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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아찔했던 7년전 기억' 류현진, 무실점 호투 속 자진강판 택한 이유

김영록 입력 2021. 04. 26. 09:51 수정 2021. 04. 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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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컨디션은 좋았다. 승리투수 요건도 머지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판단했다.

토론토는 26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에이스 류현진이 나선 경기. 반면 탬파베이는 신예 루이스 파티뇨를 오프너로 기용했다. 선발투수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토론토로선 승리가 절실한 경기였다.

경기 양상은 답답했다. 파티뇨는 150㎞가 넘는 위력적인 직구로 토론토 타선을 압도했다. 토론토 타선이 한바퀴 돈 3회 2사후에는 정반대로 제구력 위주의 투수인 조시 플레밍이 등판해 토론토 타자들을 흔들었다.

류현진도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맞섰다. 최고 91마일(약 147㎞) 하이패스트볼 위주의 볼배합이 탬파베이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여기에 커브와 체인지업, 컷패스트볼의 배합도 눈부셨다. 이날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폭넓게 활용하는 칼날같은 제구를 과시하며 3⅔이닝을 3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투구수도 6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이 찾아왔다. 류현진은 4회 2사 후 마누엘 마고를 상대하기에 앞서 오른쪽 다리에 부담을 느낀 듯, 다리를 터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이후 안타를 허용한 류현진은 벤치를 향해 손짓했고, 피트 워커 투수코치와 찰리 몬토요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해 류현진의 강판을 결정했다.

엉덩이에 불편함을 느낀 순간 류현진은 대처가 달랐던 만큼 후유증도 달랐던 과거 두 차례의 둔부 부상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먼저 2014년 8월 13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전. 류현진은 6회 2사까지 잡은 상황에서 B.J.업튼에게 볼넷을 내준 직후 황급히 트레이너를 마운드로 불렀다.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질 정도의 통증을 호소했다. 류현진은 "업튼에게 초구를 던질 때부터 이상했다. 던지지 말고 그냥 내려갔어야했다"고 회상한 바 있다. MRI 진단 결과는 1~2도 사이의 둔부 염좌. 류현진은 15일간 부상자 명단(IL)에 머물며 부상을 치료한 뒤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

2019년 4월 당시 햄스트링 통증으로 교체되는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2019시즌은 류현진이 FA를 앞둔 시즌이었다. 앞선 2경기에서 각각 6이닝 1실점,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오랜 부상을 딛고 모처럼 경쾌한 출발을 보이고 있던 상황. 하지만 이해 4월 8일의 류현진은 과거와 달랐다. 류현진은 1회 마르셀 오수나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고, 2회 2사 후 왼쪽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빠르게 자진 강판했다.

검진 결과 류현진의 부상은 왼쪽 사타구니 염좌였다. FA를 감안하면 누적 기록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완전한 부상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푹 쉬고 돌아온 류현진은 이해 5월 6경기에 선발등판해 5승 평균자책점 0.59로 맹활약하며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고, 이해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로 생애 최고의 기록을 냈다, 사이영상 후보 2위의 영광은 덤. 이 같은 호성적을 바탕으로 4년 8000만 달러의 좋은 조건에 토론토 이적에도 성공했다.

이날 류현진의 부상 정도는 어떨까. 토론토 구단은 "경미한 (오른쪽)둔부 긴장(minor glute strain)"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부상자 명단(IL)까진 안 가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류현진은 2014년 8월 당시와의 비교를 부탁하자 "부위도 다르고, 그땐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아팠다. 좀 다른 것 같다"면서 "내일부터 다시 훈련할 생각이다. 불펜(피칭) 때도 10~15개 던지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2019년(4월)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오늘)투구를 빨리 중단한 덕분에 (부상이)깊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는 투구 내용이 좋았다. 제구도 괜찮았는데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는 산티아고 에스피날의 천금같은 결승타로 토론토가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이 갑작스레 빠진 공백도 철벽 불펜이 잘 메웠다. 류현진은 "오늘 내가 빨리 강판하는 바람에 불펜 투수가 많이 투입됐다.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개막 이후 불펜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잘 걷더라"면서 "상태를 지켜보겠다. 다음 경기에 (류현진 대신)트렌트 손튼이 대신 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현재 토론토는 네이트 피어슨, 토마스 해치, 로스 스트리플링이 잇따라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하지만 프로에겐 건강이 최우선이다. 메이저리그 시즌은 길다. 이미 부상으로 여러차례 아픔을 겪었던 류현진의 현명한 판단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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