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스포츠경향]

지난 3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면에 위치한 팀업캠퍼스 야구장, 경기를 앞두고 황토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모여 코치의 작전지시를 듣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유니폼 위에 입은 윈드재킷의 로고가 제각각이다. 롯데도 있고 예전 SK, LG, 한화의 유니폼이 보인다. 언뜻 올스타전의 한 장면 같기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이 유니폼이 훈장이자 또한 간절하게 붙잡고 있는 꿈의 한 자락이다. 이들은 ‘독립리거’다.
KBO 리그에 가입돼 있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아마추어 야구단이라는 뜻의 독립야구단은 우리야구의 역사에 2011년 고양 원더스의 창단 때부터 조명되기 시작했다. 2014년 원더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2017년 한국독립야구연맹(KIBA)이 창설된 후 산하 KIBA 드림리그가 결성됐지만 대부분의 팀들은 2018년 출범한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로 넘어왔다. 4시즌 째를 맞은 경기도리그는 올시즌 성남 맥파이스가 참가를 확정하고 광주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시흥 울브스가 창단하면서 기존 연천 미라클, 고양 위너스, 파주 챌린저스 등과 함께 6팀으로 지난달 개막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알던 ‘그들만의 리그’였던 경기도리그가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프로 출신의 스타 지도자들이 이곳으로 향하면서부터다. 올해만 해도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 KBO 리그 최다승(210승)을 거둔 송진우 감독이 취임했고, 성남 맥파이스 감독은 신경식 전 LG 코치다. 연천 미라클의 감독은 LG 2군 감독을 지낸 김인식 감독, 수석코치는 역시 LG 2군 감독 출신 노찬엽 코치다. 신생팀 시흥 울브스는 두산 출신의 진야곱 감독, SK 출신 윤석민 타격코치가 선임돼 화제를 모았다.

선수들 역시 시흥 울브스에 지난해 키움에서 뛴 2016년 신인왕 출신 신재영, KT 출신 금민철 그리고 삼성에서 활약했던 김성한 등이 뛰고 있다. 2015년 시카고 컵스의 마이너팀으로 미국 생활을 시작한 권광민도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서 뛴다. 출범 초반에는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육성선수 신분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프로 1군에서 방출돼 절치부심 복귀를 노리는 선수들 부활의 무대가 되고 있다.
직접 찾은 팀업캠퍼스 야구장은 두 면으로 매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월, 수, 금요일에 각각 3경기씩 독립리그 경기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팀당 60경기를 치렀던 리그는 올시즌 팀이 6개로 늘어나면서 총 128경기를 치르게 돼 팀당 경기수는 40경기로 줄었다. 구단들은 매월 세 번째, 네 번째 주는 우천을 대비한 예비일로 마련해놓고 실전감각을 위해 대학팀이나 프로 2군, 육성군 선수들과의 연습경기를 벌인다. 정규시즌을 거치면 1~3위팀을 골라 포스트시즌을 하고 우승팀도 가린다.
오후 1시 경기인 광주 스코어본 하이에나들과 시흥 울브스의 경기를 기다렸다. 형편이 좀 낫다면 랩핑이 돼 있는 버스, 아니라면 전세버스에 나눠 탄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시간 동안 가볍게 몸을 풀고 경기에 들어간다. 두 구장은 아예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석이 없다. 구장 역시 인조구장인 내외야가 모두 인조잔디로 구성돼 있다. 주루나 수비 때 슬라이딩이 어려운 형편이지만 경기 중 선수들은 곧잘 몸을 날렸다. 두 팀의 경기 역시 0-2로 뒤지던 울브스가 9회말 집중력을 발휘해 2-2로 비기면서 끝났다.

경기도리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을 통해 시작됐다. 이 지사는 평소 “한국사회가 한 번 실패하면 이를 만회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일이 사회 각 분야에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주겠다는 상징적인 사례를 주고 싶다”고 리그를 기획했다.
예산 역시 지난해 5억원이 투입됐지만 올해는 7억원으로 증가했다. 경기도 야구소프트볼협회는 시즌을 시작할 때 팀 당 600만원씩 용품지원을 하고 선수단의 유니폼도 두 벌씩, 경기 당 배트도 6자루씩 지원하고 있다. 이긴 팀에는 출전수당이 나오고, 우수선수를 매 달 팀 당 5명씩 뽑아 15만원씩 수당도 준다. 또한 유튜브 경기도리그 채널을 통해 거의 매경기를 중계한다. 경기도 야구소프트볼협회 이태희 국장은 “홍보를 위해 1년에 1, 2회 방송사와 라이브 중계를 실시하고 있고, 지상파 다큐멘터리도 제작해 올해 3부작으로 방송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더라도 야구를 전업으로 하는 선수들을 지원하기에는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팀들이 25명 남짓의 선수들이 내는 50~70만원 사이의 회비로 운영된다. 숙소 역시 마련하지 못해 선수들이 대부분 연습장 인근에서 모여 산다. 회비를 받지 않고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간 5~8억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모기업 없이 회비와 지자체 후원으로 꾸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많은 선수들이 야구선수로서의 삶 외에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한다. 가장 많은 것이 아마추어 선수나 프로선수들의 개인 레슨을 하는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유소년 야구센터 등에서 코치로 일하기도 한다. 하이에나들 투수 윤산흠은 “주말은 경기와 연습이 없기 때문에 레스토랑에 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같은 팀 내야수 손동은은 “편의점이나 물류센터에 일했던 선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사정은 기업구단인 하이에나들이 생기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하이에나들은 회비 면제, 숙소 제공 등의 조건을 내걸고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앞에 두고도 배트와 공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야구가 그들이 살고 배워왔던 전부였기 때문이다. 보통 KBO 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1000여명의 선수들이 지원을 하지만 그 중에서 프로구단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숫자는 100명이 조금 넘는다. 나머지는 야구를 포기하고 전직을 하거나, 트레이너나 야구 레슨 등 유사직업을 구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 인원을 실업야구에서 흡수했지만 2000년대 초반을 마지막으로 실업야구의 터전도 메말랐다. 결국 독립리그는 야구계의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2019년에는 손호영(LG)과 송윤준(한화)이 프로의 꿈을 이뤘으며 그리고 지난해에는 안찬호와 오세훈이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파주 챌린저스의 김동진이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시흥 울브스의 진야곱 감독은 “현재 독립리그 팀의 수준은 프로의 2군과 대학팀 중간 정도라고 본다. 경험을 잘 쌓는다면 충분히 프로에서 통할 재목들이 다른 팀에도 있다”면서 “올시즌을 앞두고는 많은 스타 출신 선배들도 오신 만큼 저희 같은 후배들과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많은 분들이 주목하는 독립리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곤지암에서 만난 ‘독립리거’들은 저마다 “열정과 간절함은 가장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자 주차장, 벤치, 복도 이곳저곳에서 배트를 휘드르고 정리운동을 하는 독립리거들의 구슬땀이 보인다. 이곳에 우리가 모르는 야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 야구는 가장 뜨겁고 또한 절박하다.
광주|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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