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만, 태국, 심지어 스리랑카도 있는데 '한국'이 없다

김지용 2021. 4. 2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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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지용 기자] 한국 여자 3x3가 점점 세계 무대와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오는 5월26일부터 30일까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선 2020 도쿄올림픽 3x3 1차 예선이 열린다. 한국 남자 3x3 대표팀이 올림픽 1차 예선에 진출해 미국, 리투아니아, 벨기에, 카자흐스탄과 대회 예선을 치르는 가운데 한국 여자 3x3 대표팀은 올림픽 1차 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2020 도쿄올림픽 3x3 1차 예선에는 남, 녀 20팀씩 총 40팀이 출전한다. 이번 1차 예선에선 최종 3위에게까지 올림픽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FIBA 3x3 국가랭킹에 따라 올림픽 1차 예선 진출 자격이 주어진 가운데 한국 여자 3x3 대표팀에게는 예선 진출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 1차 예선에는 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 이란, 일본, 태국, 스리랑카, 대만 등 총 6개국 여자 3x3 대표팀이 출전해 올림픽 본선에 도전한다.

중국과 몽골 여자 3x3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에 직행한 가운데 한국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도 출전하는 올림픽 1차 예선에 명함조차 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예견된 상황이었다. 한국 남자 선수들은 2017년부터 월드컵, 아시아컵, 월드투어, 챌린저 등 3x3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랭킹을 끌어 올렸지만 여자 선수들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 여자 3x3의 처음이자 마지막 국제대회 출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현재까지도 한국 여자 3x3의 국제대회 출전 기록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유일하다.
FIBA 3x3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FIBA 3x3 국가랭킹이 절대적이다. FIBA 3x3 국가랭킹은 자국 선수 상위 50명의 포인트를 합산해 정해진다.

 

그런데 한국 여자 3x3는 자국 랭킹 1위인 김지영조차 세계 랭킹 11,426위로 세계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한국 여자 3x3 상위 랭킹 50명의 포인트를 다 합쳐도 세계 1위 프랑스의 상위 랭킹 4명 합산 포인트보다 못한 것이 한국 여자 3x3의 현실이다.

이유가 있다. 총 11단계로 구분돼있는 FIBA 3x3 대회 레벨 중 월드컵, 아시아컵, 월드투어, 챌린저 등 가장 높은 레벨의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는 낮은 레벨의 대회들에 비해 한 번 출전에 많은 포인트를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꾸준히 국제대회에 도전해 이제는 아시아 5위, 세계 21위까지 FIBA 3x3 국가랭킹을 끌어올린 남자에 비해 아시안게임 외에 국제대회 출전 자체가 없는 여자의 경우 국내에서 열리는 레벨이 낮은 대회에만 간간히 출전하다 보니 다른 나라들과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한국 여자 3x3의 FIBA 3x3 국가랭킹은 아시아 14위, 세계 44위로 굉장히 낮은 편으로 우간다, 바레인, 투르크메니스탄보다도 국가랭킹이 낮다.

3년 전 아시안게임 3x3 대표팀을 구성할 때 선수가 부족해 WKBL에서 출전한 8명의 선수 중 가까스로 4명의 선수를 선발해 아시안게임에 나섰을 만큼 한국 여자 3x3의 저변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WKBL의 비시즌 3x3 이벤트인 트리플잼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부턴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코리아투어와 KXO의 KXO투어 여자오픈부 대회들이 활성화되며 국내에서도 여자 3x3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체육 농구대회 개최가 모두 취소되며 역설적이게도 많은 여자 선수들이 3x3 무대로 몰렸고, 2021년 들어선 스포츠 용품 회사와 지방 농구협회 관계자들이 여자 3x3 팀을 만들며 여자 3x3 무대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아직 하늘내린인제 같은 정식 실업팀 창단은 없지만 이만한 변화만 해도 한국 여자 3x3 성장의 발판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선수 풀도 좋아졌다. 선수 출신인 이소정, 임소흔, 최정민, 강지영 등 젊은 선수들이 꾸준히 3x3 무대에 도전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현역 WKBL 선수들 아니면 3x3 팀 구성조차 힘들어 보였던 여자 3x3의 저변을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이제는 관계자들이 구슬을 꿰어줘야 할 시기다. 남자 3x3 역시 3년 전만 해도 여자 3x3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늘내린인제 창단과 함께 불붙기 시작한 남자 3x3는 뒤이어 다양한 선수와 팀들이 3x3 무대에 뛰어들었고, 자비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열의까지 보이며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

여자 3x3 역시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더 많은 무대를 만들어 줄 농구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한국보다 크게 앞서 나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꾸준한 여자 3x3 육성을 통해 2019년 3x3 월드컵 우승(중국)과 U23 3x3 월드컵 우승(일본)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중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라이벌 중국과 일본이 저만치 앞서 나가는 동안 한국 여자 3x3는 2018년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아시아에서 무려 8팀이 올림픽 본선과 1차 예선에 나서게 된 가운데 그 자리에 끼지 못한 한국 여자 3x3가 2021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길 기원한다.

#사진_FIBA 제공, 점프볼DB(한필상 기자)

점프볼 / 김지용 기자 mcdash@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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