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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는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타짜 류현진

안희수 입력 2021. 04. 1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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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투수. 류현진이다. 게티이미지

함부로 판단하고 단정 지을 수 없는 투수. 뉴욕 양키스 타자들에게 류현진(34·토론토)은 그런 존재다.

류현진은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디든 TD볼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양키스전에 선발 등판, 6⅔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소속팀 토론토의 7-3 승리를 견인했다. 올 시즌 세 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거뒀다. 빅리그 통산 60승도 달성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에 이어 두 번째로 60승을 거둔 한국인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전세가 역전된 천적 관계

류현진은 이 경기에서 편견 2개를 지웠다. 일단 기존 천적 관계의 판세를 뒤집었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양키스전 네 차례 선발 등판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6.04로 부진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순항하던 중 맞닥뜨린 2019년 8월 24일 등판에서 4⅓이닝 9피안타(3피홈런) 7실점을 기록했다. 1.64였던 평균자책점이 2.00가지 올라갔다. 지난해 9월 8일 등판에서도 5이닝 동안 5점을 내줬다. 애런 힉스, 루크 보이트, 미구엘 안두하에게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2020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9월 25일 등판에서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양키스전 승부 양상에 변곡점을 만들었다. 이 경기는 토론토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일 개막전에서 5⅓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투구를 했고, 14일 경기에서는 완벽하게 제압했다. 이제는 류현진이 양키스 타선의 천적이 됐다.

체인지업 투수? 커터 장인!

삭제한 다른 편견은 '체인지업 투수'. 이제 류현진이 보유한 가장 날카로운 무기는 커터(컷 패스트볼)가 아닐까. 장민재(한화)처럼 절친한 동료부터 MLB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춘 오스틴 반스까지도 커터를 류현진의 최고 구종으로 꼽는다.

커터는 포심 패스트볼과 같은 궤적으로 향하다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우측(우타자 기준)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공이다. 타자의 히팅 포인트를 흔들어 땅볼이나 헛스윙을 유도한다. 체인지업이 류현진을 MLB 무대로 이끈 무기라면, 커터는 류현진을 사이영상 후보로 만든 무기다.

14일 양키스전에서 가장 빛난 구종은 커터였다. 몸쪽(우타자 기준) 커터-바깥쪽 체인지업 조합은 익히 알려진 볼 배합. 이 경기에서는 커터-커브, 커터-포심 패스트볼도 효과적으로 통했다.

4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양대 리그 타격왕' 출신 D.J 르메이휴와의 승부는 백미. 르메이휴는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류현진의 몸쪽 높은 코스 시속 138.8㎞ 커터를 공략했지만, 파울에 그쳤고 이어 들어온 낮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공이 낮았다'며 구심을 향해 격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미 포심처럼 빠르고 공 끝이 좋은 류현진의 커터에 눈이 현혹된 상태였다.

마운드 위의 타짜

현지 언론은 류현진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 '악의 제국' 양키스 거포 라인을 제구·기술·수 싸움으로 압도했기 때문이다. 98~99마일(시속 157~9㎞)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받을 수 없는 평가였다. 그만큼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승부했다. 구사 비율이 말한다. 포심 패스트볼(26개), 커터(33개), 커브(14개), 체인지업(22개)을 두루 활용했다. 5회 선두 타자 개리 산체스, 6회 지오 어셸라와의 승부에서는 4개 구종을 모두 1개 이상 구사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경기 뒤 "벤치에서도 그(류현진)가 어떤 공을 던질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이상의 칭찬이 있을까.

양키스 타선은 앞으로도 류현진이 어떤 투수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14일 투구에서도 허를 찔러 양키스 타자들을 얼어붙게 만든 장면이 많았다. 1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애런 저지를 상대로 바깥쪽(우타자 기준) 체인지업을 던진 뒤 다시 바깥쪽 낮은 코스 커터를 구사해 루킹 삼진을 솎아냈다. 기존 공식대로면 커터를 몸쪽으로 붙였을 것. 류현진은 저지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3회 어셸라와의 승부에서는 '저속' 체인지업이 등장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보통 79~80마일(시속 127~129㎞)에 형성되는데, 어셸라에게 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체인지업은 76.2마일(시속 122㎞)이었다. 1구가 시속 110㎞짜리 커브였기 때문에 체감 속도 차이가 크지 않았던 2구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기 어려웠다. 결과는 2루 땅볼.

반대로 4회는 평균 85~6마일(시속 136~138㎞)인 커터의 구속이 88.9마일(시속 143㎞)까지 찍혔다. 포심 패스트볼과 비슷한 구속이다. 같은 폼에서 같은 구속으로 꽂히는 다른 구종. 2017시즌 MLB 홈런왕(59개)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4회 승부에서 이 공(고속 커터)에 헛스윙과 파울을 친 뒤 커브에 타이밍을 빼앗기고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류현진은 경기 뒤 "변화가 적고 구속이 빠른 커터를 던지려고 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2일 양키스전 첫 등판에서커브를 7구(총 92구)밖에 구사하지 않았다. 14일 등판에서는 14개나 던졌다. 이전 등판 승부 패턴을 이용 또는 역이용하는 '고전' 방식도 잘 활용했다. 구심 스트라이크존을 간파하고, '확인'까지 하는 핀포인트 제구력도 명불허전.

류현진에게 100마일 강속구는 없다. 그러나 타자를 농락하는 다른 모든 장면은 다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류현진을 고작 6경기, 34⅓이닝밖에 상대하지 않은 양키스 타자들이 파악할 수 있을 리 없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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