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감독, 어버이날 울진에 총감독을 찾아가는 이유
경기장 밖에선 다정다감한 이미지
시즌 끝나면 홀어머니 찾는 효심 가득한 아들
‘비디오 판독에 항의하며 자켓을 벗어 던진 채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
‘로베르토 산틸리 외국인 감독(대한항공)과 노골적인 갈등을 야기하는 행동’
‘외국인 선수 알렉스를 심하게 질책하는 말투’
프로배구 우리카드 신영철(57) 감독은 카리스마형 지도자다. 거침 없는 행동으로 주목받는 신 감독도 경기장을 벗어나면 인간적인 지도자로 통한다.
신 감독 부부는 매달 1차례 울진에 있는 88세 홀어머니를 방문하고 매주 월요일엔 안부 전화를 한다. 나경복 등 선수들과도 자주 통화하면서 안부를 묻는다. 나경복은 이달 부인이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신 감독 부부는 지난달 23일 알렉스 부부가 포르투갈로 떠날 때 공항까지 나가 배웅하면서 자개로 만든 화장대(어버이날 선물)를 어머니께 드리라고 따로 챙겨 보냈다.
신 감독은 매년 5월8일 울진에 있다. 해마다 정해진 루틴이다.
“시즌을 마치고 울진에 총감독님(신 감독은 어머님을 그리 부른다)을 뵈로 간다. 해외 전지훈련이나 시즌이 끝나면 홀로 계신 어머님께 가는 것이 0순위다. 프로선수 때부터 감독을 맡고 있는 지금까지 변함없는 일정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님은 신 감독을 항상 멀리서 지켜보면서 응원해왔다. 기관장으로 울진 앞바다를 누비던 신 감독 아버지는 신 감독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 홀로된 총감독님은 매번 신 감독의 경기를 보고 총평을 잊지 않는다. 지난달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못한 아들과 통화하면서도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적했다고 한다. 신 감독은 “총감독님이 ‘세터가 조금 빠르게 높게 올려야지~.’하면, ‘녜! 총감독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한다고 했다.
신 감독의 스마트폰 바탕 화면은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이 깔려있다. 풍채 좋은 어른의 흑백사진에선 영락없이 신 감독의 모습이 보인다. 신 감독은 늘상 뭔가를 소원할 때 아버지를 떠올린다고 했다.
V리그 시즌이 시작되면 경기도 분당에 사는 신 감독은 오전 5시25분 일어나 5시 35분 선수단 숙소가 있는 인천으로 출근한다. 그는 “별을 보면서 ‘아버지 출근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아들 잘 되게 해주세요.’하며 습관적으로 대화한다”고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서는 “아버지! 5승만 하게 해주세요. 아버지 우승 좀 하게 해주세요 했는데~” 5승은 플레이오프 2승에다 챔피언전 3승으로 챔피언에 등극하는 승수다.
신 감독은 “챔피언 자리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따라야 하는 거 같다”며 “더 겸손하라는 의미같다”고 했다.
신 감독은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행복한 기억이 떠오른단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등상장을 받아 가지고 집에 왔을 때 참 좋아하셨다. 지금도 어머님께서 상장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계시지만 아버지가 그리울 땐 경기 중에도 휴대폰을 보면서 아버지와 대화한다”고 했다.
2020-2021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신 감독은 선수들과 맘껏 호흡했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나섰지만 1~3차전 대한항공을 압도하며 챔피언 등극을 목전에 둔 듯했다. 신 감독은 홈인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4차전을 잡고 축배를 들려던 의도였다. 전문가들도 우리카드의 우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4차전서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기면서 뒤틀렸다.
우리카드의 핵심 공격수인 알렉스가 경기 당일 새벽 복통과 함께 설사 구토 증상을 보이며 경기 출장이 어려웠다. 결국 4차전에서 끝내려는 신 감독의 의도는 틀어졌다. 알렉스의 컨디션 난조로 5차전 인천 원정경기마저 내주며 챔피언 등극은 물거품됐다.
신 감독에게 결국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그리고 우리카드와 3년 계약이 끝났다.
하지만 신 감독은 태연했다.
지난 3일 우리카드는 신 감독과 3년 재계약 했다. 우리카드는 신 감독을 절대 신뢰한다. 유망주였던 나경복, 하승우, 한성정을 어느덧 V리그 대표 선수로 성장시켰고, 우리카드를 조직력의 팀으로 성장시킨데다 어느 팀 프런트와도 다른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 우승을 위해서라도 신 감독과 우리카드가 의기투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 감독은 내년엔 특급 효도를 하려고 작정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경기장에 한 번도 안 오셨는데 내년엔 꼭 모시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안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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