)과 환상의 배터리를 이룬 포수 러셀 마틴이 그해 투수로만 4경기에 등판, 4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최고 144km 강속구에 체인지업, 커브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며 무사사구 투구로 뜻밖의 재능을 뽐냈다. 

[사진] 러셀 마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히 8월2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는 9-0 리드한 상황에서 9회 마지막 이닝을 책임졌다. 당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9점차 상황에 (앞선 투수) 케일럽 퍼거슨에게 2이닝을 맡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내일 경기에 미칠 영향에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팬서비스 명목도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불펜 소모를 아끼는 데 있었다. 

이날 한화도 선발 장시환이 3이닝 만에 내려간 뒤 김종수(2이닝) 윤대경(1⅓이닝) 윤호솔(1⅔이닝)이 구원등판했다. 불펜에는 필승조 김진영, 김범수, 강재민, 정우람이 있었다. 13점차 뒤진 상황에 쓰기 아까운 필승조들. 추격조에 가까운 주현상도 있었지만 전날(9일) 등판한 만큼 지는 경기에 연투를 할 필요는 없었다. 11일 경기도 대비해야 하는 한화로선 불펜 소모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보수적인 KBO리그 정서상 야수의 투수 기용은 경기를 쉽게 포기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처럼 무승부 없이 끝장 승부를 하는 리그도 아니다. 감독 스스로 투수 운용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결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펜 소모를 피하는 하나의 전략이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처럼 유행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waw@osen.co.kr

[OSEN=대전, 지형준 기자]8회초 마운드에 오른 한화 강경학이 두산 페르난데스를 상대하고 있다.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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