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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섯, 플레잉 코치로 선수로 열일 대구FC 이용래 "회춘 비결? 아내가 차린 '집밥' 덕이죠"

황민국 기자 입력 2021. 05. 0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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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용래 선수의 아내 이유리씨(사진 왼쪽)가 준비한 집밥. 이용래 제공
지도자 입문 위해 입단했는데
사실상 현역…“취업사기” 농담
감독도 “무게감 다르다” 극찬
산낙지 만지지도 못하던 아내가
매일 정성스럽게 보양식 준비
기름 떨어지는 날까지 달릴 것

올해 대구FC에 플레잉코치로 입단한 이용래(36)는 몇 달이 흘렀지만 자신의 새 직함이 익숙하지 않다. 이용래 코치가 현역 선수처럼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어서다.

지도자 입문을 위해 연봉까지 깎고 들어왔지만 정작 선수로 뛰고 있는 그를 두고 ‘취업사기’를 당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 코치는 4일 기자와 통화하며 “태국 치앙라이 유나이티드를 떠나 대구행을 결정했을 땐 그저 코치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선수처럼 뛸 줄은 몰랐다”면서도 “아직 골도 도움도 없는 사람에게 팬들이 칭찬해주시니 민망하다”며 웃었다. 이 코치는 현역 선수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그는 올해 미드필더로 정규리그 13경기 중 12경기를 뛰었다. 특히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4라운드에서 첫 선발로 출전한 뒤에는 사실상 주전 선수로 자리 잡았다. 이병근 대구 감독은 “(이)용래가 뛰느냐, 안 뛰느냐에 따라 무게감이 다르다”고 극찬했다.

이 코치의 올해 활약상은 역대 K리그 플레잉코치의 흔적과 비교할 때 도드라진다. 지난해 은퇴를 번복하고 그라운드에 돌아오면서 화제를 모았던 조원희 전 수원FC 플레잉코치는 2경기로 마침표를 찍었고, 올해 울산 현대에 입단한 이호 플레잉코치는 아직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용래 코치는 “상대 선수마다 ‘코치님이 왜 경기를 이렇게 많이 뛰냐’고 놀린다”고 말했다.

지도자 변신을 원했던 이 코치는 자신이 선수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을 ‘집밥’에서 찾는다. 부인 이유라씨가 매일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영양식으로 모든 베테랑들의 숙명인 에이징 커브를 늦추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코치가 훈련만 끝나면 부리나케 클럽하우스를 떠나는 것에 대구 선수들 사이에선 “도대체 무슨 밥을 해주시길래 저러는 것이냐”는 궁금증까지 생겼다.

사진을 통해 집밥 리스트를 공개한 이 코치는 “아내가 제 몸을 생각해 건강식 위주로 식단을 짠다”면서 “원래 산낙지가 무서워 만지지도 못하던 사람이 직접 손질해 요리를 해주는 것을 보면 고맙기만 하다. 태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절이 아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이렇게 도와주고 있으니 선수로 조금 더 뛰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언제 기름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최대한 달려보겠다. 선수로 마지막이 부상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도자보다는 선수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플레잉코치’에 가장 어울리는 역할도 잊지 않는다. 그는 코치로 선수들과의 중간 다리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시즌 초반 줄부상 속에 대구가 흔들릴 땐 주장 김진혁과 함께 경기 전날 선수들만의 미팅에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선배처럼 다가가 조언과 경험을 채워줬다. 이 코치는 “우리 팀 고참인 (이)근호형과 주장 (김)진혁이가 많이 도와줘 가능한 일”이라며 “대구가 흔들리면 내 잘못인 것 같아 늘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장기적으로 지도자로 역량을 인정받는 그날도 손꼽아 기다린다. 원래 대구행을 선택한 것도 경남FC에서 사제 관계를 맺었던 조광래 대표이사와 이병근 감독에게 지도자 교육을 받겠다는 뜻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올해 고등학교 선수들을 가르칠 수 있는 라이선스B를 취득하고 내년에는 프로 선수를 지도할 수 있는 라이선스A를 따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코치는 “내년에는 지도자로도 벤치에 앉는 플레잉코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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