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리그서 선수들도 나도 '성장'..프로로 가는 '육성군' 역할 했으면"
[경향신문]
기회 놓친 유망주들·방출된 베테랑들이 합류해 만든 팀
이 팀의 존재 가치는 소속 선수들 프로 진출 발판 되는 것
수비 잘해 경기 나가고, 타격 기회도 얻는 아들 송우현 사례
독립야구 선수들의 진로 개척에 좋은 ‘모델’ 될 것
KBO리그 통산 최다승인 210승에 빛나는 송진우 감독(56)은 요즘 인생과 야구에 대해 다시 배우고 있다.
독립야구단 감독으로 취임한 지 5개월째, 경기도 광주를 연고로 한 독립야구단 스코어본하이에나들은 신생팀이지만 개막 4경기에서 3승1무의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감독으로서의 새로운 삶,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올해 세 팀이 새로 참가해 총 6개 팀이 리그를 벌이기 시작한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는 여러모로 야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 관심의 촉매제가 된 것이 ‘레전드’ 송진우 감독의 취임이었다. 거기에 프로의 2군에서 기회를 놓친 유망주들과 방출된 베테랑들이 합류하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독립야구단의 존립 목적은 패자부활전에 나선 선수들의 프로 진출을 돕는 것이다. 선수들의 성장과 함께해야 한다.
지난 3일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가 열리는 광주 팀업캠퍼스 야구장에서 만난 송 감독은 “선수로 코치로 한화에만 있다가 방송일 2년 정도를 했다. 독립구단은 처음인데 감독으로도 인간으로도 많은 걸 배우고 있다”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아직 작전을 내릴 수준이 되지 않아 더그아웃에서 지켜만 보는 일도 많다. 그래도 팀의 모기업(본아이티)이 후원을 잘해줘 많은 부분이 수월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는 경기가 보통 월초에 몰려 있다. 리그 경기 외의 경기를 따로 잡아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시키는 게 감독의 일이다.
송 감독은 “그래서 이달 말쯤에 한화, LG 등의 2군과 연습경기를 치른다. 보통 프로에서는 그런 부분을 매니저들이 처리해주지만 독립야구단에서는 감독이 직접 선후배들에게 전화하며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송 감독은 두 번의 트라이아웃을 통해 30명 정도의 선수를 모았다. 물론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 있던 권광민(24) 등 유망주도 있지만 수비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반복적인 훈련만이 살길인데 아직 독립야구단의 인프라는 이 목적을 성취하기엔 아직 멀다.
송 감독은 “우선 경기 수가 좀 많아져야 한다. 지난해에는 팀당 60경기를 치렀다고 하는데 올해는 48경기 정도로 줄었다. 그리고 이곳 야구장이 인조잔디로 돼 있어 선수들이 제대로 경기하기엔 아쉬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프로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둥지를 틀 곳이 생겼다는 것은 야구인으로서 큰 다행이다. KBO리그 역시 코로나19 이후 육성군의 존재가 미미해졌다. 송 감독은 독립리그 구단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송 감독은 올시즌 KBO리그 키움에서 주전 외야수로 활약 중인 송우현(25)의 아버지다. 2015년 넥센 시절 입단하고 5년 만인 지난해 비로소 1군에서 기회를 잡은 송우현은 올시즌 외야 자원들의 부상과 부진을 틈타 출전경기를 늘렸다. 최근에는 첫 홈런과 첫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는 등 존재감을 높였다. 웬만하면 아들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질문에도 웃어넘기는 송 감독이지만 선수들에게는 송우현의 사례를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송 감독은 “아들도 입단 이후 군대에 다녀오고 1군에서는 기회가 없다가 손혁 감독 시절 대수비로 나가다 자리를 잡았다. 사실 프로로 못 가는 선수들 중 대부분은 수비에서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다. 수비를 잘해 일단 경기를 뛰어야 하고, 타격은 훈련을 통해 다시 교정하고 수정하면 된다. 우현이의 사례는 수비부터 단련해야 한다는 점의 중요성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과 종종 연락은 하고 있는데 원래는 올시즌 0.250 정도의 타율을 생각했지만 2군 다녀와서는 0.290까지 최근에 치고 있다. 기왕 기회를 잡은 이상 꾸준하게 1군에서 한 시즌 활약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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