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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두산 베어스 박치국

(주)대단한미디어 입력 2021. 05. 05. 12:00 수정 2021. 05. 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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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뛰어넘어라

“지금 제일 믿음이 가는 투수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의 신뢰가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두산의 대표 아기곰이 언제 이렇게 큰 걸까. 프로 데뷔 5년 만에 두산의 믿을맨으로 성장해 감독님의 무한 신뢰를 받는 선수. 이제는 귀엽고 당찬 매력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마구로 대결하겠다는 다소 4차원적인 포부를 밝힌 투수. 새롭게 바뀐 등번호와 함께 순조로운 시즌을 시작한 박치국의 이야기다. 그가 올 시즌 갑작스레 등번호를 바꾸게 된 이유부터 그를 웃게 하는 형들의 ‘그것’까지, 현재 팀의 핵심 투수이자 두산의 미래인 박치국과의 유쾌한 대화를 담아봤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송서미 Location 잠실야구장

#두산의 박치국입니다

두산의 넘버 원 투수를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두산 투수 박치국입니다.

벌써 세 번째 인터뷰네요. 이번엔 무려 표지 모델입니다. 5년 만에 표지 모델로 성장한 소감은요?

잘 모르겠어요. 표지에 제 얼굴이 나오는 건가요? 기쁜데 제가 말이 별로 없어서 표현이 잘 안 되네요.

4년 전에 했던 인터뷰 기억나나요? 양의지 선배만 믿고 던진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웬만하면 포수를 믿는 편이에요. 그때는 의지 선배를 믿었는데 이제는 (박)세혁이 형을 더 믿고 있죠. (박세혁 선배와 평소에 얘기를 자주 나누나요?) 항상 야구 이야기를 하셔서 다른 대화를 잘 나누진 않아요. 타자를 어떻게 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주로 해요. 나이 차이가 조금 있어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어야 하는데 말주변이 없는 편이에요. 항상 형들에게 챙김만 받는 데 익숙해서 그런가 봐요. 이제는 야구 외적인 대화도 좀 하려고요. 요즘 형이 골프를 치는데 같이 쳐볼까 생각 중이에요. 전 아직 골프 새내기라 일단 혼자 연습을 열심히 하고 나중에 한 번 대결해보겠습니다.

그럼 두산에서 가장 가까운 선배는 누구예요?

(박)건우 형, (정)수빈이 형이요. 잘 챙겨주고 친한 형들이에요. (세혁이 형은요?) 세혁이 형은 외모나 성격이 약간 남성스럽잖아요. 그래서 좀 더 다가가기 힘든가 봐요. (그럼 제일 무서운 선배인가요?) 아뇨. 저는 항상 신인 때부터 (김)재환 선배가 제일 무서웠어요. 그냥 걸어 다니는 것만 봐도 재환 선배한테서는 아우라가 느껴져요. 막상 말을 걸어주실 때는 정말 착하시거든요? 근데 아우라 때문인지 무섭다는 인식이 박혔어요.

주장인 오재원 선배보다 무서운가요?

재원 선배님은 먼저 말을 잘 걸어주세요. 그렇다고 편한 건 아니지만요. (그럼 두 선배 중 조금 더 무서운 선배는요?) 김재환 선배요. (대화를 자주 못 나눠봤다는 김태형 감독보다도?) 네. 아직은 김재환 선배님이요.

세 번째인 만큼 이번 인터뷰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나요?

주무기가 바뀌어서 체인지업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체인지업을 던지기 위해 여태까지 해왔던 거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네요.

어떤 노력을 했나요?

KT 위즈 (고)경표 형한테도 그립 잡는 법을 물어봤어요. 그런데 제 투구폼에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LG 트윈스로 간 (함)덕주 형한테 그립을 배웠어요. 그래서 그대로 던져봤는데 잘되더라고요. 이제는 제 것이 됐고 올해부터 정말 잘 쓰고 있어요.

처음 체인지업을 꼭 써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요?

이전에는 타자를 상대하기가 좀 까다롭고 힘들었어요. 속구, 슬라이더 투 피치니까 한계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코치님들도 체인지업을 배우기를 권유하셨고 저 역시 필요성을 느껴서 배우게 됐어요.

함덕주는 어떤 식으로 가르쳐줬나요?

크게 가르쳐 준 건 없고요. 그냥 그립 잡는 법? 그 정도만. (웃음) 속구보다 체인지업을 더 세게 던져야 한다고 알려줬어요. 아직 덕주 형을 따라잡기에는 멀었지만 이제 따라잡아야죠.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하고 싶어요?

지금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아주 낮아요. 그래서 아무도 못 치게 마구를 던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아무도 못 치는 공이 되게끔 하고 있어요.

김태형 감독과 코치진의 반응은 어때요?

감독님은 항상 말이 없으세요. 신인 때부터 감독님이랑은 거의 말을 안 섞었어요. 코치님들은 체인지업이 더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시고요. (의외네요. 감독님이 인터뷰에서는 믿을 건 박치국밖에 없다고 했는데요.) 저도 의외였어요. 사실 감독님이 따로 저한테 말씀하시는 건 없거든요. 저도 항상 감독님과 말도 해보고 싶고 한데 말주변이 없어서 다가가기가 힘들었어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작년이랑 재작년 포함해서 세 시즌 동안 공을 좀 여러 번 던졌어요. 이닝 수도 많고요. 그래서 올해는 부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요. 트레이너 파트에서도 올 시즌이 부상 위험이 있다고 해서, 올해는 부상을 조심하려고 해요.

#1번 박치국입니다

지금 포털사이트에 ‘박치국’을 치면 연관검색어에 뭐가 뜨는지 아나요?

잘 모르겠어요. 기사를 보니까 쳐본 적은 있는데, 연관검색어는 못 봤어요. (‘박치국 등번호’입니다. 1번을 달게 되면서 팬들이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등번호를 바꾸게 된 이야기 좀 해주세요.) 제가 원래 66번이었어요. 신인 때부터 쭉 66번이었는데 19년도에 좀 성적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등번호를 바꿀까 고민했죠. 그런데 또 작년에는 괜찮게 한 거예요. 그때 제가 그 이야기를 들었어요. ‘짝수 년도에만 야구 한다. 홀수 년도에는 안 좋다.’ 그래서 올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한번 번호를 바꿔볼까 싶어서 1번을 선택했어요. 근데 당시에 덕주 형이 1번을 단다고 하길래 저는 66에서 6을 하나 빼고 6번으로 시작했죠. 원래부터 제가 1번을 좋아해서 1번을 달려고 했는데 못 했고, 형이 갑자기 트레이드되는 바람에 아쉽게도 그렇게 된 거죠. (‘트레이드된 바람에’인가요, ‘덕분에’인가요?) 어유, 이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웃음)

두산 팬들의 ‘함박’웃음을 함께 책임졌던 함덕주가 떠났습니다. 아쉽진 않던가요.

아쉬웠죠. 제가 제일 아쉬워했어요. 항상 같이 다니던 형이니까요. 대표팀도 같이 가고 군대도 같이 갔어요. 갑자기 떠나버리니까 이가 하나 빠진 느낌이었어요. 근데 형은 가기 전에 별로 말이 없더라고요. 쿨하게 떠났어요. 형이 좀 울어서 제가 놀리긴 했어요. 절 보고 운 건 아니고 코치님을 보고 울더라고요.

과거 인터뷰에서 함덕주에게는 여동생을 주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일단 못생겼고요. 하하. 그래도 제겐 제일 가까운 형이니까 여동생을 맡기기엔 좀 그랬어요.

그럼 반대로 친누나에게 소개해줄 수 있을 정도로 진국인 선수는요?

없어요. (타 구단에도?) 네. 야구선수는 안 돼요. (웃음)

이전에는 함덕주와 아주 친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 누구와 가장 가깝게 지내나요?

룸메이트가 (김)명신이 형이에요. 저랑 입단 동기라 가깝게 지내고 있고, (최)원준이 형도 같은 사이드암 투수라 친해요. 지금은 후배들을 주로 챙기고 있어요. 아무래도 같은 투수 후배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데 (조)제영이가 이번에 콜업돼서 챙겨주려고 하고 있어요. 저 어릴 적을 보는 거 같아요. 저는 장난치고 틱틱거리면서 챙겨주는 편이라 후배들이 오해를 안 했으면 좋겠네요.

#24살 박치국입니다

본인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아, 이거 말 잘해야 해요. 지난번 인터뷰에서 말을 잘못했거든요. 귀여움과 관련된 말을 해서 이후로 그 이미지가 박혔어요. 주변에서는 4차원 같다는 이야기를 해요. 4차원이라는 건 남들과 생각하는 게 좀 다르다는 거잖아요. 오히려 그게 매력일 수 있다고 봐요. (새로운 별명이 생길 텐데 괜찮겠어요?) 네. 이건 괜찮습니다. (웃음)

벌써 입단 5년 차입니다. 친구들, 선수들과 이야기하는 내용도 많이 바뀌었겠어요. 요즘 대화 주제는 뭐예요?

야구 이야기를 제외하면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똑같아요. 게임 이야기죠. 하하. 롤, 배틀그라운드 이야기를 하루도 안 빼놓고 해요. 근데 두산에서 게임 실력은 제일 떨어져요. 제가 손가락이 좀 느리거든요. 반응이 느려서 게임을 잘하지 못해요. 그나마 제가 다른 형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게 서든 어택이에요. 그것 빼곤 다 못 따라가죠. (게임을 못하면 형들이 안 끼워주지 않나요?) 그래서 저랑 안 하려고 해요.

야구 관련 인터뷰는 자주 할 테니까 오늘은 평범한 20대 청년의 모습도 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것들을 두서없이 알려 주세요.

먹는 걸 아주 좋아해요. 먹을 거에 돈 안 아끼고 맛집 찾아서 맛있는 거 자주 먹으러 다니고요. 제가 영화 보는 걸 진짜 좋아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함부로 나갈 수가 없어서 집에서 영화를 보고 게임도 하고 그래요. (최근에 영화는 뭐 봤어요?) 영화는 안 보고 ‘태양의 후예’를 정주행하고 있어요. 더 볼 게 없어서요. 넷플릭스도 이미 다 봤고, 왓챠로 드라마 정주행도 하고 있습니다.

안 좋아하는 건요?

술을 진짜 안 좋아해요. 잘 마시지도 못하고요. 그래서시즌 중에는 아예 안 마시고요. 또 깔끔한 걸 좋아해서 집에 있으면 눈에 보이는 머리카락이나 먼지 같은 걸 청소하는 편이에요. 설거지도 바로바로 해요. 뭔가 쌓여 있으면 거슬리더라고요.

평소에 눈물이 정말 없다고 말했어요. 그럼 웃음은 많은가요?

반반이에요. 웃을 때도 있고 안 웃을 때도 있고? 웃기면 웃고요. (나를 가장 웃게 하는 것을 몇 가지 꼽으면요?) 제가 게임을 못 하면 형들이 와서 또 어떤 욕을 할까 이런 거? 하하. (형들의 애정이 담긴 욕?) 네. 너무 재밌어요. 그러면서 게임을 분석하기도 하고요. 아, 야구를 할 때도 많이 웃어요. 의도치 않게 더블플레이를 잡거나 할 때 잘 웃어요. 형들의 수비 도움을 받았을 때도요.

야구선수 외에 이루고 싶은 꿈이나 해보고 싶은 일은 없었나요?

어릴 때 태권도를 오랫동안 했어요. 태권도 선수가 꿈이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4학년 때 야구를 하게 됐죠. (왜요?) 유치원 때부터 태권도를 다니면서 검은 띠를 따고 시범단 겨루기 대회에 나갔는데 금메달을 계속 땄어요. 금메달리스트였죠. 태권도 금메달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4학년 때 5학년이랑 겨루기를 붙어서 진 거예요. 금메달을 계속 따다가 은메달이 돼서 그 충격에 다른 걸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금메달을 못 딸 바에야 그만두겠다?) 네. 당시에는 제게 큰 충격이었거든요. 무조건 금메달이 아니면 안 된다고 알았어요. 그때 마침 다니던 학교에 야구부가 있어서 야구를 시작하게 됐고요.

#종신두산 박치국입니다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예요?

지금도 돌아다니는 영상인데, 의지 선배 삼진 잡았을 때요. 잘 안 던지는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았거든요. 그때 의지 선배 반응도 좋아서 저도 같이 웃었어요. 제일 기억에 남네요.

이후 양의지 선배와 대화를 한 적이 있나요?

이번에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 때 대화를 했는데 다음엔 안 속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버릇이 나왔다면서요. 저를 파악하셨대요. 제가 다시 삼진 잡을 거니까 알려달라고 계속 물어봤는데 안 알려주더라고요. 다음에 의지 선배를 또 만나면 이제 체인지업으로는 못 잡겠고 다른 거로 잡으려고요. (웃음)

긴 시간 두산과 함께한 만큼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요?

전에 살던 집 위층에 꼬마 두 명이 살았어요. 저를 알아봤는지 집 문 앞에 과자랑 음료수랑 편지를 두고 갔더라고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던가요?) ‘치국이 형, 항상 파이팅입니다!’ 이렇게 적혀있었어요. 그날 경기에서 진 날이었는데 그 편지를 보고 힘이 많이 났어요. 덕분에 다음 경기에서 이겼고요. (웃음) (이후 그 친구들을 또 만난 적이 있나요?) 네. 너무 예뻐서 유니폼을 사서 들고 올라갔어요. 유니폼도 주고 사인도 해줬어요.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두산 내에서 오래오래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가장 큰 꿈이고요. 야구선수로서는 사고 안 치고 나쁜 길로 안 가는 게 제일 중요하죠.

두산의 가장 좋은 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다 좋지만 트레이닝 파트가 제일 좋아요. 이병국 코치님이 관리를 잘 해주셔서 안 아프고 꾸준히 야구를 잘할 수 있었다고 봐요. 코치님이 저한테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하실 만큼 굉장히 친해요. 그래서 제가 ‘꾹이 아버지’라고 불러요. 이병국 코치님도 이병‘국’이고 저도 박치‘국’이어서 꾹이 아버지예요. 그리고 저를 뽑아주신 팀 관계자분들, 스카우트분들께도 감사드려요. 저를 뽑아주셔서 제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거니까요. 팀에 늘 감사해요. 또 신인 때부터 기회를 많이 주신 김태형 감독님,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 팀에도 ‘이건 조금 아쉽다’ 하는 건요?

말해도 되나요? 없어요. 음, 아직 짬이 안 차서요. 전 아직 멀었습니다. (그럼 두산의 아쉬운 점은 아직까진 없는 거로.) 네! (웃음)

야구와 함께 이루고 싶은 미래가 있다면요?

고등학교 때부터 일본 야구를 좋아했어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일본이나 메이저리그에 가보는 거요. 언젠가는 가보고 싶어요.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는 게 최종 목표예요.

올 시즌 목표는요?

일단 안 아파야 하고요. 또 감독님이 항상 중요한 상황에 저를 올리신다고 했으니까 그 중요한 상황에서 항상 잘 막아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팬분들에게 메시지 남겨주세요.

코로나19로 인해 팬분들이 10%밖에 못 들어오시는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서 최강 10번 타자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팬들과 야구 응원도 함께 하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랍니다.

***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그래서 많은 이가 선수를 과거의 기록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그 숫자가 과연 그들의 미래와 가능성까지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짝수 연도에만 잘하더라’, ‘홀수 연도에 취약하더라’라는 프레임은 누가 만들었을까. 믿고 싶지 않아도 괜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물론 안일한 선수들에게는 때로는 팬의 쓴소리도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인 선수에게 팬의 응원과 믿음은 절실하다. 이제 그 어떤 징크스에도 그가 흔들리지 않도록, 두산의 넘버 원 박치국을 있는 그대로 응원해주길 바란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1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1호(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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