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일간스포츠

[김식의 엔드게임] 허문회 감독은 누구와 순위 싸움을 하나

김식 입력 2021. 05. 07. 06:02 수정 2021. 05. 07. 09:37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롯데가 표류하고 있다. 6일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중 최하위. 아무리 봐도 꼴찌 전력은 아니다. 주요 선수가 이탈한 것도 아니다. 손아섭의 타격 부진이 눈에 띈다지만, 이 정도 고민 없는 팀은 없다.

그룹의 지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롯데는 얼마 전까지 최고 연봉 팀이었고, 지난겨울 프리에이전트(FA)가 된 이대호와 2년 재계약도 했다.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잠실구장(LG전 0-4 패)을 찾아 '직관'했을 만큼 모기업의 관심도 많다.

2021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장을 찾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4.27/

롯데는 정규시즌 144경기 중 26경기(18%)만 치렀다. 그러나 지금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를 상대 팀이 아닌 내전(內戰)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지시완(개명 전 지성준) 기용 문제로 롯데 구단이 시끄러웠다. 확실한 포수가 없어 몇 년째 고전 중인 롯데 안방은 김준태와 강태율이 지키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포수 지시완의 활용도가 낮다고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허문회(49) 롯데 감독은 지시완의 수비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그를 2군으로 내렸다.

사실 세 포수의 기록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출전 경기수가 많지 않고, 기록도 고만고만하다. 그런데도 팬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된 이유는 지시완이 '단장의 선수'로 여겨져서다.

성민규 단장/롯데 제공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 출신인 성민규(39) 롯데 단장은 2019년 9월 부임 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기다려 보시죠.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떻게 (포수를) 영입하는지는"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포수가 지시완이다.

그러나 허문회 감독은 지시완을 중용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단장의 선수'라서 지시완을 쓰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부 팬들과 야구인, 어쩌면 롯데 선수들이 그렇게 의심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한 팀에서 '단장의 선수'와 '감독의 선수'가 따로 존재한다는 건 내전을 의미한다. 동료가 곧 적이기 때문이다. 팀 스포츠에서 이는 곧 자멸이다. 그래서 특정인의 '라인'이 있다고 해도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허문회 감독은 "선수 기용은 감독의 선택인데 이런 논란이 황당하다. 선수 기용은 감정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하고 있다"며 "성민규 단장과 의견이 안 맞을 수는 있지만,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오해"라며 말했다. 롯데 구단도 "단장과 감독의 갈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둘 사이에 갈등이 없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시완 논란'에 대해 성민규 단장은 해명하지 않았다. 그의 언행이 감독과의 불협화음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여도 성민규 단장의 침묵은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부터 선수 기용 문제로 몇 차례 충돌했다. 2020년 5월 2군에서 장원삼을 올려 1군 선발로 기용한 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선발 투수가 펑크난 날 장원삼에게 1군 선발로 던질 기회를 주라고 성민규 단장이 추천한 것이다. 등판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리고 허문회 감독은 이를 '추천'이 아닌 '지시'로 받아들인 것 같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둘 다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로 2021년 시즌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낸 결과가 이렇다.

둘의 다툼은 영역 싸움이다. 성민규 단장은 MLB 제너럴매니저(단장)처럼 선수단 구성을 주도하고 있다. 허문회 감독은 선수를 기용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문제는 단장과 감독의 역할이 기계적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 소통하고 이해해야 할 지점에서 양측은 충돌하고 있다. 서로의 영역을 빼앗고 지키는 과정이 곧 롯데의 내전이다. 단장과 감독이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싸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워낙 내밀한 문제여서 누구의 잘잘못이 더 큰지 따지기는 쉽지 않다. 여론은 성민규 단장에게 더 우호적인 것 같다. 반면 선수들은 허문회 감독을 더 따르는 것 같다. 둘은 각자의 시각에서 각자의 우군과 함께 싸우고 있다. 단장과 감독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니 롯데 선수들은 제자리에 멈춰 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이 취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롯데 제공

성민규 단장은 부임 한 달 뒤 허문회 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최고의 영입은 허문회 감독님을 모셔온 것이다. 난 선수들과 감독을 돕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둘의 허니문은 몇 달조차 가지 못했다. 이후에는 파탄의 연속이다.

어느 팀에나 갈등은 있다. 롯데의 문제는 불화 자체가 아니라, 내전이 1년이나 방치됐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은 한 팀이 아닌 것 같다. 둘의 불편한 동행은 지속되기 어렵다.

스포츠팀장

ⓒ일간스포츠(https://isplus.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시각 인기영상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