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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김진영의 추락, 농구계에 남은 숙제

이준목 입력 2021. 05. 0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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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서울 삼성 김진영,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 81경기 출전정지

[이준목 기자]

 음주운전 중 사고를 낸 프로농구 서울 삼성 김진영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리는 재정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솔한 사생활의 대가는 뼈아팠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김진영이 음주운전으로 인해 앞으로 약 1년 반 동안 농구 코트에 설 수 없게 됐다.

김진영은 지난달 4월 7일 경기 용인에서 음주를 하고 자신의 승용차로 운전을 하던 중 전방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두 대를 잇달아 추돌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만취상태였다. 더구나 김진영은 이 사실을 구단에 바로 보고하지 않았고 삼성은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약 3주나 지나서야 언론을 통하여 세간에 알려졌고 삼성 구단도 뒤늦게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KBL은 김진영을 재정위원회에 회부하며 결국 실명도 공개됐다.

KBL은 지난 4일 재정위원회를 통하여 김진영에 대해 27경기 출전정지 징계와 함께 제재금 700만원, 사회봉사 활동 120시간을 추가로 부과했다. 여기에 소속팀 삼성도 KBL의 징계 발표 직후 별도로 김진영에게 구단 자체 징계로 54경기 출장정지, 제재금 1,000만원 및 사회봉사 240시간을 더했다. 구단 징계는 KBL 징계가 끝난 뒤 별도로 진행된다.

이로서 김진영은 KBL와 소속팀 삼성의 징계를 합쳐 총 81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리그 한 시즌이 54경기이니 다음 2021-2022시즌 전체를 아예 통째로 날리게 됐고 2022-2023시즌도 중반을 넘긴 4라운드가 되어서야 코트에 복귀할 수 있다. 프로농구에서 임의탈퇴나 영구제명된 사례를 제외하고 기한이 정해진 징계로서는 역대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선수로서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일년 넘게 경기를 나서지도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낸다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다. 한 순간의 어리석은 실수와 경솔한 자기관리가 본인의 농구인생을 스스로 망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또한 징계가 끝나더라도 음주운전이라는 이미지의 꼬리표가 선수 경력 내내 계속 따라붙는 것도 감수해야한다.

김진영은 국가대표 센터 출신인 김유택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고려대 재학 중이던 2019년 11월 얼리엔트리로 프로농구 조기 진출을 선언했음에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라는 순위로 지명되었을 만큼 장신 가드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성장이 더뎠고, 올시즌에는 평균 4.7점, 1.5어시스트에 그쳤다.

박지수(청주 KB스타즈), 허훈(부산 KT), 허웅(원주 DB), 최진수(울산 현대모비스), 현재 농구계에는 수많은 '농구인 2세' 스타들이 활발하게 활약중이다. 이들은 오히려 선대의 명성을 뛰어넘는 실력은 물론이고 코트 안팎에서도 모범적인 사생활 등으로 농구계에 많은 귀감이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진영은 인기 회복이 절실한 프로농구의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농구계 전체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한다. 공교롭게도 김진영의 음주운전이 알려진 것과 비슷한 시기에 울산 현대모비스에서는 기승호의 폭행 사태가 터졌다. 기승호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후배 선수들을 구타한 '주취 폭행'이었다. 기승호에게 폭행당한 한 선수는 안와골절 진단을 받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 선수들이 구단 숙소에서 술판을 벌이고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위반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피해자들과 구단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기승호는 KBL 재정위원회에서 영구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당했고 현대모비스 구단도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및 소속 선수 관리 소홀로 제재금 1500만원이 부과됐다. 현대모비스는 이어 자체징계도 전했다. 현대모비스 구단도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하여 기승호와의 계약 해지는 물론, 현장 관리 책임을 물어 사무국장과 감독에게 엄중 경고 및 1개월 감봉, 연봉 삭감 처분과 단장 교체라는 결단을 내렸다. 올시즌 정규리그 2위라는 호성적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냇다고 평가받던 현대모비스 구단에 최악의 오점을 남긴 흑역사가 됐다.

하필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비슷한 시기에 터진 두 번의 사건은, 플레이오프 흥행과 관심에도 찬물을 끼얹는 악재였다. 두 사건 모두 '음주'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씁쓸한 대목이다. 기승호-김진영에 대한 전례없는 강력한 징계는, 우리 사회가 이제 예전처럼 음주문화에 관대하거나 선수의 일탈에 무분별한 온정주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농구계 역시 그 흐름에서 예외일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중의 인기와 관심을 받으며 부와 명예를 누리는 프로농구 선수들이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할 대목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농구계의 상황대처인식과 선수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많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김진영이 받은 징계는 선수 입장에서 봤을 때 가볍지않은 것은 맞지만, 이것은 구단의 자체징계까지 합친 뒤의 이야기이다. 오히려 KBL의 자체적인 징계만 놓고보면 사안의 엄중함에 비하여 그리 충분하다고 할 수 없었다.

김진영과 비슷한 음주운전 사례의 경우 2017년 김지완(KCC)이 20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을 받았다. 2018년 박철호(은퇴, 당시 KT)의 경우 36경기 출전 정지 및 제재금 1500만원,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을 받았다. 김진영은 김지완보다는 조금 무겁고 박철호보다는 오히려 가볍다.

최근 체육계는 윤창호법 제정 등의 사회적 영향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과 수위를 점점 더 강화하는 추세다. 김진영은 단순 음주운전이 아니라 다른 차량을 파손했고 경미한 부상까지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사실을 구단이나 KBL에 바로 보고하지못하고 은폐한 혐의도 있다. 그랬다면 당연히 3-4년전의 사례보다도 더 강한 처벌 기준이 나왔어야 했다.

김진영이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거나, 소속구단이 이후에 어느 정도의 자체 징계를 추가할지는 KBL이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다. KBL은 스스로 엄중한 징계를 내렸다고 자평하지만 정작 KBL의 상황인식은 여전히 몇 년전의 과거 사례에 머무른 판단 기준과 기계적 형평성에 치우쳐 있다.

최근 농구계의 위기의식과 자정의지가 오히려 퇴행하고 있는 듯한 조짐도 우려를 자아낸다. 2014년 김민구의 음주운전 사고를 비롯하여 올 시즌에는 고양 오리온 선수단과 프런트가 방역 수칙을 어기고 회식을 했다가 제재금을 내는등, 잊을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음주관련 사고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농구계 특유의 '술에 관대하고' '끼리끼리'를 강조하는 폐쇄적인 집단주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프로농구가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탱킹 논란 등의 부작용으로 농구계가 쑥대밭이 되고 실망한 팬들이 등을 돌렸던 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KBL은 이런 사고에 대한 구체적이고 강화된 처벌 기준을 새롭게 도입해야할 필요가 있다. 프로 구단들도 그동안 팀워크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일반의 사회적 상식과는 괴리되었던 폐쇄적인 팀 문화를 앞으로는 투명한 원칙과 규율 위주로 개선해야 한다. 시스템과 인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단순히 일이 터질 때마다 관계자 몇 명을 징계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사태를 근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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