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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전북 출신 前 K리거 앳킨슨의 비참한 죽음, 그리고 그 후

김태석 입력 2021. 05. 05. 12:12 수정 2021. 05. 0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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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전북 출신 前 K리거 앳킨슨의 비참한 죽음, 그리고 그 후

(베스트 일레븐)

루마니아 출신 코스민 올라로유 전 장쑤 쑤닝 감독, 과거 수원 삼성에서 활약했을 때 ‘올리’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 지도자가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를 정복했을 때 덩달아 한국 축구팬들도 그 소식에 환호한 바 있다. K리그에서 전설적 활약을 한 이가 한국을 떠나 현역에서 은퇴한 후에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언제 들어도 반갑다. 짤막하게 이어진 만남이지만, 늘 어디에서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런게 바로 인연일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올리처럼 ‘꽃길’을 걷는 건 아니다. K리그를 떠난 후 씁쓸한 인생을 살게 된 이도 존재한다.한국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한 잉글랜드 출신 공격수 데일리언 앳킨슨은 정말 안타까운 말년을 보내다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도대체 앳킨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전과 전북에서 뛰다 은퇴한 잉글랜드 공격수 앳킨슨

20년 전 기억이라, 앳킨슨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K리그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대전 시티즌(現 대전하나 시티즌), 그리고 전북 현대에서 뛰다 1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간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공식 기록은 K리그 통산 다섯 경기 출전에 불과하니 어쩌면 낯설게 느껴지는 게 당연할 듯하다.

그래도 입단했을 때만큼은 크게 주목받았던 선수였다. 당시 시점에서, 아니 지금의 관점에서 봐도 앳킨슨의 과거 커리어가 누구보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레알 소시에다드·아스톤 빌라·페네르바체 등 유명 클럽을 두루 거쳤으며, 전성기였던 아스톤 빌라 시절에는 1993-1994시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말년에 한국에 와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어도, ‘빅 리그’ 출신 선수가 K리그를 누빈다는 것만으로도 20년 전 K리그 팬들에게는 꽤나 신선한 뉴스였다.

그런데 2001년을 K리그에서 보낸 후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 앳킨슨이 2016년 8월 16일 고향인 잉글랜드 텔퍼드에서 경찰에 의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은퇴 이후 앳킨슨의 삶은 어두웠다. 우울증을 앓는가 하면 신장 투석을 받는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우울증과 관련한 소동이 발단이었다.

앳킨슨이 아버지 어니스트에게 죽이겠다는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형 켄로이의 증언에 따르면, 앳킨슨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투석을 위해 몸에 꽂고 있던 튜브를 잡아서 뜯는 바람에 온 몸에 피를 흘린 상태에서 아버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앳킨슨은 “나는 메시아다. 당신을 죽이러 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웃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영국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정상적인 제압? 과잉 진압?

현장을 찾은 경찰인 벤자민 몽크와 여경인 엘런 베틀리-스미스는 곧장 물리적으로 앳킨슨을 제압했다. 몽크는 테이저 건을 쏴 앳킨슨을 제압했고, 베틀리-스미스는 쓰러진 앳킨슨을 결박했다. 그런데 이후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앳킨슨이 심장마비 증세를 드러낸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한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인정받던 선수가 은퇴 후 건강 악화와 정신 질화를 앓다가 사망하게 되어 영국 내에서는 큰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논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영국 BBC에서는 앳킨슨 사망사건과 관련한 검찰과 피의자가 된 경찰 측의 법정 공방을 조명하기도 했다.

양측의 주장은 이렇다. 검찰은 앳킨슨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던 몽크가 규정상 5초간 발사해야 할 테이저건의 방아쇠를 무려 33초나 누르고 있었으며, 앳킨슨이 쓰러지자 발길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때 몽크는 총 세 차례 테이저건을 발사했는데, 첫두 번째 발사에서 실패했으며 세 번째로 발사한 후에야 앳킨슨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동행한 베틀리-스미스는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진 앳킨슨을 함께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들고 있던 지휘봉으로 때리며 결박했다. 이 과정에서 가뜩이나 건강이 매우 좋지 못했던 앳킨슨이 쇼크 상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테이저건은 심장 질환을 앓고 있던 앳킨슨에게 커다란 타격이 된 듯하다.

반면 법정에 서게 된 경찰들은 자신들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들은 검찰이 말하는 현장에서 폭력 행위는 없었으며, 앳킨슨을 거칠게 다룬 건 “병을 가장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즉, 엄살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견해는 다르다. 영국 검찰은 테이저건으로 제압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지만, 발길질 등 이후 불필요한 행동이 앳킨슨의 사망에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이렇게 주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망한 앳킨슨의 이마에 경찰들이 신고 있던 신발 끈 자국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양 측은 향후에도 법정에서 이 사안을 첨예하게 다툴 예정이다. 때문에 벌써 사망한지 5년이 된 앳킨슨의 이름은 경찰들의 유·무죄가 판가름나기 전까지는 영국 언론에서 계속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K리그와 잠깐 맺은 인연이긴 해도, 사후에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하는 앳킨슨의 지금은 너무 안타깝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국 <버밍엄 메일>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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