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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흥'을 어떻게 보고..

이정호 기자 입력 2021. 04. 12. 22:17 수정 2021. 04. 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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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개인 최다 '타이' 14호골 넣었지만..인종차별에 운 손흥민

[경향신문]

토트넘 손흥민이 12일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시즌 14호 골을 넣고 있다. 작은 사진은 손흥민이 경기 중 상대 파울에 쓰러져 있는 모습. 런던 | AP연합뉴스
맨유전 두 달 만에 골 넣고도 져
상대 명백한 반칙에 쓰러진 장면
솔샤르 감독 ‘부적절한’ 논평 등
동양인 혐오·차별 발언 잇따라
토트넘 “EPL사무국 조사 의뢰”
모리뉴도 “솔샤르에 실망” 비난

거의 두 달 만에 골맛을 봤지만, 손흥민(29·토트넘)은 웃지 못했다.

손흥민은 12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홈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한 뒤 구단 공식 채널 카메라 앞에 섰다.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연 손흥민은 “슬픈 날이다. 실망스럽다”면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슬프고 속상하다”고 했다. 팀 승리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고도, 이기지 못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손흥민은 전반 40분 0-0의 균형을 깨는 선제골을 넣었다. 페널티 지역 정면에 선 해리 케인의 원터치 패스가 수비라인을 무너뜨렸고, 수비를 끌고 페널티 지역 오른쪽을 파고든 루카스 모라가 반대쪽에서 쇄도하는 손흥민에게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다. 손흥민은 차분한 왼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노려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리그 14번째 골로, 지난 2월 웨스트브로미치 앨비언과의 23라운드 경기에서 득점한 지 무려 2개월여 만이었다. 손흥민은 이 득점으로 2016~2017시즌 자신의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골(14골)과 타이를 이루며 새 기록을 눈앞에 뒀다. 그렇지만 손흥민은 자신의 골보다 팀 승리를 놓친 것이 마음에 남는지 “지난 경기에서 앞서다 비겼기 때문에 오늘은 정말 승리를 원했다”고 재차 이야기했다.

경기 뒤엔 뜻하지 않게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됐다. 전반 33분 맨유 스콧 맥토미니의 거친 반칙에 쓰러진 장면 때문이다. 당시 맥토미니는 손흥민과의 볼 경합 끝에 폴 포그바에게 볼을 연결했고, 포그바의 스루패스를 받은 에딘손 카바니가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었다. 맥토미니가 손흥민을 제치는 과정에서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격한 반칙이 화면에 선명히 잡혔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득점 취소를 선언했다.

경기 직후 현지 언론 대부분과 영국프로경기심판기구(PGMOL)는 “맥토미니의 파울이 부적절했다”고 확인했다. 그런데 맨유 출신의 해설가 로이 킨이 “손흥민급 선수가 저렇게 나뒹굴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할리우드 액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내 아들(son)이 상대에게 얼굴 한 대를 맞아 3분간 쓰러져 있고, 다른 10명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다면 음식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손흥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이빙을 멈춰라” “축구선수가 아니라 한국 드라마 배우” 등의 댓글이 달렸다. 손흥민이 카바니의 득점이 취소된 지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맨유 팬들은 한 술 더 떠 각종 욕설과 함께 “DVD나 팔아라” “다이빙을 멈추고 돌아가서 고양이와 박쥐, 개나 먹어라” “쌀 먹는 사기꾼” 등 인종차별 발언까지 적었다.

손흥민은 최근 EPL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에 맞서는 의미로 일주일간 SNS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유럽 무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손흥민도 과거 팀 훈련 뒤 퇴근길에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DVD 얼마에 파느냐”는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소속팀 토트넘도 손흥민이 당한 인종차별에 적극 대응한다. 토트넘은 SNS를 통해 “우리 선수 중 한 명이 혐오스러운 인종차별을 겪었다. 구단은 EPL 사무국과 함께 조사를 거쳐 가장 효과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며 “손흥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솔샤르 감독의 발언 이후 “손흥민에게 솔샤르보다 나은 아버지가 있어 다행이다. 아버지는 자식이 무슨 일을 하든 먹여 살려야 한다”며 “(솔샤르 감독 발언에) 몹시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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