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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20년 걸렸다, 마쓰야마 마스터스 첫 우승

성호준 입력 2021. 04. 13. 00:04 수정 2021. 04. 1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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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최초 PGA 메이저 정복
4타 차 선두로 출발, 1타 차 승리
타이거 우즈 비디오 보며 꿈 키워
한국 메이저 우승은 2009년 양용은
마쓰야마 히데키가 시상식에서 마스터스 우승자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입은 뒤 만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골프 메이저대회 도전사는 수난과 아쉬움이었다. 1978년 마스터스 13번 홀에서 나카지마 츠네유키는 13타를 쳤다. 공이 개울에 두 번 빠졌다. 물속에서 공을 치다가 신발에 닿아 2벌타를 받았다. 개울에 클럽을 떨어뜨려 또 벌타를 받았다.

나카지마는 그 해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 3라운드에서 선두권을 달리다가 17번 홀에서 공을 벙커에 빠뜨렸다. 네 번 만에 탈출한 끝에 9타를 치고 밀렸다. 벙커에는 ‘나카지마의 모래’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오키 이사오는 이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선두와 1타 차였지만, 결국 우승을 잭 니클라우스에 내줬다. 아오키는 2년 뒤 US오픈에서도 니클라우스의 들러리를 섰다.

마쓰야마 히데키(29·일본)가 일본 남자 골프의 수난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12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로 우승했다. 2위 윌 잘라토리스(미국)와는 1타 차다.

일본에 골프가 도입된 게 1901년이니, 남자 메이저 우승자를 내기까지 120년 걸렸다. 2009년 양용은이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한국보다 12년 늦다.

마쓰야마는 최종라운드에서 4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 11번 홀에서는 2위와 차이를 6타까지 늘렸다. 승부는 싱겁게 끝나지 않았다. 마쓰야마의 13번 홀 티샷이 숲으로 날아갔다. 나무에 맞고 튕겨 코스로 들어왔다. 두 번째 샷은 훅이 걸리면서 그린 뒤 철쭉 숲으로 향했다. 숲에 들어가면 흔히 트리플 보기가 된다. 이번에는 공이 숲 바로 앞에 멈췄다.

마쓰야마는 파 5인 15번 홀에서 2온을 노리고 우드샷을 시도했다. 그런데 공은 그린을 넘어 호수에 빠져버렸다. 공이 그린 뒤쪽까지 가면 멈춰 서지 않아 대형 사고가 잦다. 일본 중계진은 하늘이라도 무너진 듯 탄식했다. 마쓰야마는 보기로 막아냈다.

함께 경기한 잰더 셰플리(미국)는 15번 홀까지 4연속 버디로 두 타 차까지 쫓아갔다. 그러나 파 3인 16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렸다. 골프의 신은 일본인들 심장을 한껏 조인 뒤에야 그린 재킷을 허락했다.

그의 우승 소식은 일본 전역에 속보를 통해 전해졌다. [AP=연합뉴스]

1992년생인 마쓰야마는 타이거 우즈가 프로에 데뷔한 1996년 골프를 시작했다. 우즈의 97년 마스터스 우승 비디오를 계속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한다. 10대 시절 마쓰야마는 “스무 살에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겠다”던 최고 스타 이시카와 료에 가렸다. 서두르지 않고 실력을 닦았다.

마쓰야마는 2011년 일본인 아마추어로는 처음 마스터스에 참가해 27위를 했다. 그 이후 ‘일본의 희망’으로 불렸다. 2017년 US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는 우승 경쟁을 펼치다가 패했다. 당시 세계 2위까지 올랐는데, 2018년 손을 다쳐 한동안 주춤하더니 끝내 메이저 우승자가 됐다.

앞서 좋은 징조도 있었다. 가지타니 츠바사(17)가 4일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ANWA)에서 우승했다. ANWA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마스터스를 앞두고 여자골프 발전을 위해 만든 아마추어 대회다. 일본 여자골프의 첫 메이저 우승은 1977년 L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히구치 히사코다. 2019년 시부노 히나코가 42년만에 AIG 여자 브리티시오픈에서 두 번째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스가 요시히다 일본 총리는 “코로나19가 길어지는 가운데 마쓰야마가 용기와 감동을 줬다. 도호쿠 대학 출신으로, 동일본 대지진에서 다시 부흥하는 데에도 큰 힘을 줬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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