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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Landers] SSG 랜더스 한유섬

조회수 2021. 4. 26. 14: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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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the sky

KBO리그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SSG 랜더스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팀인 만큼 올 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 페이스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존의 프랜차이즈 스타, 특히 좌타 거포 한유섬의 부활이 이번 시즌 SSG의 비상에 큰 역할을 할 거라는 팬들의 목소리도 높다. 찬스의 순간마다 시원하고 강력한 타격으로 천금 같은 타점을 올려왔던 한유섬. 그런 그가 현재 프로 데뷔 10년 차로 야구 인생 후반기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최고 전성기였던 2017, 2018시즌의 영광을 되찾고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새로운 비행을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Photo SSG 랜더스 Editor 박소정


#한유섬의 SSG 첫 시즌

지난 2019년 1월 인터뷰 이후 <더그아웃 매거진>과의 두 번째 만남이네요! 오랜만에 다시 인터뷰하게 된 소감이 궁금해요. (3월 4일 인터뷰)

<더그아웃 매거진>과의 첫 인터뷰가 2018년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제가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고 난 다음이었어요. 그 이후로 저를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와 지금은 바뀐 게 많은데 그런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더그아웃 매거진>과 다시 인터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한창 훈련 중인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1월 중순에 제주도로 먼저 와서 재활 훈련에 참여했어요. 스프링 트레이닝 마지막 날까지 아무 탈 없이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은 이전보다 적은 경기에 출전한 데다, 개인 성적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 한 해였을 텐데요.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요?

2020시즌은 솔직히 평가할 가치가 없는 해였습니다. 작년엔 큰 부상을 두 번 겪어서 통으로 날렸어요. 부상 때문에 시즌을 일찍 마감했는데, 기록도 이전 시즌들과 비교해 너무 안 좋아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즌입니다.

현재 부상 상황과 컨디션은 어떤가요?

지난 9월 중순에 수비 도중 다친 엄지손가락 인대 봉합 수술을 했어요. 지금은 거의 90% 이상 회복했습니다. 추운 한국 날씨의 영향으로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기를 하는 데 큰 지장은 없는 상태예요.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올 시즌 성적 반등을 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부상을 피할 수 있는 플레이 방식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또, 중점을 두는 부분은 타격이기 때문에 코치님들과 상의해서 타격 자세를 어떻게 고칠지 상의했죠. 타격에서 고칠 부분이 많아서 어디에만 중점을 뒀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물론 수비 연습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김원형 감독과 코치진이 해준 조언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요?

감독님은 항상 제게 아프지 말라고 하세요. 타격 코치님들에게는 그동안 제가 힘으로만 윽박지르는 타격을 해서 정확성도 떨어지고 실투에 대한 기회를 못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무조건 힘으로만 할 게 아니라, 때론 가볍게 스윙하다가 힘을 가해야 할 순간에 임팩트를 주는 데 집중하라고 했죠. 그런 부분들을 스프링 트레이닝 라이브 배팅 때와 팀 내 청백전에서 신경 썼어요.

3월 3일에 진행된 자체 청백전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데일리 MVP로도 뽑혔어요. 스프링 트레이닝 때 준비한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나요?

청백전 때는 그저 투수 공의 타이밍을 잘 보고 배트 중심에 공을 맞혀보자는 간단한 생각으로 타석에 섰는데,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만족했어요. 연습 배팅 때처럼 타석에서 한 구 한 구 분석하다 보면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져서 타이밍이 늦을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생각을 줄이고 경기 실전 감각을 잘 찾아가는 중이라고 보면 되겠죠.

올해는 선수 한유섬으로서의 첫 시즌이네요. 각오와 목표가 이전과 남다르겠네요.

2021년은 이름도 개명하고 등 번호와 팀 이름도 바뀌면서 변화가 많은 해예요. 그만큼 기대도 되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큰 시즌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해보자는 이유로 개명했으니 다치지 않고 별 탈 없이 한 시즌을 훈훈하게 1군에서 보냈으면 좋겠어요. 2017, 2018시즌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해인 만큼 그때의 감을 되찾아서 이전의 성적을 뛰어넘도록 할 것입니다.

개명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주변에선 새 이름을 어색해할 것 같아요.

제 이름이 아직은 주변 동료들의 입에 잘 안 감기나 봐요. 선수들도 그렇고 코치님들도 제 옛 이름을 부르고 나서 “아차!” 하고 다시 불러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벌써 적응해서 “유섬아” 하고 불러주는 선수들도 있긴 해요.

프로 생활을 시작하고 10년 가까이 몸담은 SK도 ‘SSG’라는 새 이름을 가졌어요. 그 누구보다도 감회가 남다르겠네요.

이제 프로 10년 차를 맞는 해에 팀 이름이 바뀌어서 처음엔 당황했어요. ‘팀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새로운 팀에 거의 적응을 한 거로 보여요. 저와 팀 모두 새 이름으로 처음 출발하는 2021년인 만큼 같이 좋은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SSG라는 이름으로 처음 맞게 될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에도 함께할 거죠?) 함께해야죠. 최대한 빨리 우승하도록 할 겁니다.

#한유섬의 나무위키

지금부터는 나무위키 항목에 대해 질문을 할게요. ‘KBO리그 역대 대졸 출신 타자 최초로 40홈런 고지를 밟은 선수’, ‘SK 단일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보유한 SK 역사상 최고의 좌타 거포’라고 소개돼있어요. 유명한 베테랑 선수들도 타기 어렵다는 한국시리즈 MVP를 탄 선수니까 이런 화려한 수식어들이 합당해 보이는데요.

한국시리즈 MVP를 탄 건 사실이니 이런 극찬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웃음) 말씀해 주신 기록들을 세울 당시는 뭔가 잘 풀리던 시기였어요. 단일 시즌 구단 최다 타점 기록은 곧 다른 선수가 깰 것 같고요. ‘대졸 출신 타자 최초 40홈런’이란 수식어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반면, 장타력과 콘택트 능력은 좋지만, 스윙이 커 삼진이 많다는 단점이 있대요. 홈런과 장타 위주로 크게 휘두르다 보니 그런 듯한데 의식하고 있던 부분인가요?

중장거리 타구를 생산해내야 하니까 스윙을 크게 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또, 장타를 만들기 위해 타격 지점을 앞에 두기 때문에 삼진이 자주 나오기도 해요. 제가 삼진이 많다는 건 인정하지만, 단타보다는 장타를 많이 만들어내야 팀도 살고 저도 살아요. 아무튼, 최근엔 장타가 많지 않았네요. 올해는 더 많이 치도록 해야죠.

좌완 투수를 상대로 약하다는 평도 있어요.

요즘 야구 데이터 분석 기술이 정교해서 좌완 투수를 상대할 때 제 타율이 낮다는 건 정확한 정보일 거예요. 그걸 바탕으로 좌완 투수가 선발인 날에는 선발에서 빠지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데 반박을 좀 하자면, 그동안 제가 우완 투수보다 좌완 투수의 공을 쳐본 경험이 더 적을 거예요. 좌완 투수의 공을 여러 번 경험해봐야 노하우도 생겨서 잘 공략할 텐데, 타석에 설 기회가 적다 보니까 상대 타율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네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감독님에게 하소연하는 건 아니지만, 좌완 투수를 상대하는 경험을 좀 더 쌓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주루 플레이에 적극적’, ‘웬만한 내야 땅볼도 전력 질주’, ‘애매한 땅볼 때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등 적극적인 주루를 한다는 말이 많네요. 한편 팬들은 이러한 주루 플레이로 다칠까 봐 걱정하기도 해요.

주루 도중에 ‘슬라이딩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주로 다치곤 해요. 체격이 크다 보니까 슬라이딩을 해서라도 빨리 도달하려고 하는데, 사실 슬라이딩보다는 뛰어서 들어가는 게 더 빠르다고 하더라고요. 누상에 살아나가서 홈까지 주루를 하다가 슬라이딩하는 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 앞으로도 시도는 하되 조심해서 할 거예요. 대신 1루에서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큰 체구에 반해 눈물을 자주 보여 ‘즙미니칸’으로도 불린대요. ‘오랜 부진을 딛고 한 경기 4홈런을 때려냈던 날’, ‘플레이오프 5차전 끝내기 홈런으로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던 날’, ‘한국시리즈 6차전 결승 홈런으로 SK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날’ 그리고 ‘노수광 부상 병문안’ 등 경기 내외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게 자주 목격됐다는데 실제로도 눈물이 많은 성격인가요?

보기보다 눈물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TV에서 슬픈 장면을 봐도 금방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경우도 많고요. 안 울어야지 하는 데도 제어할 수가 없어요. 한동안 부진했다가 4홈런을 쳤던 날에도 야구가 너무 안 되던 중에 극적으로 홈런을 친 거다 보니까 울었어요. 그런데 최근엔 운 기억이 없어요. (딸이 태어난 날에도 울었나요?) 그때는 엄청나게 울진 않았는데, 그래도 감격스러운 순간이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지긴 했어요.

한편, 같은 팀 김태훈은 한유섬에 대해 ‘조작된 울보 이미지’라고 해요.

조작이라는 표현은 김태훈이랑 더 잘 어울린다고 보고, 저는 절대 조작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운 건 다 울 만한 상황들이라 운 거예요. 거짓 눈물이었다면 벌써 드라마 배우가 됐겠죠. 그 친구가 원래 말을 막 하는 스타일이긴 해요. 나중에 태훈이가 인터뷰하게 되면 제 질문도 꼭 넣어주세요. (어떤 거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볼게요.

2013년에는 ‘어린이날 만루 홈런’, ‘어버이날 솔로 홈런’, ‘박재홍 은퇴 경기에서 솔로 홈런’ 등으로 기념일에 홈런을 치기로 유명했다는데요. 일부러 의도한 건가요?

홈런을 의도하고 쳤다면 돗자리 깔아야죠. 우연히 뜻깊은 날에 홈런이 나온 거예요. 그 시즌엔 팬분들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의 기념일까지 검색해서 어떤 날에 쳤는지 다 찾아주시더라고요.

와일드해 보이는 외모에 무뚝뚝한 말투와 경상도식 악센트가 더해져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이처럼 외형만 보고 오해하는 분이 많은데, 이 자리를 빌려서 본인의 실제 성격을 이야기해 본다면요?

근데 저를 봤을 때 진짜로 무뚝뚝해 보이고 쉽게 다가가지 못할 생김새인가요? 전 모르겠어요. 사실 낯을 좀 가려서 사람들과 아이 콘택트도 잘 못 해요. 그렇게 눈길조차 안 주고 무뚝뚝하게 행동하니 오해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그렇게 차가운 남자는 아니니까 겁먹지 말고 다가와 주시고 적당한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요. (그런데도 SSG 내에서는 팬서비스 1등이라는 평도 듣고 있어요.) 1등이라고 하긴 부끄럽고요. 우리 팀 자체가 팬서비스를 잘하는 선수가 워낙 많아서 저도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다 해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좀 더 팬분들과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시언, 조상기, 두산 베어스 마스코트 ‘철웅이’ 등 닮은 대상이 많다는데 누굴 닮았단 소리가 가장 좋은가요?

철웅이는 상대 팀 마스코트라서 별로 안 좋아하고요. 그나마 이시언 씨 닮았단 소리가 가장 나아요. 보통 누굴 닮았다고 할 때 본인이 싫으면 반박을 하잖아요. 근데 이시언 씨를 닮았다고 들었을 땐 꽤 닮은 것 같단 생각만 들었어요. 둘이 닮았다는 게 기분 나쁠 만한 이야기라면 그건 이시언 씨 쪽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웃음)

2017년과 2018년이 본인의 기량을 최고조로 보여준 해라고 말했는데, 두 시즌 중 커리어 하이를 꼽아 본다면요?

일단 기록만으로 보면 2018년이 최고의 한 해였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2017년도의 느낌이 더 좋았던 것은 사실이에요. 그해에는 발목 부상 전까지는 꾸준히 잘했어요. 2018년도에는 잘 될 때와 안 될 때의 차이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보기에는 2017년이 가장 좋은 한 해입니다.

190cm의 큰 키와 딱 벌어진 떡대로 인해 슈트빨이 잘 받는다고 해요. 모델을 해볼 의향은 없나요?

예전에 실제로 모델 제의를 받은 적이 있어요. 얼굴 때문에 불발됐지만요. 지금은 그때와 달리 몸무게도 늘어나고 덩치가 커져서 모델을 하려면 식단조절부터 시작해야겠죠. 그래도 다시 모델을 해볼 기회가 있다면 해보고는 싶어요.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 연말 시상식에서 정장 입은 모습을 팬분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약속 한 번 하죠.) 그 정도의 목표는 세우고 시즌을 시작해야죠. 연말에 정장을 딱 입고 레드카펫 위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8년에 한 경기 4홈런으로 KBO리그 역대 5번째 한 경기 4홈런 타자라는 대기록을 세웠는데 다시 기대해 봐도 될 기록인가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서 한 번 손맛을 봤으면 다시 못하란 법은 없거든요. 제 타격감이 좋거나 상대 투수의 실투가 많은 날 한 경기 4홈런 기록을 다시 세우도록 해볼게요.

2018년 한 경기 4홈런 타자에 이어 ‘개인 통산 네 번째 만루포’, ‘대망의 40홈런 달성’, ‘SK 최초로 기록한 좌타자의 40홈런 100타점’, ‘SK 한 시즌 최다 타점인 113타점 타이기록에 이은 최다 115타점 기록’, ‘개인 첫 KBO리그 9월 MVP 수상’, ‘2018년 한국시리즈 MVP’ 등 엄청난 타이틀을 이뤄냈어요. 2017년의 결혼도 영향이 있었는지 그 원동력이 궁금해요.

한몫했죠. 혼자 지내면 식습관도 규칙적이지 못하고 좋은 음식을 챙겨 먹기도 힘들잖아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좋은 음식을 잘 챙겨주고 여러모로 도와주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좀 더 편하게 2018시즌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최근에 성적이 안 좋긴 하지만, 아내가 잘 챙겨주는 건 여전합니다. ‘요새 아내가 잘 안 챙겨줘서 성적이 그런가?’라고 오해하시면 안 돼요!

2019년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될 당시 “마지막 타석에선 눈 감고 쳤는데 몸이 반응했다”는 소감을 말했다는데, 실제로 눈을 감고 타격을 하면 어떤 성적이 나올까요?

처음부터 눈을 감고 칠 수는 없죠. 공이 날아오는 걸 봐야 하니까요. 그런데 빠른 공이 들어올 때 일부 타자들은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에 눈을 감기도 해요. 올스타전 마지막 타석에서 7대6으로 지고 있었고 타자한테 불리한 볼 카운트였어요. 상대 투수는 빠른 공을 가진 LG 트윈스 고우석 선수였고요. 안타를 쳐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는데 흥분하면 찬스를 놓칠 수 있으니까 자제하면서 기다렸어요.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빠른 속구 하나 보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배트를 돌렸는데 그게 맞아떨어진 거죠.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한번 봐보세요. 진짜 제가 눈 감고 치고 있을걸요?

‘2020시즌은 잦은 부상이 아쉬웠으나 비율 능력치적으로는 2019년의 부진을 씻어냈다’, ‘ 다음 시즌엔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라는 평을 받았어요. 이번 시즌에 부활하게 된다면 SSG의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하다는 팬이 많은데, 멋진 활약을 기대해도 되겠죠?

저는 항상 매 시즌 저한테 기대가 돼요. 올 시즌엔 특히 지난 두 시즌을 치를 때보다 더 마음이 편해요. 지난 2년 동안 성적이 너무 나빴기 때문에 더는 밑으로 떨어질 것도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심적으로 편해졌어요. 그래서 더 잘될 거로 보고 부상이 관건인데 아프지 않고 한 시즌 풀타임으로 소화하고 싶어요.

#Fly high again

이번 <더그아웃 매거진> 120호는 10주년 특집호예요. 축하 인사 한마디 남겨주세요.

10주년이에요? 제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것과 <더그아웃 매거진> 창간이 거의 비슷한 시기네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도 저한텐 매우 뜻깊어요. 지난 2019년 1월 호 표지 모델 촬영도 해봐서 더욱더 축하드리고 싶어요. KBO리그 선수 중에 <더그아웃 매거진>을 모르는 선수는 아마 없을 거예요. 앞으로 20주년, 30주년 무궁무진하게 발전해서 선수들의 재밌는 이야기를 매거진에 실어주시고 좋은 사진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저도 다시 좋은 소식으로 인터뷰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까 오래오래 잘 부탁드립니다.

본인의 프로 생활 10년을 돌아본다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지난 10년 동안 항상 만족은 못 했어요. 그래도 10년 전 처음 프로 무대에 들어올 때를 떠올린다면 잘한 게 더 많다고 봐요. 문학야구장에 처음 입성했을 때 ‘언제쯤 1군에 올라가서 전광판에 내 이름 석 자를 새길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지금은 어느새 10년 차가 돼서 팀의 중고참이 됐고 이제까지 시행착오와 좋은 일, 슬픈 일도 여럿 겪었어요. 지금은 제 프로 인생의 중간까지 온 것 같고 이제 반환점을 돌아서 후반전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경력에 감사해요. 앞으로 남은 야구 인생 좀 더 힘내서 멋지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은 어떻게 보낼 것이고, 팬분들에게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그동안 작은 체구가 아니라 오히려 큰 체구임에도 경기장에서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려고 노력해왔어요. 그런데 큰 체구가 무모하게 주루를 하다 보니까 부상도 잦더라고요. 슬라이딩하는 것만 야구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어요. 제 눈빛만으로도 ‘저 선수는 야구장에서 상대방을 잡아먹으려고 한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거예요. 은퇴하기 전까지 후배들이나 팬분들이 저를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선수로 평가하게 하고 싶어요. 이길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악바리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지난번 인터뷰에서 야구를 ‘신의 한 수’라고 표현했어요. 그렇다면 프로 생활 중에 신의 한 수라고 꼽을 만한 일이 있었다면 어떤 건가요?

상무 야구단에서 2년 동안 복무한 거요. 상무에서 야구를 한 2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복무 시절엔 시간이 너무 안 가서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세월은 제 프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꼽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개명을 진행한 과정도 궁금해요.

작년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심적으로 아주 힘들었어요. 항상 야구를 하다가 다치니까 야구에 대한 반감이 생기더라고요. ‘또 다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고요. 그러다 한번 아내랑 “작명소에서 이름을 바꿔볼까?” 하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다가 개명에 관해 물어나 보자 싶어서 이전에 개명 경험이 있는 (오)태곤이에게 전화로 물어봤어요. 태곤이는 개명하려면 복잡하니까 잘 판단해야 한다고 해서 “그냥 상담만 받아보려는 거다”라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정식으로 이름을 바꾸게 됐네요. 먼저 태곤이가 개명한 작명소의 전화번호를 받아서 상담을 받았어요. 상담 후 이름 몇 가지를 리스트로 받았고, 그중에서 제 마음에 들면서 뜻이 가장 좋은 걸 선택했는데 그게 지금 제 이름인 한유섬입니다.

항상 믿고 지켜봐 주는 가족에게 인사 한마디 해볼까요?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준 것에 비해서 지금 성적이 안 나오고 있어서 저도 답답하지만, 가족이 더욱더 답답할 거예요. 그래도 다들 티를 안 내요. 특히 아내가 제가 시즌 중일 때는 반년 정도 혼자서 육아를 다 하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올 시즌엔 반드시 다시 일어서서 가을야구도 하고, 더욱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고 싶습니다.

아버지로서 딸 다은 양은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나요?

다은이를 못 만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가끔 영상통화를 하다 보면 다은이가 많이 컸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얼굴도 좀 변하더라고요. 대화하다 보면 삐지기도 해요. 말도 아주 잘하죠. 지금 당장은 다은이에게 바라는 건 없고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날씨 좋을 땐 같이 외출해서 좋은 것도 보여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은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걸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많은 응원과 기대를 보내주는 팬분들에게 인사하고 마칠게요.

제대 이후에 좋은 성적을 거둬 팬분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놨다가 2019, 2020년에는 좀 부진해서 많이들 실망하셨을 거예요. 이번 2021시즌을 앞두고 정말 많은 준비를 했고 자신감도 있으니까 팬분들께서 올 시즌에 앞서 다시 한번 속아주셨으면 합니다. 올해는 SSG로 시즌을 시작하게 되는데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밑에 있으나 위에 있으나 변함없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곧 야구장에서 뵙겠습니다.

***

한유섬의 새로운 비행에 앞서 이름도, 등 번호도, 팀 이름도 모두 바뀌었다. 여전한 건 그가 가지고 있는 저력이다. 잠깐의 부진을 털고 재도약을 약속하는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더욱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열망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SSG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진행된 자체 청백전 타자 부문 MVP를 거머쥐며 새 시즌에는 이전과 다른 기량을 보여줄 것을 암시했다. 2018년 최절정의 타격감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끈 한유섬. 2021시즌부터 쓰일 SSG의 야구 역사 한편에 한유섬이라는 이름과 함께 화려한 대기록들이 수놓아질지 지켜보자!


▲ 더그아웃 매거진 12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0호(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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