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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병 놔두면 진짜 병 된다

입력 2021. 05. 0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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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도 남촌CC에서 골프를 하면서 앞 팀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80대 전후 어르신들의 라운드 모습이 신기했다. 티잉 구역에서 상체를 뒤로 제치면서 드라이버를 살짝 뒤로 가져갔다. 잠시 쉬었다가 톡 휘두르자 헤드에 맞은 공이 앞으로 100m 정도 나가는 듯했다.

서로 ‘굿 샷~’을 연발하며 하이파이브를 연발하는 게 아닌가. 페어웨이에만 안착해도 어린이마냥 좋아했다.

“어르신들이 얼마나 재치 있게 치는지 몰라요. 몸이 상하지 않도록 오랫동안 나름대로 요령을 습득해 즐겨요. 경기에 전혀 영향을 주지도 않아요.”

클럽을 정리하던 우리 팀 캐디가 말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 비거리가 얼마 나가지 않아도 스윙을 끝내고 이동하는 동작에 전혀 군더더기가 없었다. 골프 경륜이 묻어났다.

그제서야 깨닫는 바가 있었다. 간혹 나이 드신 분들과의 골프 때 웬만하면 컨시드를 주거나 셀프 컨시드를 남발해 내심 당황스러웠다.

끝까지 퍼트를 하거나 동반자가 컨시드를 줘야 하는데 본인이 공을 집어들어 무척 의아했다. 캐디 말이 그린에서 불안한 자세로 집중해서 공을 겨냥하면 혈압이 올라가거나 어지러워한다는 것이다. 본인과 동반자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골프는 생각보다 부상을 많이 입는 운동이다. 연습장이나 필드에서 공에 맞거나 카트 사고가 아니라도 스윙과정에서 다치는 사례가 많다.

“평소 운동이라곤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주말에 필드에 나가 갑자기 과도한 동작을 하면 뼈, 근육, 인대 등에 손상을 입죠.”

한국체대 오재근 교수(한의학 박사)는 과도하거나 잘못된 스윙이 누적되면 결국 몸에 이상을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골퍼 10명 중 2명꼴로 허리디스크 증상, 근육통, 골프 엘보(팔꿈치 통증) 등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에 처음 입문한 사람은 옆구리와 허리쪽 통증을 많이 호소한다. 필자도 골프에 입문하려고 실내연습장에 3달 정도 다녔는데 갈비뼈 부위에 무척 아픈 통증을 느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통증이 이동하더니 심지어는 숨을 들이쉬기만 해도 아팠다. 나중에는 등짝의 특정 부위를 콕콕 찌르는 아픔이 몰려왔다. 급기야 소염진통제를 먹고 연습투혼을 불사르기도 했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통증이 나타난다고 오 교수는 설명한다. 이런 통증이 있다면 며칠 동안 운동을 중단하거나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잘못된 스윙 문제일 수도 있기에 교습가에게 제대로 자세를 교정받는 것도 방법이다. 평소 골프 스윙에 필요한 근육을 키워주는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허리를 굽혀 불안정한 자세로 빠르게 회전하는 골프 특성상 디스크에 쥐어짜는 듯한 힘이 가해져 허리디스크가 발생하기 쉽다. 게다가 한쪽으로만 스윙을 하기에 척추 근육 균형이 깨져 요통 위험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직한 고교 선배는 현역시절 사내 임원 가운데 최고 장타자였다. 하지만 작년 허리 수술을 하면서 골프를 1년 이상 중단했다.

허리를 과도하게 뒤틀고 평소 다운블로 샷을 구사해 무리가 더해졌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주변에 60살 넘으면 절대로 찍어 치지 말고 쓸어 치는 샷을 당부한다. 샤프트도 스틸에서 그라파이트 레귤러(R)로 교체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어드레스 자세만으로 척추에 주는 부담이 평소보다 2.2배, 스윙 중에는 약 8배의 힘이 가해진다. 특히 부정확한 자세나 스트레칭 없이 스윙을 계속하면 요추 염좌나 경직된 근육에 눌려 허리디스크 발생 위험이 있다.

만약 허리가 부실한 편이면 그린 주변에서 허리를 편 상태에서 8~9번 아이언으로 굴리는 것도 방법이다. 퍼팅도 일자로 서서 하는 방식을 익힐 필요가 있다.

특히 초보자들에겐 갈비뼈(늑골) 골절이 단골질환이다. 늑골 골절은 상체를 과도하게 비틀거나 계속되는 스윙으로 생긴다. 다운블로 습관도 늑골 손상을 부른다.

“처음엔 실금만 가는 피로골절에서 비롯됩니다. 피로골절은 신체 움직임에 의한 충격이 근육에 흡수되지 못하고 뼈로 전달되면서 뼈 일부에 작은 실금이 생기거나 부러지는 증상입니다.”

오 교수는 이런 증상이 있더라도 초보 골퍼는 한 번쯤 겪고 지나가는 홍역 정도로 여기고 연습을 강행하는데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피로골절 상태에서 무리하면 갈비뼈 완전 골절이나 뼈가 어긋난 상태로 붙는 부정유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숨을 내쉬거나 기침할 때 가슴에 통증이 있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늑골 골절을 의심해야 한다.

단순한 골절이면서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치료가 된다. 통증이 심하면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골프에도 테니스처럼 엘보가 있다. 스윙 연습을 무리하게 하거나 팻샷(뒤땅)을 하면 팔꿈치를 다칠 가능성이 높다. 겨울 골프나 딱딱한 페어웨이에서 위험도가 높다. 아마추어 초보는 물론 프로 골퍼에게도 생긴다.

팔꿈치의 바깥쪽 통증(외상과염)이 가장 흔하며 오른손잡이에겐 왼팔에 주로 생긴다. 또 뒤따르는 팔(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팔)의 내상과염도 많이 발생한다. 오 교수는 골프 엘보를 예방하기 위해선 골프채를 편안하게 잡고 스윙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골프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적당하게 이완시킨 후에 스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

마치 추운 겨울 시동을 걸고 약간 워밍한 다음 차를 몰고 가는 이치와 유사하다. 프로선수들은 늦어도 경기 2시간 전에 골프장에 도착해 준비한다. 결코 연습 때문만은 아닌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특히 쌀쌀한 아침 일찍 일정이 잡혔다면 반드시 캐디가 유도하는 몸풀기를 해야 한다. 양팔을 뻗고 원을 그리는 어깨 돌리기와 양손에 골프채를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하면 유용하다.

“연습장에선 1시간에 공을 100개 이상 무리하게 칠 필요가 없습니다. 무리하게 공을 많이 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죠.”

김명선 라온골프아카데미 원장은 “허리와 근육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100개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또 100개를 치더라도 10개 치고 채를 바꾸면서 쉬는 시간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유명 한방병원에 따르면 골프로 인한 부상환자는 봄에 38%로 가장 많았고, 여름(26%), 가을(20%), 겨울(16%) 순으로 나타났다. 바로 요즘이 부상이 가장 많은 시즌이다.

옛 직장동료는 한동안 어깨가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좋아하는 골프를 칠 수 없어 어쩌냐며 모두 안타까워했다.

“아니야 괜찮아. 아무래도 골프병인 것 같아. 골프만 치면 괜찮아지는 게 신기해. 나도 몰라.”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 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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